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이 기냥 마빡을 후려치는 날이었지라. 내도 그때 뭣 헌다고 고행이라도 허는 것 마냥 하루죙일 걷기만 했는지 모르것어요. 입대를 목전에 두고 떠난 여행이었지라. 혼자서 제주도는 처음이었당깨요.
을마나 쏘댕겼는지 몰라. 마실건 똑 떨어져뿔고 해는 미쳐 불게 내리쬐는디 목이 안 마르고 배기간. 주댕이는 바싹 마르고 입 속이 까실까실한게 햇바닥에 있는 돌기 한놈 한놈이 “아이고 나 죽겄다, 하이고 나 죽것네~” 요 난리여. 저짝 언덕빼기만 넘어보자, 요 모퉁이만 돌아뿔면 뭐 쫌 나오겄재. 그 맴 하나로 너털너털 걷고 있었당깨요.
지금이야 시상 천지에 편의점이고 뭐고 있재. 그때는 그런 거 상상이나 했간. 또 해필 나가 개미 새끼 사춘도 안 다니는 오지만 골라 다녔는갑디다. 어대 듬성듬성 보이던 구멍가게들은 하나같이 문을 걸어 잠궈가꼬 징하게 서운하기만 했재. 사막서 겨우 찾은 옹달샘이 말라비틀어져 있는기. 딱, 그 기분이었당깨요.
글다가 밭에서 일하는 아자씨가 보이드만 뭘 따드라고요. 얼른 가서 가봤지라.
오메 지쟈스. 그것이 노오란 참외였당깨요. 참말로 말도 못 하게 실혔는디 아그들 머리통만 한 게 럭비공 저리 가라여. 나가 말없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으니깨 아자씨가 내를 쓱 보더만은 한 놈을 집어 갖고 툭툭 깎아 주는 거여.
아따, 그 따땃한 참외를 한 입 베어무는디.
하아따~ 기냥 여름 꿀내가 확! 달큰허니 퍼지는 향기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디 눈이 확 떠져불고 온몸에 피가 도는 기분이었댕깨요.
살다 보면 참말로 목마른 날이 을마나 많았겄어요. 먹고살기 팍팍허고, 시상 살아 가는기 목구녕이 턱턱 막히고. 어대 하나 기댈 데 없는 날도 있었는디 그럴 때마다 내는 자꾸 그때 제주 밭머리에서 먹었던 그 따신 참외 생각이 나불더라고요. 희한허게도 그게 위로가 되더라니깨요.
가끔 생각 허요. 사람 인생이란 것이 뭔가 거창한 게 아니고, 누군가 내밀어준 그 따신 참외 한 덩이 같은 건지도 모르겄다고. 그짓말 좀 보태면 그 기억 하나 붙들고 여즉까지 살아왔던 거 같당깨요. 그려요. 길면 백 년이고 짧으면 오늘이지라. 디져뿔면 다 똑같은 거 뭐 있당까요.
그지요. 여태 잘해온 것 마냥 또 징하게 거시기하면 되는 거 아니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