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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Aug 05. 2023

에어팟 끼고 일해도 될까요?

에어팟에 대한 세대 고찰

누가 내 욕을 하나 보다.


요즘 귀가 자꾸 간지럽다. 특히 왼쪽 귀가 간지럽더니 어느 날부터는 딱지도 생기기 시작했다. 가려움을 참다못한 나는 누가 내 욕을 하냐면서 투덜거리며 이비인후과에 방문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귀를 잠시 살펴보시더니 '외이도염'이라고 하신다. 외이도염이란 귀의 입구에서 고막까지 가는 곳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의사 : 무선 이어폰 자주 쓰시나요?

나 : 네, 자주 씁니다.

의사 : 네? 무선 이어폰 자주 안 쓸 나이인데.

나 : 네??????


아직 MZ세대의 앞쪽 바운더리에 속하고, 바뀐 나이 정책으로 다시 30대 후반으로 돌아왔건만 이어폰을 자주 안 쓸 나이로 취급을 하시다니! 하루에 1~2시간 에어팟을 쓴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정도면 많이 쓰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도 아닌데 자주 쓴다고 또 핀잔을 주신다. 그리고 외이도염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인 면봉을 자주 쓰지 말고, 귀에 물 들어가는 것도 조심하라고 하시며 처방을 마치셨다.


근무하고 있는 학과의 연구실이 학교 메인 건물들과 떨어진 위치에 있어 에어팟을 끼고 학교를 자주 거닐곤 한다. 산책을 할 때에도 식사를 하러 갈 때에도 늘 에어팟과 함께 하곤 하였는데, 이제 귀의 건강을 위해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 30대 후반은 에어팟을 많이 안 쓰는 나이인 건가? 귀를 진찰해 주신 의사 선생님은 요즘 젊은 사람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살아도 나 정도 나이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첨언하신 바 있다. 정말 30대 후반을 넘어 40대에 접어든 사람들은 에어팟과 같은 이어폰을 잘 안 쓰는 것일까? 주변을 보면 그래도 좀 쓰는 것 같은데 내 주변이 이상한 건지 의사 선생님 주변이 이상한 건지 의문을 남기며 이비인후과 진료는 마무리되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보면 에어팟을 정말 많이 쓴다. 처음 애플의 에어팟이 나왔을 때만 해도 콩나물 대가리 같다며 놀리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용하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길가의 젊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콩나물을 귀에 하나씩 꼽고 있다. 애플의 에어팟이 히트를 친 후 많은 회사의 무선 이어폰이 출시되며, 이제 유선 이어폰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애플에서 출시한 에어팟 맥스가 히트를 치더니 많은 젊은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의 가운데 기기가 애플에서 출시한 헤드셋인 에어팟 맥스)


애플에서 출시한 무선 이어폰 세트들


아직 내가 강의를 하면서 에어팟과 같은 무선 이어폰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없다. 수업 시작 전에는 무선 이어폰과 헤드셋을 귀에 꽂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만 수업 시작 직전에는 이어폰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수업이 종료되면 학생들은 교실 문을 나서며 하나 둘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는 모습 역시 요즘 세대를 잘 보여주는 모습 중 하나이다.


이렇듯 아직 20대들의 에어팟 사랑은 학교에서는 아직 큰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꽤 트러블이 발생하고 있나 보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업무 중 에어팟을 끼는 것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가끔 심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최근에 화제가 된 에어팟과 에어팟맥스 관련 SNL 콩트 영상부터 보자.


출처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MZ오피스


2010년대 중반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연구 직종에 종사했기에 업무를 하며 가끔 유선 이어폰을 끼곤 했다. 당시에도 소위 젊은 층에 속하던 사람들은 학창 시절부터 카세트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를 끼고 공부를 하던 세대였기에, 집중을 요하는 업무를 할 때 이어폰을 끼는 직원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전 일이지만 나름 개방적인 문화의 사무실이었기에 이어폰을 끼는 것 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이어폰으로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질책을 받는 직원들도 있었다. 당연히 이어폰을 끼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아 하는 상사들도 많았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보다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에 친숙한 세대가 회사로 진출하게 되면서 갈등은 더 심해지는 듯하다. 특히나 몇 년 사이 보급이 된 에어팟은 얼핏 봐서는 착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업무 중에 너도나도 끼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에어팟은 물론 에어팟 맥스의 경우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귀걸이나 시계를 착용하는 것처럼 늘 착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먼저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쪽에만 에어팟을 꽂고 있거나, 소리를 작게 하여 누가 본인을 불렀을 때 응답을 할 수 있을 정도면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 개인 업무가 많은 직종이고 회사 사람들과 소통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에어팟을 착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며, 일반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이들은 위의 영상과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을 하며, SNL 영상처럼 에어팟이나 헤드셋으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착용한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회사 업무를 하고 있기에 무선 이어폰 착용은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계나 귀걸이 같은 장신구와 달리 귀에 직접 착용하는 에어팟은 소통에 직접적인 방해를 주기에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꽤 존재한다. 세대로 굳이 나누자면 중장년층에서 볼 수 있지만 의외로 젊은 층들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음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소통하는 일 없이 개인 별로 업무를 진행하는 업종이라도 회사라면 에어팟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꽤 있다.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에서 무엇을 듣는지도 모르는 에어팟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스마트폰 보는 것이 눈치 보이는 것처럼 에어팟 착용 역시 눈치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 업무가 많다면 회사 시간 내내 끼는 것은 안 되겠지만 가끔 끼는 것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해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물론 소통이 안 될 정도로 착용하는 것은 금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반대로 소통이 주로 진행되는 업종이라면 당연히 에어팟은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도의 문제인 것 같다. 간혹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주변이 시끄러울 때 한 번씩 에어팟을 낀다면 누가 문제로 삼겠는가. 에어팟이라는 기기를 방패 삼아 "나 귀 닫고 있으니 꼰대들은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한 업무 태도가 자주 보이기에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된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여러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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