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꽃
그 남자는 사업의 부도로 처와 이혼한 뒤 자식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국민기초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50대. 아직은 열심히 살아야 할 나이이다. 난 자활근로를 하러 나온 그를 근로대상자를 관리하는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그에게 자활근로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그는 매우 비장하게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팀장님, 저 사랑하는 사람 생겼어요." "어머, 그래요? 축하드려요. 어떤 분이세요?"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팀장님께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감사해요. 한 번 보고 싶네요."
그는 본인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날 많이 의지하였다. 사실 자활근로사업도 나의 권유로 억지로 나온 것이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랑을 만난 것이다. 들뜬 그의 목소리로 난 오후 내내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 되어 들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닌다. 잘 살 수 있을까? 좋은 분일까? 또다시 상처받지는 않을까?
결론은 '잘 사실 거야!'
그리고 며칠 후, 그는 청첩장을 들고 사무실에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을 짓고 서 있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내일은 내가 살아온 날들 중 만났던 태양 중 가장 크고 환한 태양이 뜰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도 있다. 사업 실패, 이혼, 가족과의 단절...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단 한 명의 응원자, 단 하나의 기회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되어주기도 한다.
자활근로사업은 어쩌면 그에게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였을지 모른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계, 그리고 새로운 사랑. 인생의 작은 변화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큰 행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큰 성공과 화려한 성취만을 행복의 조건으로 여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때로 아주 작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작은 기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 펼칠 순간이 찾아온다. 때로는 오랜 고독과 상처가 있었을지라도, 그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진 날개로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0대의 그 남자가 청첩장을 들고 환하게 웃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희망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어둡고 긴 터널이라도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빛을 향해 걸어갈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크고 환한 태양이 떠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