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직관기 -1- (2019.11.23 )
버킷 리스트(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
모두들 버킷리스트를 적든 많든 가지고 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이루겠다는 꿈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일상을 살아간다. 나 역시 다양한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중 상단에 위치한 버킷 리스트는 바로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경기를 직관하는 것.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해 겨울. 당시 집에 나오던 KBS 위성 TV에서는 해외 축구 하이라이트를 방송하곤 했다. 당시 최고 인기 팀은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특히, 맨유의 경우 트레블이라 불리는 대 업적을 달성하였고,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로이 킨 등의 슈퍼스타가 즐비한 팀이었다. 유로 2000과 함께 유럽 축구에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맨유빠'가 되었다. 그러다 해버지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하튼 여전히 원픽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늘은 버킷 리스트를 온전히 이루진 못했지만, 거의 근접했던 과거 추억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9년 학회에 참석차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직관한 손흥민 경기 관람기! 2019년 11월 23일 런던의 런던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토트넘 핫스퍼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경기, 손흥민이 1골 1 어시스트로 활약한 경기를 관람한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다.
처음부터 손흥민의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간 것은 아니었다. 런던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고, 옥스퍼드를 방문해 현지 기업 인터뷰가 목적인 해외 출장. 해외 출장 일정이 종료가 되면 저녁에는 런던 사람 코스프레를 위해 펍(Pub)에 방문해서 피시 앤 칩스와 맥주를 마시곤 하였는데, 당시 런던의 최대 이슈는 바로..
조제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 부임이었다.
영국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가지 신문은 모두 1면에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 부임을 알리고 있었고, 펍에 있는 TV에서는 무리뉴의 토트넘 부임 소식과 함께 앞으로의 토트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런던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학회 때문에 왔고 손흥민보다는 맨유에 더 관심이 있어 직관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점점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토트넘 핫스퍼 굿즈샵에 가서 손흥민 어웨이 유니폼을 마킹해서 구매를 하고 있었고, 인터넷에 경기 티켓이 없나 찾아보고 있는 나.
다행히 영국 출국날 예약된 비행기 출발 시간은 밤 시간. 공교롭게도 정오에 토트넘 경기가 런던에서 열렸다. 뭔가 운명이 손흥민 경기를 직관하라고 밀어주는 분위기. 그런데 하나 이상한 점. 손흥민의 토트넘은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 무리뉴의 데뷔전이며 내가 직관하고자 하는 경기가 런던에서 열리는데, 토트넘의 어웨이 경기라고?? 정신을 차리고 일정을 보니 바로 토트넘과 경기하는 팀이 바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Westham United)
웨스트햄 역시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이었기에, 토트넘과 웨스트햄 경기는 웨스트햄 홈구장인 런던 스타디움(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곳!)에서 진행 예정이었다. 부랴부랴 웨스트햄 홈페이지 들어가서 티켓을 찾아보니 정말 다행히도 나쁘지 않은 위치에 좌석이 연석으로 있었다. 급히 예매를 하고 경기를 보러 가려는데 갑자기 오한이 들기 시작한다.
웨스트햄!!??????
영국 하면 축구, 축구하면 영국이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은 늘 못하지만 그래도 인기가 많은 국가대표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영국을 가보면 펍에는 늘 축구가 틀어져있다. 이러한 영국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뒤틀린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바로 훌리건 문제이다. '훌리건'은 폭력적인 축구 팬을 의미하는 단어로 경기 중이나 경기 후 심각한 사고와 경찰이나 타 팀 팬들과 충돌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곤 했다. 특히나 힐스버러 참사, 헤이젤 참사로 대표되는 80년대 영국 훌리건들의 사건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불러일으킨 끔찍한 사고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영국의 훌리건 문화는 남아있고, 훌리건 하면 바로 떠오르는 축구팀이 바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이다. 웨스트햄과 옆 동네 라이벌 팀인 밀월 FC와의 갈등은 아주 유명하여 두 팀이 경기를 벌이면 유혈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얼마 전에도 웨스트햄 경기 이후 훌리건들의 난동이 있었다.
악명 높은 영국 훌리건 중에서도 탑으로 꼽히는 웨스트햄 경기를 보러 가면서, 상대편인 손흥민을 응원한다고? 위 사진의 아재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런던까지 와서 손흥민 경기, 특히나 무리뉴 부임 첫 경기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기 위해 집에 있는 농기구를 들고 일어선 의병처럼,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기 위해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아우내장터로 나섰던 유관순 누나처럼,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슴에 품고 런던 스타디움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당시 겨울이라 손흥민 저지를 입기에는 추워 패딩을 입고 옷은 들고 가기로 하였다. 절대로 무서워서 들고 간 건 아니다.
경기가 벌어지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런던 스타디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장소이다. 런던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던 유수의 영국 락밴드들이 개막식, 폐회식에서 공연을 했던 곳이며,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땄던 곳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끝난 후, 런던 스타디움은 웨스트햄의 홈구장이 되었다. 런던 스타디움 가는 길에 접어드니 수많은 웨스트햄 팬들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틈에 쓱 합류하여 마치 웨스트햄 팬인 양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가방에는 손흥민 저지가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기념이 될 건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애국지사들이 일본 순사들의 눈치를 보다 태극기를 꺼내 들고 만세를 부른 것 마냥 손흥민 저지를 꺼내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기념사진을 후다닥 찍고는 얼른 저지를 다시 가방에 넣는다. 절대 무서워서는 아니고 혹시나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최우선이니. 다행히도 사진을 찍을 때 주변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기는 했어도 크게 뭐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제 훌리건의 시대는 가고 영국 신사의 시대가 왔나 보다.
그렇게 다시 웨스트햄 팬 코스프레를 하며 경기장에 입장을 하였고 착석을 하였다. 먼저 주변 분들이 누군지 슬쩍 본다. 다행히 험상궂은 훌리건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차분히 자제하면서 손흥민을 응원해야지 하며 마음을 잡아본다. 괜히 흥분해서 손흥민이 골을 넣었는데 혼자 좋아하다가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급히 예매한 것 치고는 뷰가 상당히 좋다. 반대편에 벤치도 보이고 경기장에 뛰는 선수들도 바로 앞에 보인다. 아직 경기 시작 전임에도 웨스트햄의 상징인 비누거품이 경기장을 뒤엎고 있다. 이제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첫 직관 경기의 킥오프만 남아있다.
오늘은 평소 쓰던 글과 분위기가 완전 다른 글을 가볍게 써봤습니다.
블로그 첫 시작이 여행 블로그였기에 간간히 예전 여행기도 한편씩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편에 손흥민 경기 직관기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역시나 제가 말이 많습니다.
다음 편에는 손흥민의 골 관람기, 경기 마친 후 손흥민 사인 받기 도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이제 개강 첫 수업을 하려 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