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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Jan 09. 2024

내가 돈이 있다면 할 일

돈,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작년에 들었던 교양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여러분이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해외여행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3개월 정도 영어 공부를 하러 필리핀에 갔었다. 그 이후로는 한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


나는 어렸을 때 영국에 너무 가고 싶었다. 해리포터, 닥터후, 셜록 등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영국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랜드마크를 공부하고, 촬영지를 찾아보고, 영국인의 브이로그를 봤다. 영국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새벽까지 읽고, 관련 책도 찾아 읽었다. 설레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어렸을 때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내가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돈, 시간, 용기 세 가지가 딱 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었다. 돈이 있을 때 의도적으로 시간을 낸다면 충분히 낼 수 있었을 텐데 이때는 용기가 없었다. 낯선 곳에 간다는 생각이 마지막 순간에 나의 발을 묶었고, 여행 자체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본 적이 없으니 항공과 숙박을 선택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해외여행은 내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아있다. 지금은 어중간한 돈과, 어중간한 시간과, 어중간한 용기로 해외여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언젠간 꼭 갈 거라는 생각으로, 선착장을 떠난 적 없는 돛단배를 바라보며 언젠가 바다로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미련한 사람처럼, 그렇게 기약 없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돈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내 삶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알 수 있는 것 같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란 걸 마음 깊숙이 알고 있는 일, '내가 돈이 있다면 할 일'을 떠올렸을 때 단번에 떠오르는 바로 그 일, 그런 일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나 자신은 알고 있지만, 현실에 타협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정말 떳떳하고 당당하고 솔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었을 때 지난날들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을 한탄하며 여전히 바라고만 있다면 나 자신이 너무 딱할 것 같다. 필요한 돈을 모아서 시간과 용기를 내서 해외여행을 간다면, 내 인생에 가장 돈을 잘 쓴 순간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나 자신은 알 것 같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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