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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an 11. 2024

컴맹이 되어가는 요즘 대학생들

이제 컴퓨터가 구시대 유물이 되어가는 것인가?

세대가 바뀐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전화 아이콘'이 왜 디귿자(ㄷ)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화 아이콘은 과거 수화기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기에, 전화기는 사각의 바(Bar) 형태로 생긴 줄 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전화 아이콘 모양이 낯설다는 이야기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요즘 아이들이 집에서 과거 아날로그식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어린 시절 즐겨 가지고 노는 전화 장난감은 과거 형태의 모양이 많다. 고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전 전화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다. 살면서 아날로그 전화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6개월 우리 아들도 아래 왼쪽 사진을 보면 전화기라고 이야기한다.


위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진정으로 아이들이 모르는 아이콘은 바로 '저장' 단추에 등장하는 디스켓이다. 저장 단추는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디스켓 모양을 띄고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디스켓이라는 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온 저장 아이콘이 요즘 아이들에게 낯선 이유이다.




실제로 대학 수업 시간에 디스켓을 아냐고 물어봤을 때 모르는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당연히 디스켓을 실물로 본 학생은 거의 없었고, 디스켓이 뭔지 모르는 학생들도 꽤나 있었던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에도 이미 디스켓은 사장된 물건이었기에, 학생들이 저장 아이콘에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혹자들은 저장 아이콘을 시대에 맞게 디스켓에서 USB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USB 역시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 만약 그때 USB 모양으로 저장 아이콘을 바꿨으면, 2024년 현시점에서는 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또 나올 뻔했다.






요즘 대학생들과 수업을 해보면, 특히나 코딩 실습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음을 실감한다.


파이썬으로 인공지능 코드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 파일을 불러오는 것이다. 파일의 경로를 복사하여 코드에 붙여 넣어야 하는데, 폴더의 주소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르치는 교수의 몸은 하나이기에, 폴더 주소를 복사할 줄 아는 학생들과 함께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버린다. 수업 시간은 1시간 15분인데 말이다.


과거 도스 시절, 그리고 윈도우 초창기 시절만 해도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폴더와 파일의 관계, 폴더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하지만 윈도우 UI 가 좋아지며 더 이상 컴퓨터를 잘 몰라도 이를 다루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점차 컴퓨터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컴맹이 늘어나는 더 큰 이유는 요즘 학생들이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접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최근의 애플리케이션들을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과 태깅이라는 방식으로 액세스 하게 되고 아이들은 이런 단순한 방식만을 알게 된다. 과거 우리들은 아이콘, 폴더를 통해 자료에 접근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쉬운 방법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폰은 샌드박스 방식이라, 앱들마다 고유의 영역이 할당되어 있다. 사진을 보고 싶으면 사진 앱만 열면 되고, PDF 파일을 보고 싶으면 뷰어만 열면 된다.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게 된다.



iOS의 샌드박스 방식은 편의성 극대화를 가져왔다.


사실 폴더 구조를 비롯해 컴퓨터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컴퓨터를 본업으로 다루는 직종이라면 이해도가 높을수록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본인이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기에 현 세태가 조금 아쉽긴 하다.


지금의 대학생 세대들보다 더 아래의 학생들에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별명이 '천타소녀'가 있었다. 천사가 아니라 천타! 여기서 천타는 타자 속도 1,000타를 의미한다. 어린 시절 즐겨하던 '한컴타자연습'으로 타자 속도를 높였고, 당시 유행하던 나우누리 채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타자 속도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았다. 이처럼 타자 속도는 컴퓨터를 다루며 습득하는 주요 능력 중 하나였고, 빠른 속도는 최고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독수리타법'을 비웃는 밈(meme)도 널리 퍼지던 시기이다.


하지만 이제 다시 컴퓨터 타자 속도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당연히 스마트폰의 대중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타자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는데, 최근 스마트폰 타자 속도 역시 다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음성인식'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음성으로 스마트폰에 명령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거리낌 없다. 네이버 검색도 타자로 안 치고 음성으로 하고, 카카오톡 대화도 음성으로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시리(Siri) 등을 자주 접했기에 음성으로 무언가를 타이핑하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교수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위 주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요즘 학생들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편한 것만 찾으려 한다. 학습 의지가 없다. 과거 대비 학업 성취도도 떨어진다로 연결되는 흐름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변화에 교수들이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과거처럼 컴퓨터를 뜯어보고 살지 않는다. 컴퓨터는 이제 뒷전인 세상이다. 대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가볍게 터치 하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다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둘 다 타당한 의견이라 생각한다.


변해가는 흐름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의무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침투하면서 이런 변화 흐름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세대 변화가 빨라질 것이기에 이에 맞는 커리큘럼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나 컴퓨터라는 문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이에 친숙해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나, 사무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면 컴퓨터와 친해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연히 코딩 등 IT 직종에 종사하고자 한다면 더더욱 친해져야 하고.


할아버지부터 어린 아이까지 배워야할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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