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스이면서 치매인 그는 아기처럼 아내를 찾는다
요양원의 아침은 조용하면서도 혼란스럽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안, 복도에서는 분주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호사들은 아침 약을 나누어주고, 요양보호사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환자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요양원의 특유한 냄새는 소독약, 약품, 그리고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부엌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가 뒤섞여 있다. 벽면은 대부분 흰색이나 연한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복도 끝에는 큼지막한 창문이 있어 바깥세상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창문을 바라보는 일조차 드물다.
203호실에는 특별한 환자가 있다. 8년간 가족의 보살핌을 받다가 최근에 요양원으로 옮겨온 파킨슨병 환자다. 그의 방은 다른 환자들의 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침대, 작은 옷장, 그리고 창가에 놓인 의자가 전부다. 하지만 벽면에는 가족 사진들이 붙어 있어, 이곳이 비록 임시 거처일지라도 가족의 사랑이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은 파킨슨병으로 8년 넘게 집에서 보호를 받다가 병원으로 오게 되신 분이다. 집에서 모신 아버지, 남편을 병원으로 모시는 가족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상자의 심한 심적 변화가 문제였다.
파킨슨병은 단순히 몸이 떨리는 질환이 아니다. 이 질환은 뇌의 도파민 생성 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진전(떨림), 강직(근육 경직), 서동(움직임 느려짐), 자세 불안정 등의 운동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운동 증상도 동반한다.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 노인 분의 경우,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극명하게 달랐다. 마치 두 개의 인격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어느 오후, 노인의 아내가 방문했다.
아내: "이것 좀 드세요."
노인: (아무 말 없이 먹는다. 그러면서 아내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신다.)
아내: "드세요." (곧 식사시간인데도 아이스크림, 빵, 과일을 쉼 없이 드린다.)
노인은 좋아하시면서 다 드신다. 마치 순한 양처럼 얌전하게 음식을 받아먹고, 때로는 웃음까지 지으신다. 아내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행복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아내가 떠나고 노인만 홀로 남았을 때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관리: "어르신, 식사하실까요?"
노인: "배가 터지것는디 밥 먹것냐!"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관리: (좀 전에 그 분이 맞으신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르신, 그럼 약은 드셔야 해요."
노인: (주먹을 불끈 쥐고 폭력을 행사하신다.)
관리: (아뿔사, 여러 모습을 갖고 계시구나.) 세 번 만에 약을 챙겨 드린다.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인지 및 정서적 변화는 흔히 관찰된다. 도파민의 감소는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감정 조절,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약물 치료의 부작용으로 충동 조절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평소와 다른 성격, 갑작스러운 분노,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음날 점심 식사시간, 다시 아내분이 방문하셨다.
노인: "힘든데 왜 자꾸 와. 집에서 쉬어."
아내: "아니예요. 지내기는 좀 어때요?"
노인: "좋아. 걱정마."
다시 아이스크림, 과일, 빵 등을 잔뜩 드시게 하고 아내는 떠나신다. 그리고 다시 점심약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종종 '온-오프' 현상을 경험한다. 약효가 있을 때(온)와 약효가 떨어질 때(오프) 사이에 증상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물 복용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감정 상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사랑하는 가족 앞에서는 더 편안함을 느끼고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낯선 환경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참 이상하다. 많은 돈을 내고 병원에 맡겼으면 맡기면 될 것인데, 그렇게 본인 스타일대로 하실 거면 집에서 모셔야 되는데... 많이 아쉽다.
파킨슨병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부담을 준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에서 돌보다가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결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해본다. 죄책감, 상실감, 그리고 '더 잘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알아야 할 것은, 요양원에 모시는 결정이 포기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돌봄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선생님에게 맡기고, 결혼을 시키면 두 사람이 알아서 살아가듯이, 부모나 배우자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삶의 한 과정일 수 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사랑이 있지만, 때로는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온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특히 익숙한 환경과 일상이 중요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요양원에 입소한 초기에는 가족의 방문과 지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환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최후로 선택하는 요양원, 요양병원. 일단은 믿고 맡기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래야 당사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 아닌가.
파킨슨병 환자들의 치료는 약물 복용 시간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약효가 유지되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 요양원에서는 이러한 약물 관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는 적절한 재활 치료도 중요하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을 통해 운동 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요양원에서는 이러한 전문적인 재활 서비스를 받기가 더 용이하다.
우리 사회는 노인 돌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노인을 직접 돌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문적인 케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파킨슨병과 같은 복잡한 질환은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양원에서의 전문적인 케어가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동행하는 세상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 밤은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으면 하고 두 손 모은다. 누군가의 베갯잇을 적시는 눈물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파킨슨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요양원은 단순히 맡기는 곳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적응해 나가는 또 다른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들의 여정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