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 육아일기(433일 차)
아기가 조용하다면 사고 치고 있는 거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말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평화로운 오전, 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집안은 너무도 조용했다. 그 적막함 덕에 잠시 혼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만, 왜 조용하지? 어디서 사고를 치고 있나? 채채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채채가 놀고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채채는 무언가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너! 뭐 먹어?
나는 반사적으로 아기 입을 벌렸다. 하지만 채채는 절대 입을 벌리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채채는 초코과자를 들고 있었다. 초코과자는 포장지가 뜯겨 있었다. 그리고 채채 입술 주위에는 초코가 묻어 있었고, 손은 초코 과자를 쥐고 있었다.
한 살 아기는 이미 초코과자를 먹어버렸다.
초코 과자는 원래 책상 위 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제 물체를 잡고 설 수 있는 채채가 책상을 잡고 섰고 까치발을 들어 상자를 연 것이다. 그리고 알 수 과정을 거쳐 과자를 꺼냈고, 또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쳐 과자 비닐을 뜯은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비닐을 뜯은 걸까. 급기야 먹는 데까지 성공한 아기.
황당하면서도 기특하다.
아기는 어차피 못 먹는다고 생각하여 아기 앞에서 초코과자를 자주 먹은 내 잘못이다. 얼마나 먹어보고 싶었을까. 그런데 이 초코과자가 정말 찐-하게 맛있는 맛이라, 첫 초코 치고는 너무 강력하다. 작은 한 입에 얼마나 많은 도파민이 나왔을꼬. 이런 맛에 길들여진다면 안 그래도 밥을 안 먹는 채채가 더 편식하게 될 것이다.
채채의 손을 닦아주고 이제 이 초코과자를 보지 못하도록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아기한테 줄 수 없는 음식은 웬만하면 아기 앞에서 먹지 말아야겠다. 우리 친정 아빠가 늘 '채채 앞에서 음식 함부로 먹지 마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그 말이 체감된다.
그리고 어차피 10키로 더 빼야 하는데...
이런 찐한 초코가 일품인 초코과자 따위,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채채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