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팁
지난 8/16(수)부터 2박 3일간 연구하는 분야의 하계 학술대회에 참석하였다. 보통 학회 참석한다고 연구자들은 통칭하지만, 엄밀히 학회는 연구자, 학자, 전문가들이 특정 학문이나 분야에 대한 연구, 토론, 정보 공유 등을 목적으로 모이는 단체를 의미한다. 학회에서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이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것을 보통 학회에 간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연구를 본업으로 혹은 석사 과정 이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학회 참석이라는 개념이 익숙하다. 하지만 연구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는 존재감도 희미하고 관심도 거의 없는 학회라는 개념이지만, 알아두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하여 학회에 가면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그래도 이렇게 신문 1면에도 나오는 행사이니 :) 그리고 검색으로 들어올 대학원생분들을 위한 학회에 참석할 때 알아두면 좋을 팁도 한번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학회에서는 동종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최신 트렌드에 대해 함께 토론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 연구 환경 특성상, 대학 연구실에서 나오는 최신의, 그리고 최고의 연구 성과물은 해외 저널에 발표를 하게 된다. 최근 컴퓨터사이언스(CS) 분야는 탑급의 해외학회에 발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외 저널에 실리는 연구 실적을 가장 신경 쓰게 된다. 그렇기에 국내 학회는 연구 실적의 발표보다는 네트워킹 형성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나 같은 경우에도, 3일의 학회 일정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종 분야의 선후밴들과의 미팅을 주로 가졌다. 사전에 연락을 해서 학회 참석하는지 여부를 확인 후, 학회장에서 회포를 푸는 것이다. 같이 학교를 다닌 동기들과는 저녁에 바다를 벗 삼아 회에 소주를 한 잔 하기도 하고.
기존 인맥 외에도 새로운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도 학회 참석 목적 중의 하나이다. 오늘 학술 발표를 진행하며, 발표 때 질문을 하셨던 분들, 의견을 주셨던 분들, 또 내가 의견을 드렸던 분들 등과 명함을 교환하고 얼굴 도장을 찍어놓는다. 이렇게 쌓인 인연들은 여러 학회를 거치며 훗날 언제 어디선가 꼭 만나게 된다. 학계라는 곳이 상당히 좁기 때문에 학회 활동을 여러 번 다니다 보면 또 마주치게 되고 그렇게 네트워크가 형성이 된다.
나야 학회를 많이 다니기에 가벼운 마음에 가서 발표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만, 처음 학회를 참석하는 분들, 특히 대학원생 분들은 학회 참석이라는 것이 막연하면서 또 떨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한 간단한 팁!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처음 학회에 가면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이 간 동료들이 있으면 덜한데, 혼자 학회에 가면 그거만큼 뻘쭘한 상황도 없다. 이럴 때 가만히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명함도 교환하고, 인사를 먼저 건네게 되면 환영해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누고, 관심분야나 연구 주제 등에 토론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가서는 것은 또 쉽지 않은 노릇. 그래서 대회 일정, 발표 주제, 세션 등을 미리 살펴보고, 관심 있는 세션이나 발표에 참여하여 이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미리 질문을 생각해 두는 것도 좋은 자세이다. 질문 시간에 발표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직접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사람들과 주고받게 되면 연구 향상에 도움이 될뿐더러 추가 연구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자신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협업 제안이나 프로젝트 제안 등도 있을 수 있다.
처음 학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서기만 한다면 즐거운 학회 활동을 하실 수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팁! 명함은 넉넉히 챙기자! 의외로 명함을 나누다 보면 금방 떨어진다. 처음 학회에 참여해서 학회 일정 중반에 명함이 다 떨어진 적이 있은 후부터는 학회에 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명함이다.
국내 학술대회의 주목적이 네트워크 형성에 있다고 하지만 학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학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오늘의 발표에 있어서도 나의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고,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영감도 많이 받았다. 오늘 나눈 명함들은 향후 협력의 기회로 돌아올 수도 있다.
동종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전문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학술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해외 학회이다. 물론 해외 학회가 다 좋다는 것은 아니고 쓰레기 학회들이 상당수 있다. 이런 학회들은 대부분 관광 명소에서 열리며, 관광이 목적인 사람들을 위한 학회이기에 퀄리티가 떨어진다. 학술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회는 역사가 오래되었고 모두가 논문을 내고 싶어 하는 저명한 학회들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여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ICML(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으로 머신 러닝 분야에서 가장 저명하고 중요한 학술대회 중 하나이다. 매년 머신러닝 연구의 최신 동향과 성과가 논문으로 공유되고,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여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많이 참석하여 학계와 산업계가 융합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학회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웬만한 탑저널보다 어렵다.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이러한 학회에 참석하면 베스트겠지만, 단순 참관하는 것만으로도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많은 연구자들은 하와이에서 열린 ICML에 참석하였다. 게다가 올해 열린 곳은 바로 하와이! 당연히 참관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학원 시절을 되돌아보면 매년 여름, 겨울 학회에 참석했던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학회 참석과 같은 것에 큰 터치를 하지 않으셔서, 대학원 선후배들과 참석하여 논문도 발표하고, 저녁에는 술도 한 잔 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방학기간 중 열리는 학회는 주로 제주도, 부산, 경주와 같이 관광지를 많이 찾는다. 아직도 대학원 동기를 만나면 제주도에서 열린 학회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했던 기행들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힘들었던 대학원 생활의 몇 안 되는 활력소였기에.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학회 참석이 힐링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성향의 사람들에겐 강제적인 학회 참석이 괴로울 수 있다. 그래서 꼭 가야 하는 학회가 아니면 참석을 하지 않는 분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혹은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학회 참석하실 시간도 없으신 분들도 많고.
다만 문제는 학회에 와서도 지도 학생들을 괴롭히는 몇몇 교수님들이다. 과거에는 지도 교수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발드는 대학원생들이 꽤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노예 생활도 힘든데, 학회까지 와서 다른 연구실 학생들은 모두 놀러 갔는데 교수님 수발만 드는 대학원생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컸다. 요즘에는 많이들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도교수와 함께 학회에 가는 대학원생들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학원 문화 개선으로 자유로운 학회 참여 활동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 2학기부터는 대학원생들 학회 논문 발표를 장려할 예정인데, 같이 학회 참석하더라도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자유로운 학회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난 3일간 학회 참석으로 브런치 활동이 뜸했습니다. 이제 숙취가 좀 해소되는 것 같네요. 지금 글도 기차에서 간단하게 쓰고 있네요. 일주일에 최소 3회는 글 써야지 하는 다짐을 했건만 쉽지 않습니다. 꾸준하신 작가님들 정말 존경드립니다. 밀린 대댓글과 이웃 방문은 숨 좀 돌리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