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더블 보너스 타임에 파란색 공을 던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대학교 4학년 때, 토익 시험을 위해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와 다른 수업을 들었지만, 시간은 동일했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둔산동의 거리를 거닐곤 했는데, 그중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싱통방통'이었다. 코인 노래방 부스가 상당히 많았고, 한쪽에는 스티커 사진, 농구게임, 그리고 2층에는 펌프와 철권 같은 오락실 게임들이 배치되어 있는 2층 규모의 아주 큰 오락공간이었다. 우리는 '싱통방통'에 가면 항상 농구게임을 했다. 농구는 전혀 관심 없는 그 친구가 농구게임을 했는데, 마치 공 던지는 기계 같았다. 규칙적인 호흡과 정확도, 클린 샷의 경쾌한 철 그물 소리와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점수가 나를 당황시켰다. 나는 우리 학교 농구동아리 회장이었다. 심지어 슛에 꽤나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그 친구 점수의 절반도 넣지 못했다.
오락실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농구게임 기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슈퍼루키', '비트 앤 덩크', 그리고 '엔슛'이다. 일단 각 기계의 특징이 있다. '슈퍼루키'는 공을 던지는 거리와 높이가 좀 있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슈퍼루키 중에서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되다 보니 연식에 따라 기계가 다른 것 같다. '비트 앤 덩크'는 영화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총 3라운드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이 짧기 때문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락실이나 영화관의 입장에서는 참 좋은 게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엔슛'이다. 엔슛의 특징은 파란색 농구공이 있다는 것이다. 파란색 농구공을 넣어 득점하면 점수가 무려 2배다. 클린 슛과 일반 슛도 구별해서 점수를 준다. 기계가 정확히 판단해서 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 슛은 2점, 클린 슛은 3점을 준다. 종료 5초 전에는 더블 보너스 타임을 주는데, 파란색 공을 클린 슛으로 넣으면 무려 12점을 얻을 수 있다.
둔산동 싱통방통에 있던 농구게임 기계는 엔슛이었다. 나는 엔슛을 가장 좋아한다. 실력이 좋으면 4번의 라운드와 심지어 보너스 라운드까지 총 5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아주 은혜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각 오락실마다 쿼터별 설정 시간이 달라서 엄청 야박한 곳은 보너스 라운드에는 5초만 주는 곳도 있었다. 보통은 40초 정도를 주며 보너스 라운드는 20초를 준다. 친구와 처음 싱통방통에서 엔슛을 접한 날은 200점을 간신히 넘겼던 것 같다. 친구가 그 정도도 잘하는 거라며 위로해줬다. 친구는 800점을 넘게 넣었다. 실제로 보면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친구 B는 정말 기계 같았다. 내가 본 사람 중에 오락실 농구게임을 가장 잘하는 친구였다.
이 농구공 게임은 돈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정말 돈 들이고 시간 들인 만큼 실력이 늘었다. 나의 게임 실력은 날로 늘었다. 4 쿼터에 500점을 넣으면 보너스 라운드를 갈 수 있는데, 이 500점의 문턱이 넘기 어려웠다. 그러나 놀랍게, 이 500점의 문턱을 넘어선 후로는 실력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600점 초반을 간신히 넘기던 내가 빠른 시간 안에 800점을 달성했다. 내 전완근도 800만큼 터질 것 같았다. 공을 하나씩 넣을 때마다 '촥' 소리가 나는데, 이게 연속으로 넣으면 '촥촥촥촥촥' 같은 식으로 아주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주는 경쾌함이 아주 쾌감이 있다. 아마도, 어떤 사람이 이 게임에 중독이 된다면 바로 이 '촥촥촥' 소리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엔슛은 클린 슛을 연속으로 넣으면 콤보를 외쳐주는데, 10번째 콤보부터는 '맥스 콤보!'를 찰진 발음으로 외쳐준다. 오락실 농구게임에서 사운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트 앤 덩크'에도 재미있는 추억이 있다. 수원에 사는 친구 C와의 추억이다. 아주대학교 근처에 오락실이 있었는데, 매월 오락실에 있는 게임 기록의 순위를 매겨 포인트를 주었다. 당시 친구가 열심히 게임을 해서 포인트를 모으고 있었다. 당시 그 오락실의 농구게임 최고 점수를 보니 450점 정도였다. 이 오락실의 비트 앤 덩크에서는 독특한 농구공을 사용했는데,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알록달록하고, 손에 아주 촥 감기는 농구공이었다. 보통 비트 앤 덩크의 경우 430점이면 꽤 높은 점수인 편이었는데, 여기는 아니었다. 더 많이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470점 이상을 달성했다. 친구 C는 덕분에 매월 쏠쏠하게 포인트를 쌓았다. 나중에 포인트를 더 많이 쌓아서 아주 큰 상품을 받을 계획이었다. 실제로 내가 마지막에 세운 기록은 498점이었다. 한 골만 더 넣었으면 500점이 넘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웠다. 그저 나 자신과의 경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 달 지난 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용준아, 나 여기 오락실 포인트 있잖아. 매월 쌓일 때마다 안 쓰고, 8만 포인트 모아서 대형 인형 하나 가져가려고 계속 모았거든? 근데 여기 오락실 없어졌다."
허무했다. 월별 최고 기록을 달성하면 꽤나 많은 포인트를 주었는데, 그래서 친구가 더 열심히 모았는데. 어쩌면, 그때그때 포인트를 쌓지 말고 바로바로 잘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인생도 비슷하다. 엄청 큰 행복이 한 번 오는 것보다, 작은 행복들이 자주 오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더블 보너스 타임에 파란색 공을 던지는 것을 정말 참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