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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an 29. 2024

화산 폭발을 원하는 두 아이

영화 <진짜도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제 37개월 차 우리 아들은 자연 현상에 관심이 많다. 여전히 우주를 좋아하지만 이제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호기심을 보인다. 얼마 전까지는 지진 삼매경이었다. '흔들흔들'하며 지진 놀이를 한참 하더니, 이제 관심사가 화산으로 옮겨갔다. 


화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역시나 책이다. 화산을 설명해 주는 책을 본 후,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질문 세례를 하기 시작한 우리 아이. 아무리 대답을 해줘도 호기심이 100% 충족되지 않나 보다. 화산에 대한 실험도 해보자고 한다. (책과 함께 화산 실험 키트도 왔으나 아직 봉인중)


그러던 와중 엄마가 사 온 지구 책이 너무 마음에 든 녀석. 특히 화산 폭발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책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그 페이지만 펼쳐놓고 하루종일 마그마를 잡아당기고 있다. "화산 폭발!"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화산 폭발 장면을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무서움을 조금 체감하고 있다. 화산 폭발을 원하면서도 실제 폭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산이 보이면, 화산 폭발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실제 화산 폭발을 바라던 또 다른 한 소년이 있다. 그 아이는 바로 2011년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주인공인 오사카 코이치이다. 오늘은 그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화산 폭발을 원하는 아이 1 과 아이 2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국내에도 마니아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가 좋아하는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 바로 히로카즈이다.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3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심사위원상을, 2004년 개봉한 <아무도 모른다>의 주인공 소년은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제치고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최근 개봉한 <괴물>까지 많은 작품들이 국내외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브로커>는 왜 그랬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3편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는 가족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빈곤이나 아동 학대, 입양 등의 사회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야기가 주요 소재이다. 그래서 보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 포스터로 넣은 영화들 역시 볼 때는 감탄했지만, 다시 보기에는 조금 주저하게 된다. 그래도 다른 영화들은 2~3번씩은 봤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포스터만 봐도 먹먹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렇듯 히로카즈 영화가 조금 불편한 사람들에게 입문작으로 추천할 좋은 작품이 있다. 바로 글 서두에 언급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다. 


잘생긴 오다기리 조도 볼 수 있는 영화





영화의 주인공은 두 형제이다. 형은 엄마와 가고시마에, 동생은 아빠와 후쿠오카에 살고 있다. 이들은 부모의 이혼 후 각각 다른 도시에서 살지만, 다시 만나 같이 살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래서 형인 오사카 코이치(글 서두 기차에 있는 아이)의 소원은 단 하나이다.


화. 산. 폭. 발


형과 엄마가 살고 있는 가고시마에는 활화산이 있다. 형의 생각은 간단하다.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아빠와 동생이 있는 곳에 이사를 가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매일매일 기도한다. 화산이 폭발해서 온 가족이 함께 살자고. 


그러던 어느 날. 신칸센 새로운 노선이 개통을 하는데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듣는다. 바로 새로 생기는 노선에서 신칸센 두 대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다 마주치는 순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친구들이 뭉친다. 형제의 소원은 화산 폭발로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것. (동생의 소원은 조금 다르긴 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은 친구, 죽은 반려견이 살아나길 바라는 친구, 이치로처럼 되고 싶은 친구, 화가가 되고 싶은 친구, 배우가 되고 싶은 친구 등등이 모여, 원정대가 결성이 된다. 


영화는 이들 어린이들이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신칸센을 보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대의 신칸센이 스쳐가는 모습을 보고 소원을 빈 친구들. 이들의 소원은 이뤄졌을까? 정말 가고시마의 화산은 폭발할까? 



아이들에게 기적은 일어날까?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아이들이 주연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동화 같은 느낌마저 받게 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기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른들보다 순수하지만, 어른들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여정은 감동과 희망을 전달한다. 


아이들의 여정이 끝나도 일상의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직면했던 도전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노력, 그리고 마침내 이뤄내는 각자의 작은 기적은 이 시대의 어른에게 큰 위로가 된다. 괜히 이 영화를 보고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평이 나온 것이 아니다. 크게 슬픈 장면이 없음에도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가족들과 함께 봐도 좋은 영화로 강력 추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이가 좀 크게 되면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함께 여행을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아문센 vs 스콧'의 격전지 남극에 가보기,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간 갈라파고스에 가보기, 이스터섬에서 서태지 노래 들어보기 등 다양한 계획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화산을 보러 가는 것이다. 


활동 중인 화산을 보러 가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다. 아이슬란드 화산 투어가 유명하며, 아이슬란드는 오로라도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제 아이가 화산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나중에 크면 함께 화산을 보러 갈까 했는데...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다큐멘터리 포스터 / 실제 화카아리 화산 폭발 장면


아이에게 보여 줄 화산 영상을 찾다가 보게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볼케이노: 화카아리 구조작전>. 뉴질랜드의 화카아리 섬에서 벌어진 화산 폭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2019년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다큐화한 것이다. 화카아리섬은 활화산이 활동하던 섬으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섬에 체류하고 있을 때, 화산이 폭발해 2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다. 다수의 생존자들도 큰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컸다. 이 다큐멘터리는 화카아리 화산 폭발과 당시 치열하면서도 끔찍했던 구조 작전을 다루고 있다. 


아이에게 화산 폭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가볍게 튼 다큐멘터리에서 자연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단순 흥미로 화산을 보러 가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지도 깨닫는다. 아직 먼 훗날 일이긴 하지만 아이와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는 나름의 진지한 교훈을 얻게 된 다큐멘터리이다. (다큐 내용은 그다지 재밌지 않으니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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