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와 공존하는 법
MZ세대라는 알듯 모를 듯하는 세대 개념이 시대를 강타하고 얼마가 지난 지금. 이제 MZ세대 뒤를 논하는 알파세대라는 용어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의 한 범주로 묶기도 힘든 세대를 묶어 MZ세대라고 통칭을 하더니, 이제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알파세대라고 명명한다.
알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IT서비스와의 친숙도를 꼽는다. 이들 세대의 부모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IT기기를 접한 밀레니얼 세대이고, 부모의 영향과 더불어 디지털기기의 사회적 확산에 의해 지금의 알파세대는 말을 배우고 글일 익히기 전부터 스크린 조작법부터 익혔다.
이러한 세대 구분법에 따르면 2020년 생인 31개월 우리 아들은 알파세대이다. 알파세대의 특성답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 우리 집은 일요일 저녁에만 티비를 튼다. 그것도 야구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용도로 시청이 허용이 되는데, 티비 미디어를 평일에 보지 못하다가 티비가 나오게 되면 우리 아들은 티비에 푹 빠져서 그 앞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점만 봐도 티비 등의 영상 미디어 중독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아무튼 야구가 틀어진 티비 앞을 떠나지 않던 우리 아들은 어느새 심심해졌는지, 야구 스코어가 표시된 화면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카운트가 표시된 색깔 있는 점에 관심을 가지더니 이내 터치를 하기 시작한다. 가끔 보던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터치하던 것처럼 티비도 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우리 아들이 아웃 카운트를 표시하는 빨간 점을 터치하는 순간 화면 전환이 있었고, 자신이 화면을 전환시켰다고 생각하고는 한참을 손뼉 치고 좋아한다. 참고로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야구 방망이스러운 것이다. 이후 야구 방망이 장난감을 사주었고 야구 방망이를 자주 휘두르고 다닌다.
스마트폰, 특히나 유튜브의 중독성을 우려하는 우리 부부는 정말 웬만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을 찾을 때만 본인 사진과 영상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끔 보여준다. 최근에는 외할머니가 평일 낮에 육아를 도와주시기에 외할머니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기 사진과 영상을 보곤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어플을 여는 법을 어느새 익히더니, 이제는 자기가 보고 싶은 자기 영상을 찾아가기 위해 화면을 터치로 휙휙 넘기고, 뒤로 돌아가는 버튼도 터치해서 이전 행동을 되돌릴 줄 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는 댓글창에 들어가서 이모지(Emoji)를 남기기 시작했다.
위에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댓글은 우리 아들이 이번달 초에 남긴 댓글이다. 작년 10월의 글까지 터치로 휙휙 넘어가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모지를 남겼다. 최근 공놀이를 좋아해서 야구공, 축구공, 농구공을 많이 가지고 노는데 이모지도 공이 좋았나 보다. 공을 마구마구 누르고는 이내 깃발로 넘어갔다. 지도책에 나오는 국기도 좋아하는 우리 아들. 태극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태극기가 아닌 다른 나라 국기들을 이모지로 남겼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한다.
나 이거 좋아해
최근 Z세대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 것이 글보다 이모지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축하해"라는 글자보다, 폭죽이 터지는 이모지를 선호하는 것이 요즘 세대이다. 나와 같이 80년대생 M세대에게 이모지는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수단'이었던 이모지가 최근 Z세대에게는 새로운 '언어'로 활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래 대화와 같이 글을 쓰지 않고 아예 이모지로 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팝콘과 영사기를 써서 영화 보러 가자는 대화를 하는 것은 유쾌한 요즘 세대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글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는 알파세대 우리 아들 역시 귀여운 그림으로 되어있는 이모지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까지를 우리는 MZ세대라고 하지만, MZ세대 내에서도 M세대와 Z세대의 세대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2010년대생 이후의 알파세대 역시 세대 내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알파세대 초창기인 지금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디지털 키즈'들이다. 그들에게는 티비에 나오는 영상보다 유튜브가 더 친숙하고, 유튜브도 지겨운 나머지 틱톡, 쇼츠와 같은 더 짧은 영상에 푹 빠져있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을 소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현재의 알파세대이다. 그리고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교육 단절을 경험해 본 세대이기도 하다.
알파세대에서 비교적 후세대에 속하는 우리 아들을 포함한 세대는 알파세대 초창기와는 또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스마트폰, 아이패드 뒤를 이을 디지털 기기와의 친숙도이다. 바로 인공지능을 포함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통신 기구와의 친숙도이다. 앞서 인공지능 스피커와 우리 아들과의 관계를 다룬 글에서 이미 지금의 아이들은 단순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 기기들과의 친밀도가 높다는 점을 살펴본 바 있다.
향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기는 우리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위치하게 된다. 가정에 있는 스마트스피커,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개인용 로봇의 보급,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세계 등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인공지능은 교류하고 소통하고 친밀도를 쌓아갈 것이다. 과제를 하는 데 있어서도 현재의 엄마, 아빠 세대가 검색을 통해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의 알파세대가 유튜브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에게 답을 물어보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아이들이 산업계로 나가게 되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디지털 온리 세대를 넘어 인공지능 온리 세대가 될 지금의 알파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10~20년 뒤에 인공지능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손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컴퓨터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던 것이라고 쳐다보지 않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싼 스마트폰은 애들이나 쓰는 거라고 피처폰을 고집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우리보다 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잘 보신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가 챗GPT의 형태든,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다른 형태이든 상관이 없다. 어떻게든 그러한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고,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기술에 마음을 오픈해야 한다. 무작정 긍정하자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최소한 역행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한 편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길어졌다.
다음 편에는 컴퓨터의 보급 이후 인간의 디지털 적응기를 살펴보면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할 방법을 기성세대와 아이들 세대 관점에서 논해보고, 그다음 편에는 경제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나갈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방법들을 논해보도록 하겠다. (언제 올라올지는 미정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