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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시간은 누가 정했을까?

인간이 덧댄 약속, 자연의 끊임없는 흐름

by 플루토씨


“선생님, 1시간은 누가 정했어요?”
“시간의 기준은 도대체 뭐예요?”
“1초는 뭐예요? 어디서 본 건데 엄청난 숫자던데요?


과학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던지는 엉뚱하지만 깊은 질문이 종종 있습니다.


그 순간 교실이 실험실에서 철학 수업으로 바뀌곤 하지요.


그럴 때 저는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맞아. 사실 1초, 1분, 1시간, 1년… 다 인간이 정해버린 거야.”





자연에서 시작된 시간의 약속


처음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하루를, 계절의 순환으로 해(年)를 짐작했지요.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구의 자전 → 하루(1일)

지구의 공전 → 1년(약 365.2422일)

달의 위상(삭망) 주기 → 한 달(약 29.53일)


하지만 문제는 늘 남았습니다.

지구의 공전 주기는 딱 365일이 아니라 약 365.2422일이라서 소수점 아래의 차이가 계속 쌓입니다.


달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체감하는 ‘한 달’은 보름달에서 보름달까지의 간격, 즉 삭망월(약 29.53일)인데, 우리의 달력은 30일과 31일(가끔 28·29일)을 섞어 씁니다.


자연의 주기들이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다 보니 계산은 자꾸만 어긋나지요.


그래서 인류는 보정 장치를 만들어, 어긋나는 시간을 달력으로 맞추어 왔습니다.



오차를 메우려는 인간의 지혜


그 오차를 메우기 위해 사람들은 머리를 썼습니다.


윤달을 넣고,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며,

오늘날에는 윤초까지 추가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설명합니다.
“이게 잘 안 맞으니까 여기 조금 덧대고, 저기 조금 깎는 거지.”


결국 시간은 자연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숫자로 쪼개고 맞추려 애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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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해석하는 일은

늘 소수점 아래에서 오차를 만들어내고,


인간은 그 오차를 맞추려고 덧대고 깎아온 셈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윤달을 넣고,

1년이 365일로 부족해 4년에 한 번 윤년을 둡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1초의 오차를 잡기 위해 윤초까지 더합니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3일 오전 12_44_50.png


"안 맞으니 여기 조금 덧대고, 저기 조금 깎는 거지."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결국 시간은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자연의 흐름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는 이 흐름을 억지로 숫자로 쪼개고 맞추려 애써 온 것입니다.



과학은 수학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자, 그러면 시간은 원래부터 정해진 게 맞을까? 아니면 우리가 편의상 끼워 맞춘 거 아닐까?”


지금 우리가 쓰는 1초의 정의는

세슘-133 원자의 진동 9,192,631,770번입니다.

가장 정밀한 원자시계에 의존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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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과학은 수학이 아니야. 과학은 자연을 수학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일 뿐이야."


수학은 언제나 완벽한 일치를 추구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은 당연히 안 맞는 부분이 생깁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흐름'을 인간이 '수치'로 나누다 보니,

보정하고 조건을 붙이고, 또 수정하는 과정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질문이 과학의 길을 연다


아이들은 다시 묻습니다.

“선생님, 그럼 시간은 진짜 흐르는 건가요?”


저는 대답합니다.

과학은 언제나 ‘왜?’라는 의심에서 시작한다고요.


윤달, 윤년, 윤초, 원자시계...

]이 모든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최대한 맞추려는 인간의 노력이었을 뿐입니다.


과학은 진리를 ‘완성된 형태’로 주지 않습니다.

과학은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안 맞음을 마주하고, 고치고, 다시 의심하며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과학의 본질입니다.



끝으로


이제 질문은 더 깊어집니다.
시간은 정말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정했다고 믿는 것뿐일까요?


바로 다음 이야기,

제6화 <시간은 누가 흐른다고 정했지?>에서 이어갑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언제나 같습니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틀림을 마주하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


그 태도야말로 우리를

시간의 본질에 한 발 더 가깝게 데려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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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측정의 짧은 역사

■ 태양시(고대)
해의 그림자를 이용해 하루를 나눔. 해시계, 물시계 등이 사용됨. 하지만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짐.
■ 평균태양시(근대)
태양의 실제 움직임은 일정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1년을 평균 내어 하루 24시간으로 나눔. 시계가 본격적으로 표준화됨.
■ 국제 표준시(19~20세기)
철도·통신 발달로 각국이 같은 시간을 써야 할 필요가 생김. 1884년,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한 세계 표준시(GMT)가 확립됨.
■ 원자시(현대)
1967년, ‘1초’를 세슘-133 원자의 진동 9,192,631,770번으로 규정. 현재는 GPS, 인터넷, 인공위성 운영까지 모두 이 원자시계를 기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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