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 인터뷰 中
명의(名醫). 병을 잘 고치기로 유명한 의사를 일컫는다. 명의를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명의는 나이가 지극한 경우가 많다. 이는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며 쌓은 지식이 있으면 뛰어난 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경험과 통찰을 얻은 명의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료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 한 명의 의사가 평생 동안 접할 수 있는 환자 수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 수백만 명의 환자 사례를 분석하고, 다양한 치료 방법의 결과를 비교하면서, 인공지능은 명의조차도 놓칠 수 있는 패턴을 발견하고 더 나은 진단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도 이런 전망에 확신을 가진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 경이다. (하사비스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에 해당하는 훈장을 받은 바 있다) 하사비스는 최근 영국에서 열린 'The Times Tech Summit'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10년 안에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타임스가 주관한 테크 서밋에서 하사비스는 현재의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인간과 같은 인지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실현이 가까워졌으며, '두세 가지 큰 혁신'만으로도 실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꺾은 알파고(AlphaGo)를 만들기도 한 딥마인드의 하사비스는 AGI를 '인간이 할 수 모든 인지 과제를 수행하는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정의하며, 딥마인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예전 글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이미 오픈AI의 챗GPT와 함께,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역시 추론이 가능함을 증명해내고 있으며, 최근 공개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도 척척 풀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사비스가 공개 석상에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딥마인드의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알파폴드(AlphaFold)이기 때문이다. 알파폴드 프로젝트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단백질 구조를 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 암 치료 등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작년 이맘때, 구글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예비 노벨상인 래스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글을 쓴 바 있다. ( 링크 : AI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 올해 나오는 딥마인드와 노벨상 관련 뉴스들은 좀 더 구체적이다. 학술정보 분석업체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에서 선정한 '2024 피인용 우수 연구자'에 데미스 하사비스와 알파폴드의 수석 연구원 존 점퍼가 선정된 것. 이 목록은 논문 인용 횟수 상위 0.01% 연구자들을 포함하며, 목록에 오른 과학자 중 다수가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딥마인드의 연구 성과가 노벨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해결책, 에너지 문제, 생산성 향상 및 일상생활 개선에 있어서도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 10년 내에 실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인공지능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변혁적이고 새로운 시대를 정의할 것이다."
물론, 낙관적 전망을 보이면서도 인공지능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잠재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은 신중하게 개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사족 같아 보이고, 앞에 한 말이 진심 같긴 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인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이다.
레딧과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하사비스의 의견을 보고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마냥 좋게만 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생각 : 모든 질병의 근원은 인간 아닌가?"
* 하사비스의 머리를 보고, 딥마인드가 가장 먼저 정복하고자 하는 질병은 '탈모'라는 우스갯소리도 찾아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