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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젖이 안 나와요

165일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나 코로나래.

남편이 코로나에 걸린 이후, 모르긴 몰라도 나도 걸렸다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다. 아기야 모유 아니면 먹질 않으니 어쩔 수 없고. 평소 자주 와주시는 친정 부모님께 집에 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혹시나 나이드신 부모님이 옮으실까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금요일인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기와 단둘이 집을 지키게 되었다. 말로만 들으면 지루한 시간이었을 것 같겠지만 그렇진 않다. 아기랑 놀아주다가 아기가 잠에 들면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다.


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야하는 행동이 힘들었다. 침이 튈까 봐 마스크를 두 개나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가서 책을 읽어주는 것도 최대한 자제했다. 모유 수유를 하니 아기와 붙어 있는 건 어쩔 수 없음에도 어쨌든 최대한 조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다 저녁 수유 타임이 되었다. 아기가 평소처럼 젖을 빠는데 몇 번 빨다가 울먹거리고, 또 몇 번 빨다가 울어버렸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출산 직후에 많이 보던 행동이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하는 행동.


당황스러웠다. 나는 출산 후 초기에는 젖이 많지 않아 꽤 고생을 했다. 그러나 유축지옥과 직수지옥을 견뎌내어 젖을 늘려 70일 정도부터는 완전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젖 양이 부족한 건 오랜만이었다.


어떻게든 아기를 달래서 재우고 밤 10시에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꺼내어 먹었다. 오늘 혼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식사가 부실했나 보다. 하기야 오늘 제대로 된 식사는 단 한 끼뿐이었으니까.


부모님께서는 완모를 하는 내가 잘 먹지 않으면 아기에게 영양이 가지 않는다며,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많이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아기를 위해 내 딴에는 신경 써서 먹고 있다. 하지만 이제 출산한 지 6개월이 다 돼 가는데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려면 먹는 양을 좀 줄여야 된다. 그런 생각을 좀 하던 차에 이렇게 갑자기 젖이 안 나오니. 모유수유를 하는 지금은 시기상조였구나 싶다. 부모님 말씀처럼 먹는 게 젖이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게 아니라면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마스크도 두 개나 쓰고 갑자기 신경을 팍 써서 스트레스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새벽수유를 줄여가고 있는데, 그래서 젖이 줄었나. 새벽이 확실히 젖이 많이 생성되는 시간이라서 새벽 수유를 줄이면 젖양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건 원치 않는다. 그리고 소아과에서는 새벽 수유는 줄이린다. 그러면 젖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벽 유축을 해야 한다. 출산 직후에 지겹도록 했다. 아기 5개월 차에 그건 못하겠다.


걱정은 걱정이다. 축복이는 젖병을 거부하고 모유만 먹는데, 내일도 잘 안 나오면 어쩌지?


코로나에, 모유에... 엄마는 신경 쓸 게 많다. 그리고 신경 쓸 대상이 시시각각 바뀐다. 그게 육아에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고 고통이라면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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