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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Feb 04. 2024

길 잃은 영혼을 위한 안내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리뷰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라는 뜻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명대사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89년작으로, 개봉 3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시대가 변화함에도 이 영화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오늘날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진정으로 중요시 여겨야 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 길을 제시해 준다. 우리는 참된 인생을 살고 있을까? 목적 없는 삶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볼 것을 천한다.



시놉시스


웰튼 아카데미는 1859년에 창립된 미국의 명문 학교다. 학생들에게 ‘헬튼(Hell-ton)’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엄격한 규율과 전통을 자랑하며, 학생들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의사, 변호사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한다. 새 학기 개강식, 존 키팅이 새로운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자신도 ‘헬튼’을 졸업했다고 말하는 키팅은 기존에 웰튼에서 가르치던 공부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을 가르친다. 첫 수업부터 학생들을 복도로 데리고 나가고, 영어 교과서의 서문을 찢어내라고 외치고, 자신만의 시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학생들은 낯설기만 한 키팅의 수업을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점차 키팅의 수업에 매료되어 그를 ‘캡틴’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에 대해 알게 된 학생들은 이후 밤마다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숲의 동굴 안에 모여 함께 시를 읽는다. 키팅의 가르침으로 학생들은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을 과감히 하게 되고, 사랑을 쟁취하거나 진정으로 원했던 무대에 서게 된다.


카르페디엠


출처| https://url.kr/h4edb5


키팅은 첫 수업에 학생들을 데리고 졸업생들의 사진이 전시된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 아마 모두들 이 복도를 수없이 지나다녔어도 사진을 제대로 본 적이 없을 거라고 말한다. 키팅은 한 학생에게 책을 펼쳐 다음 구절을 읽게 한다.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old time is still a flying, and this sam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will be dying.” 그리고 ‘카르페디엠’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르페디엠은 ‘seize the day’의 라틴어 표현으로,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키팅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언젠가 숨을 거두고 차가운 몸이 되어 사라진다. 지금은 사진 속 얼굴에 불과한 졸업생들도 한때는 키팅의 학생들처럼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살았을 것이다. 무표정한 사진 속 얼굴들은 마치 후회하지 않을 불꽃같은 현재를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웰튼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고3 시절이 있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잠을 줄이 공부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 없었다. 시를 읽으면서 화자의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할지 몰라도, 우리가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의미 없이 전공 책의 글자들을 외우고 있지는 않은가? 학점과 취업걱정에 잠을 쫓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학생들에게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현실을 도피하거나 흥청망청 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쁜 삶에 잠시 멈춰 인생의 방향을 재고하라는 의미다. 만약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목적 없는 하루하루를 사는 텅 빈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출처 | 네이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토


영문학 교과서의 저자 에반스 프리처드는 가로축 완성도, 세로축 중요성으로 시의 위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며 시를 감상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키팅은 에반스 프리처드의 책의 서문을 "쓰레기"라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남김없이 찢어버리라고 한다. 이어 시는 "아메리칸 밴드스탠드"가 아니라며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한다. 키팅은 학생들을 둘러 모아 이야기한다. “우리는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야.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거야.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키팅은 언어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시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키팅이 학생들에게 말했듯, 오늘날의 학생들도 19세기 문학이 의대에 가는 것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로 문학, 사학, 철학을 통칭하는 이른바 ‘문사철’은 취업이 가장 어려운 학과로 여겨지며 비실용적 학문으로 취급되곤 한다. 하지만 키팅이 말했듯, 이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다. 우리가 ‘열정으로 가득 찬 인간’이기 때문에 시를 향유하고 철학하는 것이다. 키팅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에 흔히 ‘감성’으로 치부되는 것들과 순수학문이 가진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내 발걸음에 맞춰 걷기


출처 | https://url.kr/h4edb5


키팅은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마당으로 나가 세 학생을 둥글게 걷게 만든다. 처음에는 세 학생 모두 각각 자신의 스타일과 속도대로 걸었다. 그러나 어느새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의 박수 소리에 맞 모두 똑같은 걸음걸이로 걷게 된다. 키팅은 이들을 멈춰 세우고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지. 여러분 중, 나라면 다르게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에게 대답해 봐. 왜 나도 손뼉을 쳤지?” 이어 그는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이 특유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든 별로라고 생각하든 말이다. 그리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을 인용한다.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적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자기 나름대로의 걸음걸이로 걸으라고 말한다. 그것이 자랑스럽든, 바보 같든, 방향과 방법 모두 마음대로 선택하라고 말이다. 걷고 싶은 대로 걷고, 전통에 도전하라는 키팅의 가르침은 파격적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걷고 싶은 대로 걷고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암묵적인 인생과업이 있다. 20살에는 대학을, 25살에는 취업을, 30살에는 결혼을. 그리고 여기에 맞추지 못하고 늦어진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고 느끼고,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가 정한 틀에 얽매일 필요 없다. 직장을 다니다 30살이 되어 꿈을 찾아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도 있고, 60세가 되어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걷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얼 위해 살아간다는 말인가? 인생에 빠르고 늦은 것은 없다. 그저 자신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살아가면 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키팅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 사회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꿈을 찾을 시간을 주고 있는지, 인간으로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지 말이다. 우리 사회는 교과서 속 글자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키팅을 인용하며, "화려한 연극 속 당신의 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 글은 중앙대학교 영자신문사 중앙헤럴드 2020년 10월 호 Review 키커에 담긴 저의 영어 기사의 한글 번역본입니다. (링크: http://herald.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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