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 육아일기(439일 차)
일주일 전 처음으로 첫 발을 내디딘 우리 딸. 15개월까지 못 걸으면 병원에 가봐야한다고 했는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 우리 딸 채채는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전보다 혼자 서보려고는 하는 시도 횟수는 늘어났는데 그렇다고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다. 기껏해야 3초정도다. 그리고 걸음마 시도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답답하던 찰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채채가 잘 준비를 시키는데 역사가 일어났다.
채채가 내게 세 발짝 걸어 왔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순간 세상 모든 것이 느려지고 채채가 다가오는 장면이 느리게 재생되어 보였다. 채채가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내 안에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이게 진정한 걸음마의 느낌이었다.
나는 채채를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내가 갑자기 우니 채채도 당황해서 살짝 '잉-'했다. 하지만 어린 채채라도 내 감정이 슬픈 감정이 아닌 걸 아는지, 금세 그치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같이 웃었다. 채채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눈치였다.
133일 차에 채채가 처음 뒤집었을 때도 그랬다. 나는 채채가 뒤집자마자 엉엉 울었다.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가. 우리 채채가 정상적으로 자라준다는 게, 언뜻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당연하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딸 많이 컸구나, 하는 감격이 밀려오는 것이다.
첫 걸음마는 꼭 포착하고 싶어서 거실에 베이비캠까지 진작 설치해놨지만, 하필이면 그때 카메라가 이상한 곳을 보고 있었다. 녹화된 영상을 재생해보니 쌩뚱맞은 곳만 찍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카메라 녀석. 갑작스러웠기에 핸드폰 영상을 찍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이 감격의 장면은 아쉽게도 내 머릿속에만 기억될 것 같다. 정말 아쉽게도 남편은 오늘 육퇴를 일찍하는 바람에(?) 다른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기에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오로지 나 혼자였다. 은채의 제대로 된 첫 걸음마를 목격한 유일한 사람은.
133일에 이어 오래도록 기억될 439일.
고마워, 우리 아기.
엄마에게 환하게 웃으며 와줘서.
엄마를 사랑해줘서.
엄마를 필요로 해줘서 고마워.
채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