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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처를 훔쳐간 사람에게

나의 글이 다른사람의 이름으로 떠돌고 있을 때 받았던 충격과 저적권

나는 시와 수필, 소설을 쓰는 글쟁이다. 펜을 든 지 이십여 년, 내가 쓴 모든 글에는 내 삶의 조각들이 스며있다. 기쁨도 슬픔도, 때로는 가슴 밑바닥 몇겹의 포장지로 숨겨 놓은 비밀까지도 세상으로 내어 놓는 글쟁이


저작권. 처음엔 그저 법적인 용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저작권은 단순히 글자나 문장을 보호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창작자의 영혼과 경험을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것을.

오래전 기억이다, 내 블로그에 연재했던 소설이 다른 곳에서 그대로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 작가명만 바뀐 채로. 처음엔 단순한 실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도용이었다. 그 소설은 나의 붉은 심장이 아닌 검붉은 심장이었다. 폭력의 가정에서 자란 내 이야기, 아버지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는 폭력과 어머니의 자살 시도까지. 가장 처절했던 내 인생의 순간들을 글로 옮긴 것이었다. 1092번의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결정 하고 쓴 이야기들이었다. 세상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밤마다 펜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써내려간 문장들. 그것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내 삶 그 자체였다. 왜 하필 그 아픔을"왜 하필 그 아픔을 가져 갔을까." 그 사람을 향한 울분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왜 하필 나의 가장 아픈 상처를 훔쳐가야 했을까. 그 사람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소재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 눈물의 진원지였다.


아버지의 주먹에 맞아 멍든 얼굴로 학교에 가던 날들, 어머니가 수면제를 삼키고 쓰러져 있던 그 참혹한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쓸 만한 이야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한 달 이상을 잠들지 못하고 밤새도록 뒤척이며 나의 모든 말초신경은 신고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왕복운동은 쉼 없이 계속 되었다.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혹시 상대에게 많은 피해가 가는 것일까? 그냥 넘어가는 게 나을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다른 한구석에서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내 글을 도용한 그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었다. 아니, 미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것은 무력감이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결국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신고하자, 말자. 연락해보자, 그냥 두자. 마음만 오락가락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일곱가지 무지개로 바뀌는 이성은 말했다. "당연히 신고해야지. 그게 뭔 일이야."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혹시 이 일로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두 손, 두 발이 묶인 채 사무실의 업무도 비정상, 아이들의 캐어도 비정상. 나의 무기력함에 내가 연필을 놓아 버리면 될 것을 하고 생각이 흘러 갔다. 내 권리를 지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저 중간에서 흔들리기만 하는 모습이 초라했다.


그건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내 상처를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포장지로 잘 포장된 나의 모습을 들어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글쟁이로 살아 온 이십 여년의 시간들을 우물 속에 던져 버릴 즈음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의 결심이 생각났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는 이유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글을 쓴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나의 지난 과거가 들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나의 이야기가 깜깜한 굴 속에 숨어 있는 단 한사람이라도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면 난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했던 그리고 그 것을 위해 나의 아픔이 고통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어 놓겠다던 처음 연필을 잡았던 때가 해일처럼 나를 품고 솟구쳐 올랐다


저작권의 진정한 의미, 저작권은 단순히 문장의 표절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의 인생과 경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보호하는 것이다. 내가 쓴 모든 글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녹아있다. 기쁠 때 썼던 시 한 편, 슬플 때 써내려간 수필 한 편, 그리고 가장 아픈 기억들을 글로 승화시킨 소설. 그 모든 것이 나의 저작물이자, 나의 삶이다.누군가 내 글을 훔쳐간다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일부를 강탈하는 것과 같다. 특히 그것이 나의 가장 아픈 상처일 때는 더욱 그렇다.

한동안은 두려움에 연필을 잡지 못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두려움 나의 것을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 이제는 담담해졌다. 대신 더욱 확고해진 것이 있다. 저작권은 반드시,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신념이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정한 창작 문화를 지키고,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시도, 수필도, 소설도. 내 삶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쓴 모든 글에 대해 당당히 저작권을 주장할 것이다. 동시에 다른 창작자들의 권리도 존중할 것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감동받을 때, 그 뒤에 있는 창작자의 노력과 진심을 기억할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것이 제대로 지켜질 때, 창작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두려움 없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진정한 문학과 예술이 꽃필 수 있다.


AI시대 명령을 받으면 무엇이든 토해내는 시대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 따위는 개나 줘버려도 되는 시대. 그 불사신 같은 AI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따뜻하 마음 울고 싶은 마음 절절한 첫사랑의 그리움. 우리 글쟁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글에는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서로가 사로를 존중하며 상대의 정원을 지켜줄 때 세상은 더 아름답지 않을까 대단한 AI로부터 인간세상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저작권의 보호 아래 계속 쓸 것이고, 내 권리를 지켜 나갈 것이다. 그것이 나와 같은 창작자들이 당당히 펜을 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작권, 그것은 창작자의 존재 이유이자 존재 가치다.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내 글에는 내 삶이 담겨있다. 그것이 저작권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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