이 꼬인 얘기를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고민했다.
나의 심중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하다, 우선은 서사로 진행하는 게 들려주는 나의 입장에서도 편할 것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적었다.
일의 시작은 기대에 찬 제의였다.
나의 지인은 지난해 관광공사 공모전을 통해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개발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풀스택(full stack) 프로그래머였고 나는 그냥 이렇게 일러스트를 그리는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그는 디자인부분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다.
그림은 적당히 그릴줄 아니까, 여기에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더하면 자기랑 작업함에 있어 더할 나위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와의 친분이 두터웠기에 그의 제안에 수락했다.
그 당시 그와 나는 캐시카우(cash cow)에 대한 의견을 빈번히 나눴고,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궁리했다.
그는 자전거 레저에 특화된 앱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당시에 액티비티 앱의 대표 격인 스트라바가 한국시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우리는 지금 만드는 앱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ns와 액티비티의 결합 그것이 주제의 큰 틀이었다.
우리는 그런 희망찬 내일에 돛을 펼치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의 난 클립스튜디오 외에는 아는 툴이 없었기에, 피그마를 공부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피그마란 프로그램...
그림툴을 다룰 때처럼 배우고 익혀야 했다.
이럴 때 흥이 난다면 집에서도 배우고 익히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항상 마음 한구석에 의구심이 들었나 보다.
그의 제의에 선뜻 응했지만, 이게 나에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더욱 불편한 건 일주일 내내 항상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는 토, 일 할 것 없이 부지런히 일하는 워커홀릭이었고,
난 놀고먹어도 토, 일은 쉬어야 하는 베짱이 같은 사람이었으니...
주말의 그의 연락이 달갑지 않았다.
그는 액티비티 앱을 만들기로 했으니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자고 권유한다.
그는 퇴사 후 제주도, 대만, 일본을 2,3주씩 다녀오고, 또 나가지 못해 안달인 사람이었고,
난 방구석이 제일이란 사람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나에게 국토종주, 대만, 제주도 여행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물론 어느 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제주도였다.
싫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200킬로 제주여행을 4박 5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가 70,80% 정도 부담하고 간 여행이지만, 방구석 폐인과도 같은 나는 여행의 즐거움보다 집에 있는 어항이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막상 자전거를 굴리면 재밌는 구석도 있었다. 그와의 여행으로 못 봤던, 못 먹어본 음식도 체험했으니 그 부분은 고마움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고마움과 별개로 켜켜이 쌓이는 말로 표현 못할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쌓이기 시작했다.
신경도 쓰지 않을 거슬림이 엷은 피막처럼 몸을 덮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편함이란 독이 싹텄다.
미세한 균열, 그 안에서 아주 서서히 성장했다.
나의 디자인 실력은 별 볼 일 없었고,
그의 실망은 나날이 늘어갔다.
내가 봐도 형편없는 실력이다.
난 그에게 못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한 적이 한번 있었다.
그때 그는 나에게 좀 더 버텨보라고 했다.
그의 충고는 10년을 지켜본 친우의 격려였고, 나 역시 그렇게 해 보리라 다짐했지만,
역시 그런 약 빨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는 앞서 말한 의지의 부재가 컸다.
그와 함께한 4개월이 그냥 흘렀다.
나는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였고, 그는 외주를 받아 겸업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와 모의 투자 설명회를 듣고 벡스코에서 하는 행사도 틈틈이 참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안의 독은 이미 포자가 퍼질 듯이 팽배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바늘로 나의 포자를 터트려 버렸다.
그는 나와 상의 없이 대마도 여행 스케줄을 제시했다.
1박 2일이긴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으면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독은 퍼져나간다.
그는 액티비티 앱을 만드는 사람이 왜 가만히 집에만 있냐며 힐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애초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랑 앱을 만들려고 한 게 잘못이라고...
그냥 서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한다.
텍스트로 구성된 감정을 알 수 없는 저 글귀에 나의 독을 심었다.
그렇게 독이 스며드니, 그의 고마움과 불편함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것.
불편한 건 불편한 것.
그렇다!
불편한 건 치워버려야 한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일절 거절했다.
그는 자신의 대화를 씹어서 불편하다고 한다.
이기적이라고 한다.
구구절절 말하다 그냥 각자의 길을 가자고 한다.
그리고는 정리하는 수순으로 다음날 연락하면 전화를 받아달라 말한다.
이렇게 일을 마무리 지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후 수십 개의 카톡일 달렸지만 읽지 않고 지워버렸기에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분명 나에게 원망을 토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읽지 않는 카톡 때문에 그는 문자로 몇 줄을 남기고 사라졌다.
난 고치가 되어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나를 향해
어른답지 못하다.
사회생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나의 행동이 옳은 것도 아니고, 이 글은 나의 주관적인 내용이며 해석이다.
그의 시선에서, 또는 제삼자의 눈에서 본다면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을 지적할 것이다.
얽힌 실타래에서 하나의 올만 풀기란 어렵다.
하나의 올을 풀려면 얽힌 실 모두를 풀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그렇게 풀어서 얻은 한올은 과연 당신이 얻고 싶은 대답일까?
아니면 시간을 때우는 심심풀이 놀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