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운 May 31. 2024

대학가요제, 그리고 유튜브

트렌드의 변화

대학에서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축제 참석이다. 물론 아이돌이 오는 날이면 앞자리에서 연예인을 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뉴진스가 출동한 올해 조선대 축제에는 4만 5,000명이 몰렸다고 하니.


얼마 전, 내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 열리는 축제 글을 포스팅한 바 있다. ( 링크 : 대학 축제를 바라보는 교수의 자세 ) 에스파가 라인업에 있어 보러 가고 싶다는 글이었는데, 어디에 노출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에스파를 보러 갈까 말까 한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에스파가 오는 날, 이른 오후부터 사람들이 몰리며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 학생들 이야기. 눈물을 머금고 에스파를 보러 가지 않았는데, 이 얘기를 들으니 괜히 위안이 되었다. 어차피 가도 제대로 못 봤겠구나 :)


대학에 연예인이 오는 경우는 축제 외에도 촬영이 있다.


한 두어 달전쯤인 것 같다.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이랑 연구 세미나를 하기로 한 날. 자기들끼리 그날 학교에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을 한다며 이야기한다. 그래서 무슨 채널이냐고 하니, 개그맨 문세윤이 나오는 무슨 방송이란다. 유튜브랑 별로 친하지 않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몇몇은 가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단순 유튜브 촬영이 아니라, 재학생들 노래자랑도 하고, 무려 아이돌도 와서 공연을 한다고! 지금 노천극장에서 촬영 중이라고 하길래, 어떤 아이돌이냐고 물어보니.


Q 뭐라 이야기했던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이라 그런가보다 하며, 피자를 시키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축제 외에는 연예인을 보기 어려웠다. 지난번 포스팅에도 적었다시피 학교가 지방에 있어서인지, 총학이 인디밴드를 좋아해서인지 축제 때에도 유명한 가수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러던 2005년의 어느 날.

대학가요제가 우리 학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2005년쯤에는 대학가요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대학가요제는 라이브로 본 기억도 없고, 신해철이니 김동률이니,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들도 대학가요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후 활동들로 알게 되었다.


한 물 간 대학가요제가 열린다고 하니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뒤이어 들리는 소식. 유명 가수들이 축하 공연을 하러 온다는 것. 당시 절정의 인기였던 버즈, 당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가수인 휘성, 그리고 YB까지 온다는 소식에 이들을 보러 갈 생각에 맘이 두근거렸다. 아, 이효리도 MC를 보러 왔었다.


2005년 가장 잘 나가던 가수들이 총출동한 대학가요제


당시 4학년이었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어 놀 생각만 하고 있던 당시 나. 때마침 대학가요제 측에서 학교 학생들 중,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알바비는 진짜 얼마 안 줬지만, 리허설 준비할 때 의자만 정리하면 리허설도 볼 수 있고, 본 행사를 할 때는 맨 앞자리에서 볼 수도 있게 해 준단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할 일 없던 친구들과 지원을 해서 리허설 준비를 돕고, 리허설이 시작하고는 위에 나온 가수들의 공연을 보게 된다. 연예인을 가까이서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어서 우와 우와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작된 대학가요제 본선 진출자들의 리허설.


당시 대학가요제에는 밴드들이 다수 출전했다. 이미 가요계로 진출하려던 친구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연예기획사로 가던 시절이라, 대학가요제는 밴드 일색이었다. 다들 잘하긴 했지만, 축제 때 보던 교내 밴드부 공연보다 조금 더 괜찮다 이 정도 느낌.


그렇게 리허설 마지막에 한 밴드가 또 등장을 하고,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 리허설을 보던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라고 만다.

그리고 모두 이야기한다.


"마지막 가수 대.박.이다"

"무조건 대상이다"


주인공은 바로.



대학가요제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운 익스(Ex)의 '잘 부탁드립니다'였다.


리허설 때부터 존재감을 화려하게 불태우던 이들은, 본방이 나가고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뒤흔든다. 비록, 이후 활동이 주춤하긴 했지만 대학가요제가 낳은 마지막 스타임에 틀림없다.




2024년 오늘.


학교방송국에서 내가 수업한 내용을 포함해서 학과를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길래, 민망함을 무릅쓰고 유튜브에 들어갔다. 오글오글 거리며 영상을 보고 나니, 몇 달 전 연구실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촬영 왔다던 유튜브 영상도 옆에 보인다. 무심코 눌러보니.



요즘 핫한 QWER이 학교에 온 것이었다. 분명 그때 학생들이 얘기할 때는 무슨 가수인 줄도 몰랐는데. 이렇게 유명한 친구들이 온 걸 알았으면 세미나를 미루고 학생들을 보러 가게 했어야 했다. 연구실 학생들이 지금도 QWER을 못 봐서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내가 못 봐서 아쉬운 건 아님 절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