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알파세대가 온다
31개월 우리 아들은 흥이 많다.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에서 흘러나오는 뽀로로 동요에 맞춰 한참을 아빠와 춤을 춘다. 어린이집 휴가 기간을 맞아 집에 있는 아빠의 고난도 춤동작(발을 엇갈려 점프하는 어른들에게는 쉬운 동작)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따라 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꽤 귀엽게 느껴진다. 그러다 함께 외출을 하기 위해 아리아를 잠시 껐는데, 우리 아들은 현관문을 나서며 아리아에게 인사를 한다.
아리아 빠빠이
자신을 아빠와 신나게 놀게 해 준 아리아가 고마웠는지 아리아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우리 아들. 이렇듯 31개월의 우리 아들에게 이미 인공지능 스피커는 또 하나의 가족인 것이다. 지난 브런치 글에서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에 친숙한, 우리 아들을 포함한 알파세대가 등장하고 있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오늘은 알파세대 등장을 기성세대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느 순간부터 식당을 가면 서빙을 해주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서빙 로봇을 처음 식당에서 봤을 때가 2019년 인 것으로 기억한다. 불과 3~4년 사이에 많은 식당에서는 인건비 절감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 서빙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도 돈가스 집에서 서빙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돈가스를 먹기 위해 방문한 식당에서 31개월의 우리 아들은 아래 움짤과 같이 로봇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로봇의 서빙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더니, 식당을 나올 때는 역시나 빠빠이 인사를 한다.
이렇듯 효용성을 강조하는 매장에서 새로운 기술은 부지불식간에 전파되곤 한다. 처음 키오스크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매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절감이 되고 주문을 받는 효용성이 커지기 때문에 고객의 불편한 목소리가 있음에도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 많은 식당들은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고, 이제 키오스크가 없는 식당을 방문하면 오히려 조금 어색함을 느끼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개업하는 식당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거의 대부분의 신장개업하는 식당은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식당의 환경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키오스크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는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다려줄 여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래의 기사와 같이 키오스크로 인한 문제가 계속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준다. 흔히 3차 산업혁명으로 이야기되는 컴퓨터의 확산과 인터넷의 보급은 우리의 삶 자체를 바꿔 놓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컴퓨터가 없던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래의 80년대 사무실 풍경처럼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많은 회사의 업무는 열심히 돌아갔다. 비록 컴퓨터가 가정으로 보급되는 시기에 초등학교(입학은 국민학교였지만 졸업은 초등학교)를 다녀서 과제를 컴퓨터로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어 컴퓨터가 없는 모습이 상상이 잘 되지는 않지만, 윗세대의 많은 분들은 컴퓨터가 없던 시절을 더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80년대 말 90년대 초부터 개인용 컴퓨터가 회사로, 그리고 가정으로 보급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무실의 모습도 그리고 일상생활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컴퓨터가 보급된 사회로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업무는 컴퓨터로 대체되었고, 일상의 많은 일들 역시 컴퓨터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였다. 거기에 인터넷도 보급이 되기 시작하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너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서 정보화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는 급속히 변화하였다.
이런 사회의 변화에 맞춰 누군가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도태되기 시작하였다. 전자기기라고는 텔레비전 밖에 모르던 세상에서 컴퓨터라는 물건은 신통방통하지만 무서운 기기였다. 컴퓨터에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였고 컴맹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 시점이다. 빠르게 컴퓨터에 적응해 나가고 PC통신을 통해 소통을 하던 젊은 사람들과 달리 빠름에 적응을 못하는 기성세대는 컴맹이라는 용어와 함께 소외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일까. 동년배의 개그맨 전유성 씨의 책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세상에 겨우 적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디지털기기가 등장을 하면서 또 세대차이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얘기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알기에 간단하게만 이야기해 보겠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요즘 애들이 쓰는 것이라고 피처폰을 고집하셨던 우리 부모님들은 이제 누구보다 스마트폰을 잘 쓰신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겨 보시고 YTN보다 네이버, 다음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더 자주 보신다.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요망한 기계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를 홀려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게 만들어버렸다.
겨우 컴퓨터도,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적응을 마친 기성세대에게 더 이상의 기술 발전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알파고의 등장, 2023년 챗GPT의 등장과 함께 들려오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적응은 기존의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적응보다 더 한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우선, 기술 진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
90년대 컴퓨터, 2000년대 인터넷, 2010년대 스마트폰. 기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를 한다. 문제는 진화의 속도이다. 2007년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을 담당했으며 미래학자, 발명가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을 주장하였다. 수확 가속의 법칙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는데 발전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과거 10년보다 미래 10년의 기술 발전은 훨씬 빠르고 우리가 상상을 벗어난 범위로 일어날 것이다. 2016년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사람을 이긴 후, 7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사람의 언어를 흉내 내고 있다. 앞으로 7년간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쉽게 논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의 파도가 한 방향에서만 오지 않는 것이다.
컴퓨터가 보급되었을 때 우리는 컴퓨터라는 기기에만 익숙해지면 되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유튜브, SNS 알고리즘에 조정당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하나의 기기에 내장되어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전방향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그리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수한 서비스와 기기들.
이미 챗GPT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 개선은 물론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가려고 하는 챗GPT 만으로도 이걸 활용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향후 인공지능이 더 보급이 된다면, 더 일상으로 다가오게 된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게다가 알파세대가 오고 있다. 유튜브, SNS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던 우리의 어린 세대는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에 친숙한 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거부감이 없고 친구로 느끼는 이 세대는 인공지능을 우리보다 더 거부감 없이 잘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변화할 사회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다가올 세대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해야만 한다.
오늘 글에서는 세대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를 한 번 살펴보았다. 다음번에는 우리 아이들을 다가올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데 핵심 키가 될 인공지능에 적합한 인재로 키우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한 번 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