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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스 기획자 엘린 Feb 05. 2019

02 국내 회계프로그램

D사가 장악한 국내 시장

회계 업무를 보는 사람들

국내에서 회계 분야를 다루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사람과, 실무에 필요한 회계 지식과 회계프로그램 자격증 정도를 취득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경리라고 불리는 직업군을 의미한다. 혹은 회계팀, 재무팀, 경영지원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의미하거나 세무법인, 회계법인 등에서 전문적으로 회계 업무만 처리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사람들이 회계업무를 보기 위한 자격조건으로 흔히들 경영학에서 말하는 회계학 전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처음 이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회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실무에서 사용하는 회계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회계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기본적인 회계 지식을 공부하면서 시작하긴 하지만, 실제 업무에 필요한 심도 깊은 회계지식은 회계프로그램을 익히는 자격증 과정과 실무를 처리하면서 배운다.


이때 취득하는 자격증이 전산회계/전산세무라 불리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푸른 심장이라 부르는) D사(라고 하지만 다들 아는 그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용 프로그램으로 시험이 치러졌다(지금은 D사에서 프로그램 제공을 중단하여 세무사회에서 제공하는 N사의 회계프로그램으로 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경리 직군은 D사의 회계프로그램이 제일 친숙한 편이다.


시장에서 D사의 독점적 지위

회계 실무를 보는 사람들이 D사의 프로그램을 이렇게 친숙하게 느끼게 된 이유는 D사의 마케팅 중에 하나가 자사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D사가 자사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격증을 만든 건 D사 설립 초기인 2004년부터인데, 여기에 공들인 덕분에 전국적으로 회계 프로그램 중에서 D사를 모르는 곳이 없고 대부분의 세무사, 회계사들 중에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업무를 보는 곳이 대부분이 되었다. 지금은 교육용 프로그램 제공을 중단하긴 했지만, 세무사회에서 제공하는 전산회계 등의 자격증 또한 D사의 프로그램과 유사하기 때문에 푸른 심장인 D사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친숙함을 느끼기 때문에 처음으로 경리직원을 뽑아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회사들은 D사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D사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국내의 복잡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법에 맞춘 세금신고까지 가능한 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기술력이 인정받아, 회계프로그램과 더불어 ERP 시장에서 또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D사의 주장에 따르면 상장사중 50%는 자사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하고 세무대리인 중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 크게 부정하는 사람이 없으니 D사의 위상은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충분하리라 여긴다.

D사에서 홍보하고 있는 법인세 전자신고 현황. 2010년도 자료이긴 하지만 현재도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유지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D사의 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좋기 때문에 기술력을 인정받고 마케팅이 성공하여 국내 회계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까? 다른 ERP나 회계프로그램 중에서 유명한 것도 많은데 왜 D사가 유독 그렇게 독점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을까?



세금신고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

사실 D사 프로그램을 써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메뉴와 기능이 너무 많아서 어렵고, 지속적으로 회계공부뿐만 아니라 회계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만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별로 좋지 않은 UX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들 이 프로그램으로 회계 실무를 접하는 경우가 많고, 회계업무의 특성상 매우 보수적이라 한번 도입하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데이터 이관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회사들과 세무대리인들이 D사를 사용하거나 다른 ERP에서 D사로 교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세금 신고 기능 때문이다.


국내에 수많은 회계프로그램과 ERP 프로그램이 있지만 D사처럼 직접적으로 세금신고 서식에 맞춘 신고 파일을 생성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D사 프로그램의 매우 큰 장점이다. 국세청에서도 D사의 전자신고 변환 파일을 올리면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심지어 지방세와 4대 보험 EDI 관련 기능도 D사와 연계해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만큼 국내 세금과 직접적으로 연관 지어 회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D사는 클라우드형 ERP 제공을 표방하면서 기술력 향상에 대해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내가 봤을 땐 제대로 된 클라우드형 ERP 제공은 아직 멀었고, 정권에 따라, 또는 정책에 따라 매년 변하는 세법에 맞춘 세금 신고서식을 제공하는 것이 D사의 가장 큰 자원이자 기술력으로 보인다. 이 기능이 없었거나, 다른 회사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던 기술이었다면 D사가 이만큼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프로그램의 현황

D사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고자 많은 회계프로그램 제작 업체와 ERP 업체가 나왔지만, 회계 장부 작성, 인건비 계산, 4대 보험 신고, 세금신고, 계좌 정리 등 모든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는 곳은 별로 없다. 그나마 D사의 대항마로 보이는 곳이 E사와 S사, N사 정도이다.


그중에서 E사는 제조업 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하고 저렴하지만 D사와 파일 호환이 되지 않고, 부가기능 사용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본격 도입하기 꺼리는 곳이 많다. 다만 E사는 해외에서 조금 인지도가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Saas 기반 서비스이고 국제표준회계 기반 프로그램이라 해외에서 어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이 S사인데 S사는 금융사와 협업하는 곳이라 자금 기반으로는 프로그램이 훌륭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금융사에서 S사 프로그램을 끼워 팔기식으로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있고, 설치형인데 D사에 비해 큰 장점이 없어 도입하는 곳이 크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 N사는 D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설립한 회사인데, 세무사회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고 D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다가 D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확정나 요새 마케팅이 조금 주춤한 상태다.


그 외에 카카오에서 투자한 K사나 영수증 정리로 유명해진 J사 등 스타트업들이 쉬운 회계를 표방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결국에 복식부기 장부나 세금신고 등을 마무리하려면 D사등의 회계프로그램을 동시에 써야 하기에 D사의 점유율을 잠식하기엔 아직 먼 이야기로만 보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회계프로그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이런 스타트업들의 노력은 눈여겨볼만한데, 여기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1. 국내와 해외 회계 프로그램 상황 비교

2. 국내 회계프로그램 ㅣ D사가 장악한 국내시장

3. 회계 프로그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 ㅣ 관련 스타트업 출현

4. 나는 회계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5. 미션 1: 서비스 정책 설정하기

6. 미션 2: 팀원들을 이해시켜라

7. 미션 3: 선택과 집중

8. 미션 4: Mobile First

9. Beta 버전을 출시했다

10. 과거의 나는 믿지말자 ㅣ Beta는 Beta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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