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
30개월 우리집 아기는 어둠을 무서워한다. 밤이 되면 창 밖에 비치는 그림자를 무서워하고, 특히 여름밤 갑자기 번쩍하는 번개와 뒤이어 전달되는 천둥 소리에는 기겁을 하며 울 때가 있다. 현대화된 사회에 살아가지만 아직 원시성을 띄고 있는 우리 아기는 아직 자연적 현상에 무서워하며, 울고 안아달라고 한다.
고대 원시 인류는 어떠했을까? 종종 발생하는 천둥, 번개는 물론이고 가끔 발생하는 지진과 홍수, 화산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동굴에서 시작해 부족생활을 거쳐 작은 도시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류에게 자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은 경외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이들은 이러한 자연적 현상을 직접 처리할 수 없다고 여겼기에, 새로운 존재를 상정하기 시작했다. 바로 신이라는 존재이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신화가 시작된다. 최초의 문명이라 알려진 수메르부터, 인도, 이집트, 중국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는 신화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도 전승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화에서 나타나는 신들은 각기 다른 형태를 띄고 있지만, 또 비슷한 플롯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우리는 홍수하면 성경에 있는 노아의 홍수를 먼저 떠올리지만, 수메르 신화를 비롯하여 전세계 많은 신화에서는 노아의 방주와 비슷한 홍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종교사학자들 사이에는 신화의 홍수가 먼저인지, 노아의 방주가 먼저인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하나 추측해볼 수 있는건 자연 재해 중 가장 흔한 것인 홍수에 대해 많은 신화들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고대 인류는 우리가 바라 보는 세계,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전승된 신화에 의존을 했다. 바로 신화의 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 시대, 종교의 범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하는 움직임이 드디어 태동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리스였다.
초기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는 전승된 신화에 의존하지 않은채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눈에 보이는 자연의 변화를 종교나 신화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과 학문으로 풀어보려 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화적 사고에서 벗어나 학문적 사고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위대한 첫 걸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철학자의 노력은 자연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서양철학, 그리고 서양과학의 시작은 탈레스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를 '철학의 아버지'라고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탈레스는 소아시아의 밀레투스에서 태어났고, 이 곳에서는 이후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도 등장한다. 그래서 탈레스를 밀레투스의 탈레스, 그리고 이러한 자연철학자를 '밀레투스 학파'라고도 한다. 왜 소아시아 지역에서 자연철학이 처음 탄생하였고, 탈레스는 철학의 아버지가 된 것일까?
소아시아 지역과 그리스 지역, 그리고 이집트 지역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농업이 발달하였다. 농업을 위해서는 천문의 움직임, 하늘의 변화, 날씨, 강우량 등의 자연의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필수이다. 탈레스는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초자연적인 신화에 기대어 해석하지 않고, 자연현상의 일부로 분석하고자 했다는 점이 기존의 철학자들과 달랐다. 이집트 나일강의 범람을 북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의 영향이라고 해석한 것은, 잘못 해석한 것이긴 하지만 기존의 사람들이 이집트 신화에 의존하고 파라오의 권능에 의존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접근이었던 것이다. 또한, 탈레스는 피라미드 그림자 길이를 이용해 피라미드 높이를 계산하고, 인류 최초로 일식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탈레스가 최초의 철학자로 칭송을 받는 이유는 세계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했고 그 답을 내렸다는 것이다. "세계의 근원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만물은 신이 창조한 것이라 믿어왔던 신화에서 벗어나 세계의 본질을 찾고자하는 탐구가 비로소 시작이 된 것이다.
이러한 탈레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노력이 시작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철학, 그리고 과학이 시작된 것이다.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원은 공기라고 하였으며,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고 하였다. 데모크리토스의 주장은 후대의 원자모형과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천동설과 4원소설이라는 현대에서 보면 어이가 없지만, 엄청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게 된다.
최초로 신이 아니라 자연에서 원인을 찾는 거대한 전환을 이룬 탈레스와 자연철학자. 그렇다면 인공지능 세계에서 거대한 전환을 처음으로 이룬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앨런 튜링이다.
40년이 조금 넘는 그의 인생은 위대한 업적과 비극적인 결말로 인해 많은 미디어에서 재조명을 받았고, 특히 베네딕트 컴배비치 주연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도 그의 인생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애플의 로고가 그의 비극적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루머 역시 앨런 튜링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 앨런 튜링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였기에 아직도 이렇게 회자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가 한 다양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업적을 꼽자면 아래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 최초의 컴퓨터 개념, 튜링 머신 제안
2. 애니그마 암호 해독 장치, 튜링 봄브(Turing Bobme) 개발
3. 튜링 테스트
앨런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시절 "On Computable Numbers, with an Application to the Entscheidungsproblem" 라는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에서 앨런 튜링은 괴델의 불완정성 정리, 모순이 없는 수학 체계에는 반드시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점을 이용한 튜링 머신(Turing Machine)이라는 가상의 기계를 제안하였다. 기계적인 모델을 통해 계산하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추상화할 수 있고, 보편 튜링 머신(universal Turing machine)을 통해 적당한 데이터를 투입하면 임의의 튜링 머신 작동을 따라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튜링 머신을 흉내낼 수 있는 보편적인 튜링 머신, 오늘날의 컴퓨터 개념이 처음으로 제안이 된 것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현대의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처음으로 이론적으로 제안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껏 수행을 해준다. 컴퓨터로 인터넷도 하고, 전화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소통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기계가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일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 입력에 따라 다른 결과값을 출력해주는 기계. 오늘날의 컴퓨터 개념을 앨런 튜링은 최초로 제안을 했으며, 이러한 튜링 머신은 폰 노이만 구조 컴퓨터로 출시되게 된다.
인간을 대신해 계산을 해주는 기계에 대한 열망은 예전부터 있었다. 파스칼이 만든 최초의 기계식 계산기는 덧셈과 뺄셈이 가능했으며, 라이프니츠가 만든 계산기는 곱셈과 나눗셈까지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들 기계는 연산이라고 하는 하나의 목적만을 수행하는 기계였다.
앨런 튜링이 전환시킨 사고. 인간의 보편적인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기계의 등장은 이후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차 산업혁명에서 등장한 기계는 인간의 업무 중 특정 업무에 국한되어서만 동작을 하였다. 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기계는 인간을 대신해 "보편적인 업무"를 수행해준다. 새로운 차원의 기계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컴퓨터가 우리의 일을 돕기 시작했고, 이후 컴퓨터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만나 더욱 빠르게 확신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컴퓨터로 시작한 혁명을 정보화혁명, 3차산업혁명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이 정도면 탈레스와 앨런 튜링을 매치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신화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인도해준 탈레스, 기계의 시대에서 컴퓨터의 시대로 인도해준 앨런 튜링.
하지만 하나 짚어볼 문제. 튜링 머신의 기계는 우리의 업무를 도와주긴 하지만 완벽하게 대체해주지는 못한다. 테이프 투입을 인간이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인공지능은 어디서 시작이 된 것일까? 앨런 튜링의 튜링 머신 이후 이야기, 그리고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등장은 찬찬히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