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지 Jan 20. 2024

전교 1등을 하고 달라진 것

나를 변화시킨 물건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물건은 중학생 때 처음 사용했던 스터디 플래너다.


초등학생 때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지만, 늘 한두 개씩 꼭 틀려서 100점은 못 맞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었다. 아마 아트박스였을 거다. 예쁜 스터디 플래너를 발견해서 샀다.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공부 계획과 목표를 적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학원을 안 다니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팝송을 듣거나, 블로그를 하거나, 미드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일상을 살았고, 학교 공부는 자기주도학습으로 했다.


플래너에 시험 당일 어떤 과목을 보는지 적고, 그날을 기준으로 디데이를 계산해 전체 해야 하는 공부량을 분배했다.


플래너를 쓰니 내가 해야 하는 공부의 전체 범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 과목별로 해야 하는 세부내용을 체크해서, 내가 확실히 끝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었다. 각 과목별로 (1) 교과서 정독 (2) 학습지 정독을 최소 2번씩 했다. 플래너가 예뻐서 내가 아끼던 보라색 펜으로 중요한 내용을 체크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난, 중1 2학기 중간고사 때 내 인생 처음으로 전교 1등을 했다.


전교 1등은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학기 때는 전교 13등이었다. 나는 내가 13등까지는 할 수 있어도 1등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전교 1등'을 대단한 형용사처럼 사용해서, 마치 전교 1등이 목표라고 하면 부끄러운 말 같이 느껴지고, 나랑은 관계없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확정 지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 전교 1등을 하고 '아! 나도 1등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성적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하는 기대가 올라서 그런지 전체 성적은 더 높아졌고 거의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받았다. 이렇게 졸업하기 전까지 전교 1등을 몇 번 더 했다.


신났던 건지, 전교 1등을 한 바로 다음 시험기간에 내 스터디 플래너는 더 화려해졌다.


이때의 나를 되돌아보며, 작은 성취 하나가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임팩트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 한 번의 성취가 나에게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주었고,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마치 습관이 된 것처럼, 이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이상하게도 쉬워 보였고 실제로도 쉽게 이루어졌다.


내가 나를 평가할 때, 내 정체성을 인지할 때, '나는 00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럼~'이라고 믿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실제로도 그것을 성취해 낼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나의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은 변할 수 있다.


전교 1등이 되기 전과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나에게 내 가능성을 보여주고, 내 삶을 바꿔준 이 스터디플래너는 너무 소중해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책상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이전 15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회의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