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는 양말을 먹지 않는다

<일상 24컷>

by 다오


"세탁기는 양말을 먹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억울해 죽겠다. 내 양말은 다 어디로 갔을까..

5살 아이도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아직도 세탁기를 의심하고 있다.

꼭 아침에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와중에 양말은 예고 없이 동나버린다.


나는 매년 2번 6개 모음 양말 세트를 산다.

매일 신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금방 낡고 해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항상 개수가 부족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쓸모 있던 양말들 몇 켤레에 새 양말 세트 6 켤레를 추가하면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당분간은 아침마다 걱정 없겠다. 하지만 이런 든든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3달만 지나도, 바쁜 일상에 빨래가 밀리기라도 하면, 어느새 또다시 ‘양말 실종 사태’가 벌어진다.


서랍을 뒤져보면 짝을 잃은 양말들이 가득 쌓여 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중 두 녀석을 골라 신곤 한다.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회색. “이건 패션이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 짝짝이 양말로 포인트를 주는 패션 고수들을 의도치 않게 따라 하고 있다. 어딘가 부족한 정신승리다.


세탁기는 양말도 한 짝만 먹나 보다.

항상 두 짝 중 한 짝이 없다. 한 짝만 먼저 빨래를 해서 그런 경우가 생기겠지만 매번 세탁기에 빨래통 속 양말을 짝지어 넣을 수도 없기에 참으로 불편하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항상 똑같은 제품, 무신사에 랭킹 1등 흰색 양말 세트만 구입한다. 이제 선물 받지 않는 이상 내 돈을 주고 다른 양말을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엄청나게 맘에 드는 양말이 눈에 들어온다면.... 잠깐 고민은 해볼 수 있겠다. 짝짝이 양말 포인트 하이패션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양말을 여러 개 보유하면 상당한 장점이 있다. 설령 한 짝이 사라진다 해도 문제 될 것 없다. 세탁기에게 잡아먹혔든 말든 양말을 짝짓는데 오랜 시간 쓸 필요 없이 빨래 더미 속 보이는 양말 2개가 무조건 한 쌍이다. 엄청난 시간 단축이다. 그래 세탁기, 너는 계속 양말을 먹어라.


오늘도 양말 수는 줄고 있다. 분명 세탁기는 양말을 먹지 않을 텐데 사라진 내 양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말 세탁기가 양말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