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덧댄 약속, 자연의 끊임없는 흐름
“선생님, 1시간은 누가 정했어요?”
“시간의 기준은 도대체 뭐예요?”
“1초는 뭐예요? 어디서 본 건데 엄청난 숫자던데요?
과학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던지는 엉뚱하지만 깊은 질문이 종종 있습니다.
그 순간 교실이 실험실에서 철학 수업으로 바뀌곤 하지요.
그럴 때 저는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맞아. 사실 1초, 1분, 1시간, 1년… 다 인간이 정해버린 거야.”
처음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하루를, 계절의 순환으로 해(年)를 짐작했지요.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구의 자전 → 하루(1일)
지구의 공전 → 1년(약 365.2422일)
달의 위상(삭망) 주기 → 한 달(약 29.53일)
하지만 문제는 늘 남았습니다.
지구의 공전 주기는 딱 365일이 아니라 약 365.2422일이라서 소수점 아래의 차이가 계속 쌓입니다.
달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체감하는 ‘한 달’은 보름달에서 보름달까지의 간격, 즉 삭망월(약 29.53일)인데, 우리의 달력은 30일과 31일(가끔 28·29일)을 섞어 씁니다.
자연의 주기들이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다 보니 계산은 자꾸만 어긋나지요.
그래서 인류는 보정 장치를 만들어, 어긋나는 시간을 달력으로 맞추어 왔습니다.
그 오차를 메우기 위해 사람들은 머리를 썼습니다.
윤달을 넣고,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며,
오늘날에는 윤초까지 추가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설명합니다.
“이게 잘 안 맞으니까 여기 조금 덧대고, 저기 조금 깎는 거지.”
결국 시간은 자연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숫자로 쪼개고 맞추려 애써 온 것입니다.
자연을 해석하는 일은
늘 소수점 아래에서 오차를 만들어내고,
인간은 그 오차를 맞추려고 덧대고 깎아온 셈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윤달을 넣고,
1년이 365일로 부족해 4년에 한 번 윤년을 둡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1초의 오차를 잡기 위해 윤초까지 더합니다.
"안 맞으니 여기 조금 덧대고, 저기 조금 깎는 거지."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결국 시간은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자연의 흐름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는 이 흐름을 억지로 숫자로 쪼개고 맞추려 애써 온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자, 그러면 시간은 원래부터 정해진 게 맞을까? 아니면 우리가 편의상 끼워 맞춘 거 아닐까?”
지금 우리가 쓰는 1초의 정의는
세슘-133 원자의 진동 9,192,631,770번입니다.
가장 정밀한 원자시계에 의존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약속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과학은 수학이 아니야. 과학은 자연을 수학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일 뿐이야."
수학은 언제나 완벽한 일치를 추구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은 당연히 안 맞는 부분이 생깁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흐름'을 인간이 '수치'로 나누다 보니,
보정하고 조건을 붙이고, 또 수정하는 과정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다시 묻습니다.
“선생님, 그럼 시간은 진짜 흐르는 건가요?”
저는 대답합니다.
과학은 언제나 ‘왜?’라는 의심에서 시작한다고요.
윤달, 윤년, 윤초, 원자시계...
]이 모든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최대한 맞추려는 인간의 노력이었을 뿐입니다.
과학은 진리를 ‘완성된 형태’로 주지 않습니다.
과학은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안 맞음을 마주하고, 고치고, 다시 의심하며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과학의 본질입니다.
이제 질문은 더 깊어집니다.
시간은 정말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정했다고 믿는 것뿐일까요?
바로 다음 이야기,
제6화 <시간은 누가 흐른다고 정했지?>에서 이어갑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언제나 같습니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틀림을 마주하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
그 태도야말로 우리를
시간의 본질에 한 발 더 가깝게 데려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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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측정의 짧은 역사
■ 태양시(고대)
해의 그림자를 이용해 하루를 나눔. 해시계, 물시계 등이 사용됨. 하지만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짐.
■ 평균태양시(근대)
태양의 실제 움직임은 일정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1년을 평균 내어 하루 24시간으로 나눔. 시계가 본격적으로 표준화됨.
■ 국제 표준시(19~20세기)
철도·통신 발달로 각국이 같은 시간을 써야 할 필요가 생김. 1884년,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한 세계 표준시(GMT)가 확립됨.
■ 원자시(현대)
1967년, ‘1초’를 세슘-133 원자의 진동 9,192,631,770번으로 규정. 현재는 GPS, 인터넷, 인공위성 운영까지 모두 이 원자시계를 기반으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