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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07. 2023

그럼 화성에 외계 생명체는 있을까?

화성에 외계 생명체는 있을까?

이전 편을 읽고 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됩니다만, 안 보셔도 무방합니다 :)





얼마 전 칼 세이건(Carl Sagan)의 명저 <코스모스>를 다시 들추고 있는데, 와이프가 한 마디 한다.


지겹지도 않아? 이제 다 외우겠다


정말 외웠으면 좋을 정도로 애정하는 책인 코스모스에는 칼 세이건의 화성 탐사에 대한 생각이 표현되어 있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면 지구 생명 형태의 보편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지구와 상당히 비슷한 행성인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왜 없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1976년 나사(NASA)에서 발사한 화성 착륙선 '바이킹'호가 화성의 사진을 전송한 이후, 대다수의 지구인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화성의 외계인과 인공 구조물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바이킹호 이후 나사에서만 6개의 화성 지표면 탐사 로버(Rover, 이동형 로봇)를 발사하여 화성 지표면을 관측하고 있으며, 인도, 중국, 약간 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 UAE도 화성 궤도 탐사선을 발사하여 화성을 지켜보고 있다. 이쯤 되면 소수의 음모론자를 제외하고는 화성에 인간 형태의 외계인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음모론자는 아래 사진처럼 화성에 사는 외계인이 지구에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탐사선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성 탐사선의 눈을 현혹하는 외계인(?)


2020년 8월 미국의 포브스(Forbes) 지는 '화성에서의 삶에 대한 5가지 가능성' (The 5 Possibilities For Life on Mars)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간한다. 에단 시겔(Ethan Siegel)이라는 천문학자가 기고한 글로, 당시 상황에서 추론해 볼 수 있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모두 나열하였다. 여기에서는 해당 글을 기반으로 해당 글이 발간된 이후 벌어진 과학적 성취까지 추가하여 나름의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주목해야 할 워딩(wording)은 외계 "생명체"이다. 이제 더 이상 화성에서 외계"인"을 찾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혹은 생명체가 존재했던 가능성이 있기에 나사를 비롯한 전 세계가 화성을 바라보고 있다.




먼저 화성에서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가능성 중 가장 보수적인 관점부터 소개하겠다.


1) 화성에는 생명체가 애초부터 없었거나 있었지만 사라졌다


화성은 지구와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30억 년 전 이미 화성의 대기는 태양에 의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러한 환경에서 화성에서 생명체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주장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이다. 현재 화성 탐사선들이 보내오는 정황 증거들, 매탄 가스나 얼음 상태의 물의 발견 등은 모두 간접 증거이고 아직도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화성 상황과 30억 년 전 사라져 버린 화성의 대기,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애당초 화성에는 생명체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가설은 가장 주요한 가설 중 하나이다.


일부 학자들은 앞서의 극보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예전에 생명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시나리오 역시 앞선 시나리오만큼이나 설득력이 있다. 초기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두께의 공기, 액체 상태의 풍부한 물, 화산, 자기장, 심지어 비슷한 온도까지 생명체가 탄생하기 적합한 환경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10억 년 이상 지속되었기에 이 기간 동안 생명체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상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기와 자기장 손실은 모든 생명체의 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만약 화성 탐사선이 지표면을 깊게 파헤치거나 인류가 화성에 착륙하여 화석화된 생명체를 찾게 된다면 이 가설이 입증된다.


(좌) 화성에 대기가 아예 없지는 않다. 얇을뿐 / (우) 화성 표면에서 관찰되는 얼어붙은 호수는 (액체가 아닌) 물의 증거이다.




가장 낙관적이며 여전히 과학적으로 검증 중인 가설을 소개하겠다.


2) 화성은 초기 생명체를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표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형태로 지속 중이다


2011년 8월에 착륙한 나사의 화성 무인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는 화성의 토양과 대기에서 유기물질을 발견한다. 토양에서는 과거 생명체의 흔적이 될 수 있는 황화합물이, 대기층에서는 메탄가스가 발견되는데 메탄가스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메탄가스는 운석이 떨어지거나 화산 작용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고, 생명체가 메탄가스를 주로 만들게 된다. 즉, 화성에서의 메탄가스는 표면 혹은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방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큐리오시티가 발견한 황화합물과 메탄가스는 과거 화성의 생명체가 남긴 흔적일 수도 있고 지금 화성 표면 아래에 죽은 듯 잠들어 있는 유기화합체 혹은 생명체가 내뿜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나사의 한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Are there signs of life on Mars?"
"We don't know, but these results tell us we are on the right track."

"화성에 생명체의 흔적이 있을까요?"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들이 우리가 옳은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2020년 나사가 발사한 '인내심'이라는 뜻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Perseverance). 퍼서비어런스의 임무는 큐리오시티가 발견한 흔적을 채집하는 것이다. 2021년 퍼서비어런스는 최초로 화성의 암석 및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는 화성에서 표본을 얻은 최초 사례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한 퍼서비어런스는 2023년 1월 지구로 반환할 샘플 채집 임무를 완료하였다. 이제 다음 우주선이 퍼서비어런스가 채집한 샘플을 포획해 지구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물론 후속 프로젝트로 진행이 될 이 임무에 따르면 빨라도 2031년이 되어서야 화성의 토양 샘플이 지구로 올 수 있다. 화성의 토양 샘플을 확인하게 된다면 우리는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답을 '거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좌)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활동하는 실제 사진 / (우) 퍼서비어런스가 처음으로 촬영한 화성 표면




마지막으로 조금은 허황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시나리오이다.


3) 지구에서 화성으로 생명체가 건너갔다


6억 5천만 년 전, 커다란 운석이 지구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다. 이 충돌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멸종하는 지구 역사상 5번째 대멸종, K-Pg 대멸종이 벌어지게 된다. 당시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다양한 조각들이 우주상으로 퍼져나갔고, 그 종착지에는 화성도 있었다. 물론 화성의 생명체가 이 조각에서 시작되었다는 가설의 성립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생명체 탄생에 있어 매우 희박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여전히 지구의 생명이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시작되었다는 가설도 유효하다. 그렇기에 지구에서의 운석 충돌 여파로 화성에 생명체가 건너갔을 가능성 역시 없지만은 않다.


좀 더 허황된 가설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화성 탐사 과정에서 지구의 생명체가 화성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화상 탐사선에 묻어있었던 생명체가 화성에 상륙하게 되고 혹시나 있었을지 모를 화성의 생명체를 멸종시킨 대 사건. 지구에서는 외래종이 토착종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지구와 화성 역시 이러한 관계를 답습할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




화성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빠르면 2030년경에는 풀릴 것으로 보인다. 퍼서비어런스가 채집한 토양 샘플에서 흔적이 나온다면 이후 연구는 지금과는 완전 달라질 전망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유인 화성 탐사이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으며, 나사의 유인 달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화성에 보내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단, 화성은 달처럼 쉽게(?) 다녀오기 쉽지 않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 이후 발표한 1970년대 바이킹 계획의 원안에는 유인 화성 탐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왕복에 무려 620일이 걸리는 대대적인 계획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뎌내고 인간이 화성에 발을 내딛는다면 화성에 대한 비밀은 쉽게 풀릴 것이다.


하지만 유인 화성 탐사에 적극 반대하는 지구 대표가 있다.

바로 우리 집 악동, 생후 33개월 차 아들이다.


어제도 아들에게 화성에 가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절대로 안 된다고 하며 이유를 줄줄이 이야기한다.

(어젯밤 아들이 이야기한 걸 메모하여 그대로 전달)


"화성에 외계인 살아서 가면 안 돼!"

"외계인 절대로 만지면 안 돼!"

"외계인 뜨거워!"

"우리는 지구에 살아야 해. 화성에 살면 안 돼."


아무 근거 없지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우리 집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성 이주 계획은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직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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