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멀어져 버린 아내를 찾는 노인
요양원의 저녁은 조용하면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창문 너머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긴 복도에는 희미한 불빛만이 남는다. 병실마다 누워있는 노인들, 그들의 숨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침대 삐걱거림, 약품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있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들은 조용히 복도를 오가며 약을 나누어 주거나 체온을 측정하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의 체위를 바꿔준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모든 것이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지만, 각 병실에선 예측할 수 없는 작은 드라마가 매일 펼쳐진다. 밤이 되면 더욱 고요해지는 복도,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도 누군가의 아픔과 그리움은 쉬지 않는다.
간호조무사들은 대부분 바쁨을 핑계로 환자들의 깊은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기본적인 의료 처치와 식사 보조, 기저귀 교체로 그들의 업무는 끝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환자들의 마음속 이야기까지 듣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노인은 산소마스크를 낀 채 두 손은 장갑을 끼고 묶인 체, 하반신은 마비되어 침대에 누워 있다. 노인과 정상적인 대화는 어려우며 노인은 본인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에는 "아~~~~~~~~"하고 괴성을 지른다.
노인 나이: 80 가족관계: 아들 3, 딸 2 아내: 있음 특이사항: 가족의 면회는 거의 없으며 본인의 요구사항이 있을 시 괴성을 지르나 신뢰가 쌓이면 한마디씩 어렵게 말을 한다.
모두가 잠든 22시, 갑자기 노인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관리: "어르신, 불편하신 곳 있으세요?" 노인: 아니라고 고개를 흔드신다. 관리: "그럼 왜 그러세요? 기저귀 봐 드려요." 노인: "아니란다."
그렇게 오고 가기를 서너 번, 30분 정도 반복했을까? 조용하던 노인은 또다시 괴성을 지른다. 이유가 뭘까? 한참을 생각한 후에 혹시 소변줄에 문제가 있나 생각하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관리: "어르신, 소변줄 좀 볼게요." 노인: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소변줄이 너무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줄을 부드럽게 만들어 드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10분 후 다시 괴성이 들려온다.
관리: "어르신, 왜 그러신데요?" 노인: "마누라가 안 와." 관리: (헐, '마누라가'를 이 밤중에 어쩌란 말인가?) "어르신, 아내가 보고 싶으세요?" 노인: 고개를 끄덕이며 "안 와, 안 와"를 반복하신다. 관리: "어르신, 지금 밖이 깜깜하잖아요. 제가 내일 전화할게요." 노인: 고개를 끄덕이신다. 관리: "어서 주무세요."
상담가도 되어야 하고, 간호원도 되어야 하고, 그리고 기본 의식주도 해결해 줘야 하고. 이 나라의 요양보호사는 만능이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의 간호조무사는 매우 미온적이다. 사실 난 뜨내기이다. 잠시 머물다 떠날 것이기에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이곳을 도려내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이는 요양보호사들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본인들의 권리도 찾지 못하고, 본인의 것이 아닌 것까지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노인은 꿈나라로 떠나셨다. 꿈나라에선 보고 싶은 여인과 만나 못다한 뜨거운 사랑을 나누시길 소원해 본다.
뮤지컬 서편제 중 '혼자라 슬퍼하진 않아' 가사처럼:
돌아가신 엄마 말하길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 말 무슨 뜻인진 몰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주문 같아 너도 해봐 눈을 감고 중얼거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몇 년의 세월을 외면하는 아내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침대에 누워 절절하게 아내를 찾는 노인도 '살다보면 살아질까?' 그들의 삶이 '살아지는 삶'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을 때, 만질 수 있을 때, 사랑한다 고백할 수 있을 때,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두 손을 잡을 수 있을 때가 있다.
마음껏 사랑하자. 백 년도 안 되는 인생, 천 년을 살 것처럼 욕심 부리지 말고 비우고 비워, 사랑으로 감사로 행복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갈 순 없을까?
우리 사회는 요양원에 계신 노인들을 흔히 '치매 환자', '노인성 질환자'로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들도 여전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단지 표현 방식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노인들을 제대로 케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돌보는 이들의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단순히 몸을 돌보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노인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남은 시간이 존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요양원의 문을 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손을 잡아주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