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일 차 아기 육아일기
남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나 코로나래.
코로나? 내가 아는 그 코로나? 지금?
한창 유행 시즌에도 살아남았던 남편이 지금 코로나라니 뜬금없었다. 이틀 전에 우리가 아기와 첫나들이로 다녀온 더현대에서 걸렸나.
바이러스의 출처보다 더 중요한 건, '아기와 나도 코로나에 걸렸느냐'였다. 바로 집에 있는 가정용 코로나 키트로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음성.
하지만 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자가 키트는 음성, 병원 키트는 양성이었다. 자가키트는 부정확한 듯했다.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두 겹 쓰고 열을 쟀다.
다행히 축복에는 열이 없었다. 문제는 나였다. 오후가 돼도 미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37.6라는 숫자가 떴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병원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얼떨결에 축복이와의 두 번째 유모차 외출이 시작됐다.
친정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유모차 초보운전을 도와주러 오셨다.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가 코로나라면 괜히 아빠까지 걸릴까 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누가 아빠를 막겠는가.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의 반응이 싱거웠다. 코로나 검사를 하든 안 하든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같다는 것이다. 내가 고위험 군도 아니고 특별한 코로나 치료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감기약 정도의 보조적 치료만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검사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나도 코로나를 걸렸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기로 했다.
그러면 축복이도 옮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축복이는 젖병거부가 심해서 모유만 먹을 수 있는 아기다. 그러니 친정집에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축복이가 코로나에 걸렸다면 부모님까지 전염될 위험도 있었다.
결국 며칠간 나 홀로 육아를 자처했다. 마스크를 2개 끼고 축복이에게 하는 말을 최대한 줄이며 나 혼자 돌보기로 결정한 거다.
나는 보통 아기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오늘은 침이 튀어 코로나 옮길까 봐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 적적했다. 하루 종일 혼자 아기랑 있으니 체력적으로도 지쳤다. 자잘한 것까지 신경을 쓰니 피곤했다.
이런 나의 수고를 아셨는지, 아빠가 웬 호두과자를 사 오셔서 주고 가셨다.
상자 가득 들어찬 호두과자를 보고 있자니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축복이를 걱정하는 만큼 우리 부모님도 나를 걱정하시겠지.
아기를 키우다 보니 이제 부모님의 마음이 더 잘 보인다. 아프지 말자 축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