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일 차 아기 육아일기
엄마는 헬창이었다!
임신 전 나는 대부분의 저녁 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냈다. 친구와 약속이 있더라도 무조건 헬스장에 들러서 운동을 하고 귀가했고, 갔다 하면 1시간은 기본, 2시간까지도 운동을 했다. 그렇게 매일 했다. 방학 때는 하루에 두 번도 했다.
운동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너무 힘들 때 느껴지는 근육의 떨림이 좋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그 느낌도 좋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몸의 변화도 좋았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을 하니 헬스는 금기 운동처럼 되었다. 고위험 산모였던 나는 임신 중 헬스를 해도 되냐고 의사 선생님께 여쭈었다가 혼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헬스' 하면 고강도 운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말리고 나도 두렵긴 했다.
몸이 너무 찌뿌둥해서 과장 좀 보태서 운동하려고 출산만을 기다렸다. 아기를 낳고 나면 헬스장에 다시 출근하리라!
그러나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출산 후 100일 정도까지는 내 몸이 회복이 덜 됐을까 봐 무서워서 못 갔다. 이제는 거의 200일이 다 돼서 운동은 얼마든지 해도 될 거 같은데 문제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체력도 없다. 그때는 육아의 현실을 전혀 몰랐던 거다.
헬스장 출근은 무슨, 한 달에 한 번도 안 가는 헬스장 무료 기부자가 되었다. 임신 전 매일 헬스장에 가면서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헬스장 장사가 안 되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의 빚을 덜어버릴 수 있 꽤 되었다! 잘 가지도 않아, 간다 해도 엄청 짧게 머무르고, 혹시나 감염될까 봐 샤워도 안 하고 후다닥 집에 오니 얼마나 고마운 손님인가?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 후줄근하고 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7키로나 더 빠져야 임신 전 몸무게가 되니 운동이 시급하긴 하다.
출산 전에는 몸이 꽤 좋았기에 뭐든지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온갖 레깅스와 운동복을 사제끼면서 색깔별로 헬스장에 입고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제는 그 옷들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하하...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경사로를 뛰는 걸 좋아했다. 뛰어봤다. 출산 후 첫 러닝이었다. 웬걸.
쿵쿵
뛸 때 쿵쿵 소리가 너무 크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만큼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거라 그렇다. 그런데 발소리를 줄이려 해도 도무지 소리를 줄이기 어려웠다. 감 떨어졌네. 7kg가 찐 탓인지 몸이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
러닝 후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인 데드리프트를 몇 세트 했다. 온몸에서 땀이 났다.
그래, 이 느낌이야!
출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온몸에 흐르는 땀이 반갑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몸에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아기가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뚱뚱해'라고 소개하기 전에 짬을 내어 헬스장에 열심히 가야겠다.
아니, 사실 그건 핑계고,
그냥 내가 좋아서 가고 싶다고요!
(아, 그리고 나는 코로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