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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29. 2023

10월의 마지막에 듣는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7080 세대들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가왕이었던 조용필을 밀어내고 가요대상을 받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10월 31일 라디오에서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원히트원더의 대명사인 이용 역시 가을이면 TV에서 잊혀진 계절을 부르곤 한다.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10월의 마지막 날은 할로윈(Halloween)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이벤트였던 할로윈은 영어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20대로 성장하며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에는 이태원 등지에서 할로윈 코스튬을 하며 파티를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점점 할로윈 문화는 확산되어 어린이집부터 성인들까지 명절을 챙기듯 할로윈을 챙기기 시작했다.


7080도 요즘 세대도 아닌 나였지만 10월이 되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한 번씩 들었으며, 할로윈도 뒤늦게나마 즐기기도 하였다. 에버랜드의 할로윈 이벤트에도 참석해 보고 호텔 클럽에서 주최하는 파티에서 놀아보기도 하였다. 작년에만 해도 어린이집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코스튬을 준비하라고 하여 딸기 모양의 옷을 샀던 기억이 난다. (끝내 옷을 입어보지는 못했다)


(좌) 대상 수상곡 이용의 '잊혀진 계절' / (우) 코스튬 딸기 옷이 싫다고 우는 작년의 아이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10월의 마지막 날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아닌 할로윈 파티도 아닌 이태원 참사로 기억된다. 정확히 10월의 마지막 날은 아니었지만 작년 오늘인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서는 159명의 귀한 생명이 속절없이 사라져 갔다.


1년 전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 골목에 설치된 '참사 기억의 길'에는 그날의 일을 잊지 않고 있는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옅어지긴 했지만 그날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괴롭히고 있다. 작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접했던 뉴스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고, 당시 강의하던 학교 학생들이 피해자들과 또래라 충격은 더욱 오래갔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많은 후배 가수들이 다양한 무대에서 재연한 바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것은 단연 아이유가 부른 버전이다. 아이유는 본인의 앨범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리메이크 앨범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유명곡을 커버한 영상들도 인기인데, 그중 하나가 잊혀진 계절이다. 21살의 나이에 저런 감성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유 커버 곡 중 또 하나 추천하는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부른 '옛사랑'이다)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의 특성상, 10월의 마지막밤에 아이유가 커버한 노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위 유튜브 링크의 댓글 창을 보면 연도와 월일을 명기하고 올해도 들으러 왔다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누군가는 아쉬움의 댓글을, 누군가는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을 들으러 온다. 그렇게 방문하여 노래가 플레이된 횟수가 200만 건 가까이 된다.


하지만 2022년의 댓글들은 유독 가슴이 아려온다.

노래 제목과 달리 그날밤의 기억만큼은 잊히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위 유튜브 링크의 베스트 댓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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