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전신마비 그를 꿈꾸게 할 수 있을까

난 당신에게 단지 꿈을 주고 싶을 뿐이다

희미한 불빛,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요양원의 아침은 특유의 분주함과 적막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바퀴 소리, 약병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노인들의 중얼거림이 공간을 채운다. 벽에는 노란빛의 형광등이 비추고, 그 불빛 아래 하얀 침대보가 눈부시게 빛난다.

요양원은 삶의 마지막 정거장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순간들을 목격한다. 잊혀진 기억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순간들, 제한된 몸으로도 끊임없이 표현하려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인간다운 감정들.

아침 식사 시간, 요양보호사들은 환자들에게 하나하나 수저를 들려주고, 때로는 직접 떠먹여 준다. 식판 위의 음식은 대부분 죽이나 부드러운 반찬들. 삼키기 어려운 이들을 배려한 식단이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약 복용과 함께 오전 케어가 시작된다. 기저귀 교체, 몸 닦기, 침대 정리 등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요양원의 진짜 풍경은 그런 일상적 케어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 누군가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는 입술, 그리고 갑자기 밝아지는 미소. 그 모든 순간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루의 전부가 100×98 공간인 그에게

그는 늘 말이 없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남자. 하루 24시간을 100×98 크기의 병상에서 보내는 그에게, 세상은 천장과 벽, 그리고 간혹 열리는 창문 너머의 하늘이 전부다.

"어때요?" 하고 물으면 "그냥 있어요"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온다. 대변과 소변의 감각도 없는 하반신 마비. 일을 하다 당한 교통사고가 얼마나 억울할까. 그런데도 그는 늘 웃는 얼굴에 긍정적이다. 늘 본인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를 보면서 욕심이 생겼다. 그에게 꿈을 심어 주고 싶다. 내 인생이 늘 그랬듯이, 누구라도 만나면 꿈을 주고 그리고 만나는 이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했던 평생의 나의 직업이 다시 몸속에서 꿈틀거린다.

오늘은 그를 위해 책 한 권을 준비했다. 또 내가 출간한 책 한 권도 그에게 주기 위해 가방에 넣어왔다.

"선생님, 저 때문에 죄송해요." "괜찮아요. 우리 철수 씨는 무엇을 하고 싶어요?" "없어요." "언제 사고를 당한 거예요?" "2년 정도 되었어요." "네, 그랬군요." (할 말이 없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혹시 병상일기 한 번 써 볼래요?" "싫어요." (강한 어조이다) "한 번 생각해 보아요." "싫어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 아니라 내가 성급하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 사람이 일기를 쓰라니 당연히 황당하겠지.

꿈꾸는 병상, 가능성의 씨앗

하지만 난 다짐했고 그리고 실행을 할 것이다. 기어코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그는 세상의 나침판이 될 것이다. 몇 번 보진 않았지만 그의 심성이 곱다. 그 고운 심정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내가 힘이 되어 주고 싶고 그럴 것이다.

오늘의 내가 내일도 동일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늘의 당신이 내일도 동일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의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 비록 마음대로 몸도 가눌 수 없는 1인용 침대가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요양원에서의 삶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밥을 먹여 주고 대소변을 처리해 주고 그리고 옷을 갈아 입혀 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존엄성이 있고, 꿈이 있고,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병상에 누운 이들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그들의 몸은 제한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영혼과 정신은 여전히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그들의 날개가 되어주는 것이다.

요양원 복도에서 만난 90세 할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꼭 창가 자리에 앉고 싶어요. 해가 뜨는 걸 보고 싶거든요." 이 작은 소망조차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누군가의 작은 도움으로 그 소망은 현실이 된다.

별처럼 빛나는 당신의 가능성

나이 90이 넘은 노인이 맞이하는 내일도, 갓 태어난 아이가 맞이하는 내일도 똑같다. 잘 살고 싶고 웃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갑자기 만난 불행과 동행하여 병상이라는 세상에 갇혀 있는 그들에게도 하루 중 아주 잠시 세상을 듣고 보아도 그들에게도 꿈꾸는 세상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편한 진실에서 눈을 돌리길 좋아한다. 요양원, 병원, 장애인 시설... 이런 공간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듯 우리의 일상에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미래가 있다.

37세 청년의 손이 서서히 펜을 잡고,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그날을 나는 기다린다. 그의 병상 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꼭 책이 될 필요는 없다. 때로는 한마디 말, 한 번의 미소, 누군가를 향한 작은 격려가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된다.

그들도 웃고 싶고 그들도 사랑하는 이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두 발로 세상을 걷고 싶은 것이다. 단지 그것뿐일지도 모른다.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세상, 당신과 나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까만 밤하늘을 유영하는 별들이 유난히 아름다운 밤이다. 그 별들처럼, 우리 모두의 가능성도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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