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AI 공부> 특강 진행합니다!
이제는 고전 영화가 되어버린 <올드보이>. 2003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는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작이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충격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명대사. 바로 유지태가 최민식에게 하는 말.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
이 대사를 들을 때면 내가 섬뜻해진다.
주위에 이우진(유지태)이 없음에 감사하다.
왜냐면, 나도 말이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장면 1) 현재 우리 집
와이프는 내가 개강하기만을 기다린다. 왜일까?
개강을 하면 수업을 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집에서 말이 줄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에는 당연히 수업이 없다. 잘은 모르지만 나에게는 하루에 꼭 채워야 할 이야기 단어 수가 있나 보다. 이를 수업을 하게 되면 채우게 되어, 집에서 말이 줄게 된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조금 준다 뿐이지, 여전히 집에서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방학 때는 수업도 없고, 만나는 사람의 수도 줄기에 할당량을 다 못 채우게 된다. 그래서 집에서 말을 많이 한다. 자연스레 청자는 와이프가 된다.
와이프는 방학 때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와이프는 개강만을 기다린다.
장면 2) 대학원 연구실
대학원 시절, 가장 공포의 시간은 교수님과 논문 세미나할 때였다. 내가 쓴 논문이 말 그대로 잘근잘근 교수님께 씹어 먹힌다. 교수님의 예리한 질문은 폐부를 찌른다. 이에 답변을 하기를 여러 번. 겨우 겨우 임기응변으로 교수님의 질문 세례를 피해나가다 보면 진땀이 잔뜩 흐른다.
그렇게 박사 고년차가 되었을 무렵. 교수님께서 선언하셨다.
"자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는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임기응변 답변에 당시에는 수긍을 하셨지만,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보면 그저 변명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나름의 말발로 순간의 위기는 극복했지만, 결국 내공이 흘러넘치는 교수님의 속이지는 못했던 것.
회식을 할 때면 늘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본인 평생 지도한 대학원생 중에 나 만큼 말을 잘하는 친구는 없었다고. 문제는 그저 말만 잘한다고. 현재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교수님께 바로 전화드렸다. 아래는 전화 통화 내용이다.
교수님 : 그래서 무슨 학과 교수로 부임했나?
나 : 경영학과입니다!
교수님 : 자네랑 잘 어울리는 학과구먼.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장면 3) 초등학교 시절, 기차 안
초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한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초딩이었던 나는 기차를 타고 시골 할머니집에 가고 있었다. 아마 설 명절 기간이 아니었을까?
당시 나는 우리 집에 있던 만화로 된 18권짜리 한국 역사책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지겨운 기차 안에서 이 책의 복기를 시작한다. 특히, 조선 시대의 역사를 이성계부터 시작해서 혼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조선의 역사를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었던 기억만 난다. 그것도 한 시간 넘게 말이다.
혼자서 떠들다 끝이 났으면 아마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기차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뒤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참다 참다 나에게 뭐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 초딩의 역사 이야기는 처음에야 들을만했겠지만, 오래 듣기에는 고역이다. 그래서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한 소리 한 것.
그렇게 말 많은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이야기를 오래, 그리고 크게 하는 게 민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면 4) 다시 현재 우리 집
우리 집에는 아빠의 말 많음을 똑 닮은 5살 남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아빠의 어린 시절을 어디서 듣기라도 한 듯, 혼자서 이야기를 주야장천 한다. 어느 날은 유치원에서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배웠는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혼자 하기 시작했다. 물을 아껴야 하는 이유부터, 물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등에 대해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중간중간 "알겠지?"를 첨가하며, 청자의 반응을 확인하기도 한다.
말 많은 아빠와 아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엄마다.
화자는 두 명이지만, 청자는 한 명이다. 그 말은 아들과 아빠가 엄마에게 경쟁적으로 말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쏟아지는 이야기에 엄마의 귀는 터져나간다.
가끔은 아들이 아빠에게 이야기를 쏟아낸다.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 하지만, 자꾸 듣다 보면 힘들어지는 게 인지상정. 이야기 듣기 힘들다는 행동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내 심정 알겠지?"
"난 두 명이 맨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듣고 있어!"
갑자기 말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지난달 출간한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AI 공부> 관련해서 특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번주 토요일인 11월 9일, 오전 10시. 노원구 상계도서관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주말에는 수업이 없어 집에서 말이 많았는데, 이번주 토요일만큼은 집에서 조금 조용할 수 있겠다. :)
특강 홍보를 위해 이 글을 써야지 생각을 했는데요. 글을 쓰던 와중에 도서관 담당자분께서 전화가 오셨네요. 당초에는 토요일 오전, 그것도 중, 고등학생 대상 강연이라 극소수의 참석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홍보글도 써야지 했었는데요.
오후에 전화가 오셔서는 20명이 다 마감이 되었고, 대기 10명도 마감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부랴부랴 30명으로 정원을 늘려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브런치에 안내를 했어야 하나 생각도 들고 그럽니다. ㅠㅠ 그렇다고 쓴 글 날리기도 아깝고 해서, 일단 올립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