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Do u like Coffee?

by 헤엄치는 새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어디 나뿐이랴.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가끔 어떤 이는 커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인을 충전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힐링포션 같은 존재랄까?

아침에 반쯤 졸고 있는 뇌를 강제적으로 흔들어 깨워서는

9시! 전쟁의 서막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

운이 나쁘면 8시에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게 오전 업무를 처리하면 점심시간이다.

약 1시간의 휴식시간...

그 안에 점식식사와 카페인을 투여함으로써 하루 에너지를 쥐어짠다.

그 후 무난하게 오후업무를 마치게 된다면 퇴근까진 평탄하게 흘러간다.

이런 루틴은 다음날에도 이어진다.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실 틈이 없다.

모두가 한 손에 커피를 쥔 체 각자의 사냥터로 향한다.

그야말로 커피는 내 사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도움은 주는 촉진제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난 커피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림 그리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좋아한다는 이유와 할 줄 아는 유일한 밥벌이란 명분으로 그렇게 부산 중앙동 40 계단 근처에 작은 커피점을 차렸다.

7평 남짓한 가게였고 다락같은 복층이 있었다.

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테라로사 커피를 이용했다.

진하게 추출할 요량으로 바텀리스를 썼다.

가격은 출근 때 2000원 점심때 2500원으로 책정했다.(지금 생각하면 테라로사를 저 가격에 책정을 한 게 실수다...)

장사는 나름 잘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윤이 적었다.


이미 주변에는 넘쳐날 만큼 많은 커피점이 있었고, 나는 그들의 단골손님을 빼내야 하는 도전자였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땐 커피 자체가 재미있었다.


짧은 일화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딱 한 번 손님이 아무도 안 온 날이 있었다.

우울한 마음에 송도 해수욕장으로 가서 우울함이라도 달래려 했지만, 그날 송도 해수욕장은 고등어 축제를 하고 있었다.

내 기분은 이토록 엉망인데 고등어 축제라니...

하지만 그 분위기로 인해 고등어 2마리와 소주 1병으로 나 역시 그 축제에 녹아들었다.


그다음 날도 평범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즐겁다.

그땐 그나마 젊어서였을까?

하루하루가, 나의 에너지가, 나의 존재가 참 뿌듯했다. 대견스러웠다.

지금도 나름대로 나를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때의 느낌 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빛나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건물주가 바뀌면서 정리해야 했다.

건물주와의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약 2년 6개월의 커피는 마무리됐고, 나는 중앙동을 떠났다.

지금은 집에서 드립으로 즐겨마신다.

주로 엘살바도르와 탄자니아 원두를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다시 커피점을 내볼까 하다가도 이젠 커피 하나로 승부를 볼 수가 없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점, 그리고 그들의 가격정책, 인지도, 권리금 등등...

지금의 나로선 이런 요소 하나하나 넘어서기가 힘들다.

운 좋게 이 모든 걸 어떻게 넘어섰다 해도 장사가 잘된다고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커피를 사람들에게 쥐어주고 싶단 욕심이 있다.

급하게 카페인만 섭취하는 그런 커피가 아니라, 느긋하게 하루의 여유를 만들어 주는 커피를 내어주고 싶다.

지금의 당신에게 묻고 싶다.


Do u lik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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