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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Feb 01. 2024

대입 면접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유튜버를 꼽다

학과의 막내 교수로 있으면 학교에 봉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봤을 때는 교수가 수업만 하는 걸로 보이겠지만, 의외로 잡일들이 꽤나 있다. 보직을 맡게 된다면 강의, 연구를 제외한 단순 업무 강도만으로도 웬만한 회사원 뺨치게 된다. 


막내 교수들이 주로 하는 봉사 업무 중 하나가 대입 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봉사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면접을 보는 학생들에게는 일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 결코 가볍게 봐서도 안 되고 최대한 집중해서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 업무이다. 주말 내내 면접 심사를 하다 보면 녹초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접 학원이라도 있나, 면접을 너무 잘 보는 아이들


우리 학교는 내신 등급 2.xx 인 학생들이 주로 면접을 보게 된다. 학생부로 면접 볼 학생들을 선발하기에, 성적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모든 것이 블라인드라 어느 학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락을 좌우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면접이다. 


정말 똑 부러지게 면접을 잘 보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들 역시 면접을 잘 본다. 자신의 의사를 논리 정연하게 풀어내는 것은 기본이고, 앞으로의 장래희망까지 술술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프다. 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돌고 돌아 성적이 영향을 미치고도 하고, 근태도 꽤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내신도, 면접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학생들이 힘들겠다 생각뿐이다.



경영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의 80%는 마케팅을 희망,

또 다수의 학생은 학교에 와서 IT기술을 배우겠다고 함


경영학과에 있다 보니, 당연히 경영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을 심사하게 된다. 경영학에는 많은 세부 전공이 있다. 인사, 재무, 회계, 전략, 경영정보 등 수많은 분야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분야는 단연코 마케팅이다. 다들 고등학교 시절 마케팅 관련 프로젝트 1~2개쯤은 기본으로 하고 온다. 교내 축제에서 장터를 여는 것은 기본이고, 앱을 출시하거나, 공모전에 나가는 등 공부는 언제 했나 싶다.


그리고 우리 학교가 공대가 강하다 보니, 경영학과 학생들에게도 ICT 역량을 강조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 와서 코딩도 배우고, 인공지능도 배우겠다는 뜻을 피력한다. 해당 전공에 근무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흐뭇할 따름이다. 





감명 깊게 본 책, 존경하는 인물


면접의 단골 질문이다. 요즘 면접에서는 대놓고 무슨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 누구를 존경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대답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한다. 감명 깊게 본 책에 자주 등장하는 책은 바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저서들이다. 피터 드러커가 워낙 다작을 하신 분이라 나도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책들을 콕콕 집어, 술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고등학생 같지 않다. 어디 피커 드러커에 대해 알려주는 학원이 있는 것만 같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존경하는 인물을 대놓고 묻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먼저 누구에게 감명을 받았고, 그것을 삶의 모토로 삼아 살아갈 것이다라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대부분 경영학과 관련된 대가들이거나 유명 사업가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고, 최근에는 샘 알트만과 같이 핫 한 인물들을 꼽는 학생들도 있다. 남학생들은 스포츠 비즈니스 쪽 진로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 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을 꼽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학생들은 유튜버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나 올해 면접에서는 유명 유튜버 'XXXX'을 언급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이자 (백종원 아님), 특유의 장사 수완과 마케팅 능력으로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학생들에게 많은 동경을 받는 것 같다. 특히나, 마케팅을 진로로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 유튜버의 마케팅 방법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다만 내년 부터는 이 유튜버의 이름을 면접에서 듣지 못할 것 같다)






유튜버를 면접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것이 잘못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면접에서 있어 보이는 책이나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그런 책이나 인물에 감명을 받았고, 자신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옆집 아저씨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만 타당하다면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유튜버들을 언급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 유튜버를 언급한 학생들 모두 자신들만의 탄탄한 논리가 있다. 그렇기에 감점은 커녕, 공정한 잣대에서 심사할 수 있었다. 유튜버를 언급하건,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건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논리가 중요할 뿐. 


다만, 유튜버를 언급할 때는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기에 보다 잘 설명해야 한다. 보수적인 심사위원이 있을 수 있으므로 논리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유튜버가 누구인지 배경설명을 살짝 해주는 것도 좋다. 함께 면접에 참여했던 교수님이 중간 쉬는 시간에 한 말이다.


"유튜버 XXXX이 정말 유명한가봐요 허허"


이제 24년 입시도 마무리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정시 합격자까지 발표하였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꽃길만 펼쳐지길 바라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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