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빠진 접시가 있었다
덜컥, 덜컥
접시가 돌 때마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이가 빠져 느린 접시에는
새, 나비, 벌, 꽃, 바람이 쉬어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접시는 이 빠진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
얘기했다.
다행히 그들은 이 빠진 접시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다독여주었다
여느 때처럼 불평하며 느리게 돌던 접시 앞에
빠진 이에 딱 맞는 모양의 조각이 있는 게 아닌가
이 빠진 접시는 재빨리 조각을 맞추었다
어쩜 이렇게 빈틈없을 정도로 딱 맞을까
"드디어 하늘이 내 소원을 들어주었네"
뛸 듯이 기쁜 이마춘 접시는
재빠르게 동네를 돌며 자랑하기 바빴다
모두들 이마춘 접시에게 축하를 하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이마춘 접시에게는
기쁜 날이 날마다 날마다였다
하루는 지나가는 새에게 안부를 물었다
옛날 같으면 접시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쉬며
조곤조곤 재미난 얘기를 나눴겠지만
이제는 접시가 너무 빨리 돌아
앉아 쉴 수가 없었다.
"응 잘 지내고 있어 헉헉 ~~ 너무 힘들어서 난 나무에 가서 좀 쉴께"
"응 그래 ;;;;;"
지나가는 벌에게, 나비에게, 꽃에게, 바람에게도
안부를 물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헉헉 대며 짧은 안부만 남기고
쉴 곳을 찾아 떠나갔다.
이마춘 접시는 그토록 원하던 빠른 발을 얻었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잃고 말았다
한동안 고민에 빠진 이마춘 접시는
결국
빈틈없이 딱 맞는 조각을 떼어내어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놨다
다시 이 빠진 접시가 된 것이다
덜컥 덜컥
느리게 도는 이 빠진 접시가 되었지만
소중한 친구들인
새, 나비, 벌, 꽃, 바람이
옛날처럼 접시 위에 앉아 쉴 수 있게 되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접시
끝~~~~~.
# 느림의 미학
# 이제는 옆도 뒤도 보면서 살자
# 하지만, 뒷다리 잡기는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