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 아기 등 터진다

14개월 아기 육아일기(442일 차)

by P맘한입
출산 전에 스스로 다짐한 건,
아기 앞에서 싸우지 말자는 거였다.



그런데 그 다짐을 지키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부부싸움 한 번을 안 한 부부가 있겠는가. (그런 부부가 있다면 정말 부럽다.) 우리 부부도 평소 사이가 나쁘지 않지만, 아기를 키우느라 집에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사소한 일이 말다툼으로 번지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 원인이 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게 커지는 일도 있었다.


아기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도 뉘앙스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단다. 그래서 싸우는 분위기 자체가 아기에게 좋지 않단다. 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다 통제하기에는 우리 부부가 참 미성숙하다. 채채가 돌 전까지만 해도 부모인 우리의 말을 별로 알아듣는 눈치는 아니어서 그래도 괜찮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제 14개월이 되자 정말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그 뉘앙스를 읽고 그런 건지, 우리의 말투가 부드럽지 않고 따따따 거리는 딱딱한 말투로 바뀌면 채채는 다르게 행동한다.


갑자기 관심을 끌려고 책을 읽어달라고 책을 펼치기도 하고, 갑자기 자기가 좋아하는 딸기를 주라고 냉장고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리고 배시시 웃기까지 한다. 엄마, 아빠의 표정을 풀길 바라는 것처럼. 조그만 게 뭘 안다고 참 미안하다.




오늘은 다툼이 커지는 바람에 목소리가 좀 커졌다. 이렇게 목소리가 높아진 건 처음이었다. 그랬더니 채채는 깜짝 놀란 듯 동그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높은 소리와 함께 벌어진 눈앞의 상황에 나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채채는 오죽할까.


곧 상황은 마무리되었고, 오래지 않아 우리도 화해를 했지만 우리는 걱정이 되었다. 어린 채채가 얼마나 놀랐을까. 이 일로 인해 정서가 불안해지면 어떡하나. 우리는 왜 아기 앞에서 말을 멈추지 못할까. 그냥 말을 멈추면 되는 걸 계속 이어나가니 공연히 이런 일이 터진다, 하며 자책이 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괴롭다.





나는 채채를 양육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많은 아이들을 만난 경험으로, 정서가 안정이 되어야 그다음 다른 것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나는 아기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키우겠노라고, 아기 앞에서는 큰 소리조차 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진짜 부모가 되고 나니, 좋은 부모는 생각보다도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한다. 누구나 부모는 쉽게 된다. 하지만 좋은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노력하고 공부하고, 인성을 갈고닦아야 한다.


요즘 나는 나의 인격과 남편의 인격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다. 우리 부부의 인격은 채채의 인격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가르칠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유아식 만들기에, 집 정리에 할 일이 태산 같다. 하지만 하루하루 삶을 끝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독서하며, 글을 쓰며, 나의 내면과 외면을 안팎으로 거울에 비춰 갈고닦아야 한다. 나라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우리 아기가 부부싸움에 등이 터져서야 되겠는가.
우리 귀한 아기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