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세대를 대하는 방법은?
아리아 어디 갔어!!!! T-T
인생 33개월 차 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리아가 없어졌다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아리아"를 이야기했을 정도로 아리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여기서 아리아는 SKT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호출할 때 부르는 이름으로, 어릴 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명령하는 "아리아~ 동요 틀어줘", "아리아~ 자장가 틀어줘"를 들으며 성장한 우리 아들은 아리아를 자연스레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 관련글 : 우리 아들이 엄마, 아빠 다음으로 한 말은? ) 최근에는 아리아에게 '엄마퀸카' 노래 틀어달라고 요청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 관련글 : 32개월 아이의 플레이리스트 )
발도 달려 있지 않은 아리아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집을 나간 것일까?
지난 주말 엄마가 1박 2일 자리를 비우며 집에 있는 아리아를 야외 스피커 용도로 가지고 갔다. 잠시 아리아가 없어도 괜찮겠지 생각을 했건만, 아이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엄마가 없어도 아빠랑 잘 놀며 자신이 많이 컸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던 우리 아이. 거실에서 신나게 노는데 흥을 돋울 무언가가 필요했는지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아리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아리아가 있던 장소에 가보니 아리아가 없다! 아리아의 부재를 느끼고는 아리아 어디 갔냐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아리아 돌아오라고 하면서.
이처럼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공지능을 비롯한 최신 첨단 기술에 노출되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식당을 가면 서빙을 해주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서빙 로봇을 처음 식당에서 봤을 때가 2019년 인 것으로 기억한다. 불과 3~4년 사이에 많은 식당에서는 인건비 절감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 서빙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도 돈가스 집에서 서빙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돈가스를 먹기 위해 방문한 식당에서 우리 아들은 아래 움짤과 같이 로봇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로봇의 서빙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더니, 식당을 나올 때는 역시나 빠빠이 인사를 한다. 우리 아이에게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이미 현실인 것이다. 과거 우리는 로봇을 만화에서만 봤는데 말이다.
MZ세대라는 알듯 모를 듯하는 세대 개념이 시대를 강타하고 얼마가 지난 지금. 이제 MZ세대 뒤를 논하는 알파세대라는 용어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의 한 범주로 묶기도 힘든 세대를 묶어 MZ세대라고 통칭을 하더니, 이제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알파세대라고 명명한다.
알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IT서비스와의 친숙도를 꼽는다. 이들 세대의 부모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IT기기를 접한 밀레니얼 세대이고, 부모의 영향과 더불어 디지털기기의 사회적 확산에 의해 지금의 알파세대는 말을 배우고 글일 익히기 전부터 스크린 조작법부터 익혔다.
알파세대 초창기인 지금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디지털 키즈'들이다. 그들에게는 TV에 나오는 영상보다 유튜브가 더 친숙하고, 유튜브도 지겨운 나머지 틱톡, 쇼츠와 같은 더 짧은 영상에 푹 빠져있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을 소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현재의 알파세대이다. 그리고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교육 단절을 경험해 본 세대이기도 하다.
알파세대에서 비교적 후세대에 속하는 우리 아들을 포함한 세대는 알파세대 초창기와는 또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스마트폰, 아이패드 뒤를 이을 디지털 기기와의 친숙도이다. 바로 인공지능을 포함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통신 기구와의 친숙도이다. 아리아가 사라졌다고 우는 우리 아이처럼 이미 지금의 아이들은 단순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 기기들과의 친밀도가 높다.
향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기는 우리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위치하게 된다. 가정에 있는 스마트스피커,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개인용 로봇의 보급,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세계 등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인공지능은 교류하고 소통하고 친밀도를 쌓아갈 것이다. 과제를 하는 데 있어서도 현재의 엄마, 아빠 세대가 검색을 통해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의 알파세대가 유튜브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에게 답을 물어보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아이들이 산업계로 나가게 되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디지털 온리 세대를 넘어 인공지능 온리 세대가 될 지금의 알파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10~20년 뒤에 인공지능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손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컴퓨터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던 것이라고 쳐다보지 않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싼 스마트폰은 애들이나 쓰는 거라고 피처폰을 고집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우리보다 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잘 보신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가 챗GPT의 형태든,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다른 형태이든 상관이 없다. 어떻게든 그러한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고,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기술에 마음을 오픈해야 한다. 무작정 긍정하자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최소한 역행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본 글은 제가 얼마 전 발간한 브런치북 <AI전문가의 육아 이야기>에 수록된 이야기를 흐름에 맞게 재편집하여 다시 발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