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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04. 2023

화성에 외계인이 산다고!!??

33개월 아이가 이야기하는 화성

33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들의 이번 추석 명절은 역시나 즐거웠다. 친가와 외가를 넘나들며 온갖 재롱을 부리고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고 TV도 맘껏 보고 집으로 돌아온 녀석. 6일의 연휴는 우리 악동에게도 힘들었는지 연휴 마지막 날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소 좋아하던 블록을 가지고 놀다 갑자기 아빠에게 '큰 우주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 큰 우주책은 예전에 작성한 포스트에 등장한 말 그대로 큰 우주책. 링크 : 블랙홀에 빠지면 누가 구해 주나 ) 매번 그랬던 것처럼 가장 좋아하는 태양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수성과 금성, 그리고 화성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다 아빠에게 갑자기 이야기한다.


아들 : 화성에 가면 안 돼!

아빠 : 왜 화성에 가면 안 돼? 우주 가고 싶어 했잖아.

아들 : 화성에 외계인 살아!!!!! 그래서 걸어 다니면 안 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인류 대대로 내려오던 떡밥인 화성에 외계인 산다는 썰을 어디서 습득을 한 것이란 말인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메논>에서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인 '상기설'이 등장한다. 상기설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이미 영혼 안에 존재하고 있고, 학습 과정은 실제로 잊혀진 지식을 '재회상'하는 것이다. 그의 상기설은 제자인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플라톤 역시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학습하는 것은 실제로는 태어나기 전에 보았던 이데아를 상기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 철학적 이론으로만 여겼던 상기설이 우리 아이에게서 증명되는 것일까? 우리 아이는 이데아의 세계에서 화성의 외계인을 보고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닐까?


이데아론이 너무 허황되다면 이것은 칼 융(Carl Jung)이 얘기하는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의 발현은 아닐까? 인류의 원형으로부터 전해받은 사고 체계, 행동 원리 등은 보존되어 모든 인류 혹은 집단이 공유한다는 집단무의식.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신화와 종교이야기들은 어마어마한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비슷하다. 그 유명한 대홍수 이야기는 전 세계 신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남편이 아내를 구하러 저승으로 갔다가 규칙을 어겨 아내를 구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일본 신화의 아지나기와 이자나미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칼 융은 집단무의식이 꿈, 신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고 주장했다. 화성과 관련된 다양한 상징과 개념들 역시 우리의 문화와 신화, 이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상징과 개념들이 집단무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러 문화와 시대에 화성이 반복 등장한다는 것은 인류의 무의식적인 감정이나 상상력이 화성에 투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화성은 대대로 인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성의 영문 이름인 'Mars'는 로마의 전쟁의 신 이름을 딴 것이다. 인도에서 화성은 전쟁과 불행을 가져오는 신인 망갈라(Mangala)라고 부른다. 참고로 인도에서 2014년 발사해 세계를 놀라게 한 화성 탐사선의 이름은 망갈리안(Mangalyaan)이다. 동양권 역시 화성을 '불의 별'이라 부르며 전쟁과 화재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에서 화성이 전쟁, 피, 혹은 불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특유의 붉은색 때문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도 불그스레 보이는 화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붉은빛이 뚜렷하다.


(좌) 육안으로 보는 화성 / (우) 화성 근접 사진 (출처 하단 명기)


붉은빛으로 지구를 비추며 위협하는 듯한 자태를 보이는 화성이 외계인 기지의 대명사가 된 것은 영국의 허버트 조지 웰스(H. G. Wells)가 1899년 쓴 <우주전쟁>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동명 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인 우주전쟁에서 문어 모양을 하고 있는 외계인은 화성에서 지구로 쳐들어온다. 1947년 미국의 로즈웰 사건으로 이제 '그레이'가 외계인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1950년대까지 지구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외계인은 문어였고, 문어 외계인은 화성에서 지구를 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지 웰스가 화성에 사는 외계인이라는 영감을 받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이 주장한 '화성 운하설' 때문이다. 




화성에 인공 운하가 있다고?


화성에 인공 운하가 있다고 주장하여 스타덤에 오른 퍼시벌 로웰이라는 인물은 조선과도 큰 연관이 있다. 1883년 일본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을 방문한 로웰은 1884년 조선을 방문하기도 한다. 조선 방문 기간 동안 한양을 둘러보며 조선을 관찰한 그는 1885년 책을 발간한다. 바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u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란 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의 별칭인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좌) 앞줄 왼쪽이 로웰 / (우)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표지


이후 귀국한 로웰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을 관찰하며 쓴 논문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행성 화성(La planete Mars)>을 읽고 천문학자로 변신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을 관찰하며 표면에 '계곡 같은 모양(Canali)'이 관찰된다고 서술하였는데,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운하(Canal)로 번역되었고, 로웰은 이를 '인공 운하'로 받아들였다. 사소한 번역 오해에서 시작된 파장은 나비효과처럼 커지게 된다. 


스키아파렐리의 의도와 달리 로웰은 화성의 관찰 논문을 '인공 운하'로 해석하게 되고, 1895년 <화성(Mars)>이라는 책에서 인공 운하를 건설한 화성인의 존재를 주장하게 된다. 화성에 화성인이 있다는 열풍이 퍼지면서 서두에 언급한 소설  <우주전쟁>이 나오게 되고, 화성인 열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로웰이 그린 화성 운하 지도


하지만 학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건조한 기후로 화성인은 위기를 겪고 있고, 화성의 극지방에 위치한 얼음을 끌어 쓰기 위해 대운하가 건설되었다는 로웰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1909년에는 화성에서의 자연적인 침식 작용으로 운하처럼 보이는 지질학적 구조물이 운하처럼 보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로웰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추가로 화성인에 관한 책을 발간하며 유명 인사로 자리 잡게 된다. 학계에서는 전혀 인정을 못 받았지만 셀럽으로 천문 활동을 지속한 그는 명왕성을 발견하기 위해 여생을 바치게 된다. (로웰과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의 이야기는 분량상 생략. 이것도 상당히 흥미 있으니 찾아보시길)


화성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은 1960년대 본격화된다.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마리너 4호는 화성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였고, 인공 운하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971년 발사된 마리너 9호는 화성 궤도에 진입하여 생생한 사진을 전송한다. 화성의 거대 화산과 계곡 사진이 바로 그것인데, 길이 4,000km 이상, 폭 200km, 깊이는 최대 7km에 이르는 마리너 계곡(Mariner Valley)이 이때 발견되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 길이 450km, 깊이 1,500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마리너 계곡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마리너 계곡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계곡이다. 이렇게 화성 탐사선이 찍은 사진에서 외계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게 되자, 화성 외계인 설은 빛을 잃어가게 된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마리너 계곡을 가지고 재밌는 공상 소설과 같은 시나리오를 다수 쓰게 된다)


화성을 가로지르는 마리너 계곡




화성 탐사선으로 화성 외계인의 존재는 부정되었다?


화성에서 기대했던(?) 외계인과 운하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화성 표면에는 붉은색을 띠는 산과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류는 계속해서 화성을 탐사한다. 여전히 화성은 외계인까지는 아니지만 생명체가 살 확률이 가장 높은 행성이고, 지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격변이 벌어졌을 때 이주할 대안 1순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이 넘쳐흘렀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는 다수 탐사를 통해 넘치도록 발견되었다. 심지어 마리너 계곡 하단 부에는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화성을 탐사하며 찍은 사진에서 발견되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진은 1976년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화성에서 촬영한 사람 얼굴 모양의 사진이다. '화성의 얼굴(Face on Mars)'로 불리는 이 사진은 외계인이 화성에 남긴 문명의 흔적이라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2015년에는 화성에 스톤헨지가 있다는 증거 사진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좌) 화성의 얼굴 / (우) 화성에서 발견된 스톤헨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들 사진은 고화질 사진으로 대부분 반박 가능하다. '화성의 얼굴'은 워낙 논란이 크다 보니 나사(NASA)에서 여러 차례 반박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음모론의 중심은 언제나 나사이기에 사람들은 나사의 발표보다 과거에는 태블로이드, 현재는 유튜브를 더 믿는 게 현실인 상황. 아마 이러한 현실 부정에는 로웰과 웰스가 만든 화성인 이야기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1976년 바이킹 무인탐사선이 화성에 첫 발을 디뎠을 때 (화성의 계곡을 발견한 마리너 위성은 화성 궤도에서 화성을 관찰하였고, 실제 화성에 착륙한 것은 바이킹이 최초) 많은 사람들은 화성의 푸른 하늘과 외계인, 그리고 운하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사에서는 화성이 붉은 하늘의 사막이라고 발표하였고, 현장의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인류가 화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직접 사람이 두 발로 화성 땅에 착륙해야 본격적으로 화성을 알아갈 수 있으니. 그동안에도 많은 지구인들은 화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다. 33개월의 우리 아들처럼.


글이 길어져서 최근의 화성 탐사 현황과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사진출처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21205/116854355/1

https://starwalk.space/ko/news/mars-the-ultimate-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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