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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Jan 10. 2024

만남이란 불은 항상 조마조마하다.

최근에 브런치 글쓰기 2차 오프라인 모임을 또 다녀왔어요. 또 열정을 지피는 모임이 됐죠. 2차 모임에는 한 분이 더 오셨어요. 저희 모임에 가입하신지는 얼마 되지 않으셨지만 오프라인 일정에 관해 적극적으로 대답도 해주셔서 서로의 일정을 맞춰 2차 모임이 성사된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일정을 맞추고도 많은 분들이 올까 걱정이 됐어요. 전에도 그랬던 일들이 새록 떠올랐죠. 


약속시간이 되자마자 방장님과 저는 약속장소에서 한 눈에 서로를 알아봐 자리를 잡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이야기에는 당연히 "인원이 좀 더 왔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주제가 화두였어요. 분명 한 분이 더 오신다고는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못 오신 것 같다며 서로 이야기를 했죠. 그러던 중 모임 채팅에서 한 분이 이미 도착하셨다는 채팅을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도 이미 와 있거든요. 저는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어요. 그러다 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혹시 당근(모임)이신가요?"라는 말을 걸었는데 웃는 얼굴로 화답하시더라고요. "네.." 


알고보니 약속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 안에 들어와 계시다 저희가 없는 것 같아 밖에 나가 계신 거였어요. 첫 만남은 얼굴조차 모르니 같은 장소에 와 있어도 서로를 알 길이 없죠. 이렇게 약속 장소에 같은 목적을 가진 3명이 만나게 되었어요. 방장님과 저, 그리고 다른 한 분이요. 그 분을 앞으로는 모임원M님이라고 부를게요. 모임원M님은 장거리 여행을 갔다가 마지막 날인 오늘 글쓰기 모임에 맞춰 일부러 일찍 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이대는 방장님과는 비슷한 나이대셔서 그런지 방장님이 더욱 적극적으로 말씀을 하셨어요. 


모임원M님은 평소에 글을 써보고 싶었던 중 당근에 글쓰기 모임이 생겨 가입하게 됐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보고는 싶은데 막상 쓰는 걸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우셨다고 하네요. 글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글을 읽는 독서도, 글을 쓰는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전에 저는 독서모임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것 어떠냐고 물으면 항상 "책은 읽어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라고 답하시더라고요. 맞아요. 글(글읽기, 글쓰기)은 어려워요. 


그래서 처음에가 중요해요. 글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요. 쓸 때도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모임원M님도 처음이시니 그런 걸 말씀 드려야 했죠. 하지만... 또 신난 나머지 앞 뒤 자르고 너무 본론으로만 이야기하게 됐어요. "글을 쓸 때는 ~하는 게 좋을까요?"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은데 이렇게 쓰면 될까요?"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정작 브런치가 무엇인지도 설명하지도 않고 단순히 글쓰기 플랫폼이에요 하면서요. 


적극적인 것은 좋죠. 하지만 남의 적극적임은 처음 무언가를 같이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부담이기도 할 거예요. 또, 만남에 아쉬움이 생겼네요. 저는 과거에 만남이란 걸 좀 안 좋게 봤어요. 실질적으로는 "내"가 변하지 않으면 만남에서 서로에게 했던 포부들, 이야기들이 그저 허공에 뜬 소리가 되는 것이 많더라고요. 


그건 아마 만남을 저만의 무언가로 보아서 그런 것 같아요. 만남은 시간 낭비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잔잔한 호수의 돌멩이를 던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죠. 항상 같은 일만을 반복하고 일상만을 겪으면 제 자신과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이 별거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유체이탈 같은 느낌이죠. 아마 그 현재 자체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평생 현재 자체를 긍정하면서 진심으로 대하지 못할 팔자일 거예요. 이런 내 성격일수록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제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그런 느낌을 줘요. 게다가 다른 사람도 그러길 바라죠.


내 포부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도 이에 공감하며 다른 이도 이렇게 포부를 선언하는 것. 공통 관심사에 대해 말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그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이야기 하다보면 전에는 몰랐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이번에는 공동 취재를 해서 같이 기사를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벌써부터 두근대네요. 만남에서 서로의 긍정적인 기운, 긍정적인 분위기, 서로 열정적인 분위기. 좋잖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계하는 게 있어요. 불은 금방 꺼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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