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 드디어 한 발짝 내딛다

14개월 아기 육아일기(432일 차)

by P맘한입

크리스마스이브 이후 집콕 신세이다. 괜히 크리스마스이브 기념 호캉스를 가서 감기만 얻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처럼 교회를 못 간 일요일 오전, 남편과 나는 장난치듯 대화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채채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었다.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채채는 잡고 있던 손을 뗐고, 그리고 나에게서 한 걸음 멀어져 한 발짝을 뗐다. 그리고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채채의 첫걸음마였다.


우리 부부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채채를 안아 들고 환호하며 둥가둥가 어르며 잔뜩 사랑해 주었다. 우리 채채가 걷다니! 잡지 않고 혼자 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걷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15개월까지 걷지 않으면 대근육발달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첫걸음마날이 올지 오매불망 기다렸다.

은채 첫 걸음마.jpg

그리고 그 순간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채채가 아픈 건 속상하다. 그래도 어디 안 나가고 집에 있었던 덕분에 이렇게 첫걸음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이런대로 또 감사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우리 집 홈캠에 고스란히 담긴 것도 다행이고 감사했다!


채채는 또래보다 앉기도 늦게 앉았는데, 대신 앉은 날 동시에 잡고 서는 것까지 했다.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채채는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두 가지를 해냈다. 혼자 서기와 걷기. 이제 한시름 덜었다.


누워만 있던 채채가 이제 걷기까지 하다니. 사실 은채랑 동갑인 24년생 친구들 중에는 이제 걷지 못하는 아기가 거의 없어서 걸음마가 새삼스럽진 않다. 하지만 우리 은채의 걸음마는 처음이지 않은가. 우리 작은 아기의 첫걸음마는 내게 감격을 가져다주었다.


그새 많이 컸구나, 우리 채채.




채채는 오늘 또 다른 폭풍 성장을 보여줬다. 바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 정확히 말하면 정리라기보다는 물건을 통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채채는 '파괴의 신'이었다. 뭐든지 부수고, 꺼내기에 바빴다.


그런데 우리 채채가 무언가를 통에 넣다니?


이것도 큰 발전이다. 이제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자리' 노래를 부르며 같이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곧 '모양대로 모양 장난감 넣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화는 또 있다. '엄마'라는 말을 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아직도 모든 사물이 채채에겐 '아빠'이다. TV도 '아빠', 엄마도 '아빠'라고 부르니까. 그래서 아빠바라기 채채는 '엄마'라는 말을 굉장히 늦게 했다. 처음 엄마라고 부른 지 열흘도 안 되었지만 이따금 '엄마, 엄마'를 중얼거리며 엄마 퍼레이드를 혼자 한다. 그것도 채채의 작은 변화이다.






채채의 이런 크고 작은 변화를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다.
살면서 해본 그 어떤 일보다 더 재미있고 신난다.


나날이 자라는 채채의 눈을 보며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할 땐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은 순간이다. 부드러운 볼을 맞댄 이 순간을 마냥 붙잡아두고 싶다. 아직 한 살일 뿐인데도 곧 채채가 커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한다. 이 작고 소중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절박함도 때로는 고개를 든다. 하지만 곤히 자고 있는 평온한 얼굴을 보면 그러한 걱정들은 눈 녹듯이 다 사라진다.


나의 반쪽, 나의 영혼, 나의 사랑, 나의 공주, 나의 아기, 채채!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무럭무럭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keyword
작가의 이전글14개월 아기 데리고 호캉스, 천국일까 지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