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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Nov 01. 2023

유치원은 이미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코딩은 필수??!!

우리 아이는 12월생이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인 12월 23일생이다* **. 같은 개월 수 대비해서도 아이가 작은 편이니 같은 학년의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유독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지만, 이제 유치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친구들에게도 지지 않고 자기주장을 똑바르게 하는 당찬 아이라 그나마 안심이 되긴 하는데, 그럼에도 유치원부터는 보육이 아닌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라 걱정이 조금 되는 것도 사실이다.


* 이브가 evening의 약자로 저녁을 뜻하지만 시적 허용으로 넘어가 주세요

** 12월 23일생은 생일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 퉁 못 치나요? ㅜ_ㅜ


나 때는 구버전 한국나이로 6살에 유치원을 갔던 것 같은데, 요즘은 5살이면 유치원을 간다. 게다가 영어유치원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사립초등학교 입학 등의 로드맵까지 생각하면 유치원 선정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개인적으로는 '될놈될'이라고 잘할 아이는 웬만한 환경만 갖춰도 잘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나 보다.


그렇게 해서 지난 금요일부터 많은 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다니고 있다. 입학설명회에서 처음 놀랐던 것은 모든 유치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런 환경에서 배움을 이어나간다면 누구나 영재만 될 것 같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웬만한 유치원 어느 곳을 선택하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개인적인 이목을 끌었던 요소 하나.


모든 유치원에 코딩 커리큘럼이 있다!




먼저, 아이들은 AI 로봇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만 3세, 예전 나이 5세는 아직 코딩적인 활동은 무리라고 판단을 해서인지, AI 로봇 혹은 코딩 로봇과 하는 활동들이 설명회에 참석한 모든 유치원의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다.


이전에 작성한 브런치포스트에서 우리 아이를 비롯한 요즘 세대의 아이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익숙한 세대가 될 것이기에 기성세대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쓴 바 있다. ( 링크 : 우리가 인공지능에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 ) 유치원 교육 과정을 보니 어쩌면 인공지능과 로봇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 세대의 부상은 더욱 빠를 것만 같다.


상담받은 유치원에는 이와 유사한 AI 로봇들이 잔뜩 비치되어 있었다. (출처: 충청투데이)



유치원에서는 앞으로의 코딩 학습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예전 한국 나이로 6세와 7세가 되면 코딩 수업이라는 워딩이 커리큘럼에 떡하니 명기가 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코딩을 하지는 않는다. 유치원에서의 코딩 수업은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 순서에 맞춰 블록을 조립하고 그 결과가 태블릿에 표현되는 놀이 위주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아이들의 코딩 수업을 위해 블록 놀이를 강조하는 글을 쓴 바가 있는데 ( 링크 : 32개월 아이, 코딩 공부 첫 단추는? ), 유치원의 코딩 교과 과정 역시 블록을 통한 컴퓨팅 사고능력 함양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치원들 중에는 코딩 교육에 좀 더 방점을 찍는 곳도 있다. 한 유치원은 별도의 코딩 선생님을 두어 아이들에게 특화된 AI 코딩 수업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래의 영상을 보여주며 자신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아이들이 앞으로 코딩을 배울 때 필요한 능력을 함양시켜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코딩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유치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빠는 선택권이 없다) (아래 영상은 재밌으니 한 번 보시길)


 



여러 유치원을 다녀 보며 설명회를 들어 보았지만, 영어유치원이 아닌 이상에야 커리큘럼은 대동소이했다. 거의 모든 사립 유치원은 영어 교육을 주 3회에서 5회 실시하고 있고, 한글과 숫자 교육, 그리고 코딩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실내외 특별활동은 기본이고.


결국 선택의 기준은 유치원의 운영 방침과 교육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인상 깊었던 두 유치원의 설명을 한 번 비교해 보자.


먼저 A유치원 원장님의 설명이다.


우리 유치원은 우주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보다 나비처럼 직접 볼 수 있는 것을 체험하는 활동 위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설명을 듣자마자 '응?'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아이에게 우주는 추상적인 것이 아닌 현실 그 자체인데 추상적이라는 말을 들으니 우리의 우주가 부정을 당하는 것만 같았다.


이어서 B유치원 원장님의 설명이다.


매달 인상 깊었던 활동 사진을 출력합니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을 1년에 걸쳐 도는 것을 형상화해서 사진 12장을 지구 공전 궤도에 맞춰 붙입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지구의 공전의 이치와 함께 1년의 시간 흐름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추억도 곱씹을 수 있고요.  


절대 아빠와 아들이 우주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아이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무궁무진한데 이를 한정 짓는 느낌의 교육 방침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금 인상 깊었던 것이다. 물론 A유치원 역시 훌륭한 프로그램과 우수한 선생님들로 1순위만으로 마감이 되는 인기 유치원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우선순위가 조금 밀릴 것만 같다. 이렇듯 유치원 선택에는 부모의 교육관과 맞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어차피 프로그램은 다 좋으니 말이다.


이제 얼추 유치원에 대한 마음은 정하였고, 오늘(11/1)부터 사전 접수를 진행해야 한다. 유치원 설명회는 부모들이 선택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유치원이 추첨을 하게 된다. 인기 있는 유치원은 대부분 1순위 신청자들로만 마감되기에 운이 따라야 한다. 지난 주말 근처 사찰에 단풍 구경 갔을 때 불상을 보고 예수님이라고 반가워하던 아이 모습이 문뜩 생각이 나며, 혹시나 신성모독으로 불운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세계 4대 성인이신 예수님과 부처님께서 아이의 귀여운 착각은 너그러이 넘어가주실 것이라 믿으며, 행운이 우리에게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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