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일 차 아기 육아일기
유모차를 산 이후로 매일 날씨 예보와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한다. 하지만 참 야속한 것이, 날씨가 좋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고 미세먼지 농도가 좋으면 날씨가 춥거나 흐리다.
그리고 드디어 날씨도 미세먼지도 좋은 날이 왔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길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심해서 내가 유모차 운전을 잘할 수 있을지 긴장되었다. 하지만 아기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일단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불안해하는 나를 도와주려고 친정아버지까지 오셨다.
유모차를 끌고 나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Solar Sarah'라는 나의 별명처럼 햇빛이 있으니 행복이 충전되었다.
들뜬 엄마와는 달리 축복이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축복이가 여기저기 구경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자는 아기를 굳이 깨울 필요는 없을 거 같아 그냥 뒀다. 칭얼대면 얼른 집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곤히 자고 있으니 스타벅스까지 가볼까?
유모차를 끌고 조금 더 멀리 가야 하는 게 초보운전자 입장에서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평소 '맘충'이니 뭐니 하며, 자기 애만 아는 이기적인 엄마들에 대한 말들이 많아 유모차가 큰 공간을 차지하면 피해가 될까 고민이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 스스로가 맘충인지 자기검열하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다.
그래도 스타벅스가 내 영혼의 안식처라고 하면 과장이려나. 어쨌든 내게 스타벅스는 여유를 상징한다. 한번 여유를 누려볼까.
사람이 많으면 그냥 돌아오자. 일단 가보자.
역시나 길이 좋지 않아 제아무리 디럭스 유모차도 덜컹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유모차가 많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조마조마했지만 축복이는 개의치 않고 잠만 잘 잤다.
도착.
항상 스벅은 북적이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조용했다. 다행히 테이블 간 공간이 넓은 자리가 있었다. 양옆에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자리였다. 자리에 앉아 아빠와 평화로운 티타임을 가졌다. 아기는 잠에서 깨서도 차분히 기다렸다. 밖에 나오면 효녀네, 효녀야.
아빠는 스타벅스 커피가 쓰다고 하셔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켜 드렸는데 입에 잘 맞는다며 좋아하셨다. 생각해 보니 아빠와 스타벅스에 온 것은 처음이다. 축복이를 키우며 친정부모님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축복이에게, 부모님께 고맙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가끔 아기와 스타벅스에 가서 여유를 누려야겠다. 남들에겐 별 게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의 차 한 잔이 나에겐 여유 그 자체이다. 이후 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육아를 하면서 하나씩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된다. 그래서 성장지향적인 내 성향과 은근히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발전하는 엄마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