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단풍잎까지, 보이지 않는 벽돌 이야기
과학 수업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제 손을 보며 말합니다.
“선생님, 손톱은 왜 자꾸 자라요? 이거 그냥 죽은 거 아니에요?”
저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실 손톱은 죽은 세포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니까요.
그런데 그 뒤에는 지금도 살아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의 활약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깎아내는 손톱, 팔꿈치에 쌓이는 각질, 이것 모두가 세포의 탄생과 죽음이 빚어낸 흔적입니다.
손톱처럼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활동은 교실 밖 자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봄이 되면 학교 운동장 한쪽에서 작은 싹이 돋아납니다.
여름이면 짙은 초록잎이 교실 창을 가득 채우고, 지금처럼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 붉고 노랗게 물들지요.
이 모든 변화 역시 세포 덕분입니다.
싹이 트는 건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고 커지기 때문이고, 여름의 푸른빛은 세포 속 엽록체가 햇빛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며, 가을의 붉음은 세포 안 색소가 바뀌는 결과입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열매를 주워오며 “이건 왜 이렇게 단단해요?” 하고 묻기도 합니다. 그 속에는 세포가 에너지를 저장하며 다음 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작은 열매도 경이롭게 보입니다.
손톱 끝에서 시작해, 계절이 바뀌는 나무와 열매까지.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변화는 세포라는 작은 단위가 모이고 변하는 과정입니다.
현미경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세계가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는 과학이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세포는 네 몸 안에도 있고, 저 단풍잎 속에도 있어.
눈에 안 보일 뿐이지, 사실은 세상이 세포로 가득한 거야.”
아이들은 잠시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눈앞의 평범한 풍경이, 갑자기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곧 겨울이 오면, 나무는 모든 걸 멈춘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끝이 아니에요.
가지 끝에 숨어 있는 겨울눈 속 세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포는 정지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또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고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의 시작이자 힘입니다.
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세포는 사실 우리 곁의 모든 생명 현상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고요한 겨울나무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끊임없는 세포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세포가 생명을 만든다고 해도… ‘생명’ 자체는 무엇일까요?
세포의 활동만 다 알면 생명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다음 8화에서는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던진 위대한 질문
― “생명이란 무엇인가?” ― 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세포 너머,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여정으로 함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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