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속 단 하나의 푸른 기적
“선생님, 화성에 가면 감자 먹으면 된다던데요.”
얼마 전 과학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영화 '마션'을 보고 와서는 황량한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며 살아남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죠.
그 말을 듣고 저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감자만 심으면 화성에서도 지구처럼 쉽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실에서 아이들이 종종 묻는 질문도 비슷합니다.
“선생님, 우주에 다른 생명이 있어요?”
같은 태양빛을 받는 행성인데,
왜 유독 지구에만 생명이 가득할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주 속에서 지구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보여줍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생명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믿었습니다.
썩은 고기에서 구더기가,
흙에서 곤충이 생겨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19세기, 파스퇴르는 “생명은 생명에서만 나온다”는
실험으로 자연발생설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는 생명 탄생의 조건을 다시 묻게 만들었습니다.
19~20세기, 천문학자들은
화성·금성에 생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탐사 결과,
금성은 뜨겁고 산성의 대기로,
화성은 건조하고 대기가 희박해 생명 유지가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태양계에서 물·공기·적당한 온도라는
‘생명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행성은 지구뿐이었습니다.
지구는 단순히 돌덩어리가 아니라,
태양계 속에서 살아남은 ‘푸른 행성’이었던 거죠.
하지만 지구의 생명은 단순히
‘적당한 조건’에서만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빙하 속, 뜨거운 온천, 깊은 바닷속,
심지어 독성 물질 속에서도 버티는
극한생명체(Extremophile)들이 발견되었지요.
심해 열수구에서는 햇빛 한 줄기 없이
뜨거운 황 화합물만 먹고 사는 세균이 있고,
호수에서는 심지어 비소(As)를 에너지로 삼는
세포도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은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생명이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버틴다면,
혹시 화성이나 유로파(목성의 위성)에도 생명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즉, 지구의 극한 생명체는
외계 생명 탐사의 중요한 단서가 된 것이죠.
생명의 조건은 사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교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도 물과 빛,
알맞은 온도가 있어야만 싹을 틔웁니다.
아이들이 키우는 콩나물 시루 역시,
조건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금세 시들어버리지요.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이 작은 생명 현상 속에도,
사실은 지구라는 특별한 행성의 기적이 숨어 있습니다.
지구는 단순히 생명을 ‘허락’한 행성이 아니라,
생명을 끝없이 실험하고 다양하게 진화시켜온 거대한 실험실이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특별한 조건 위에서 자라난 생명은
어떻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까요?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
‘세포’를 발견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바로 다음 이야기,
제7화 <세포는 어떻게 처음 발견되었을까?>에서 이어갑니다.
과학은 언제나 보이지 않던 세계를 드러내며,
우리가 가진 도구와 시각에 따라 진리가 조금씩 확장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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