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일 차 아기 육아일기
우리 아기 사시 아니야?
돌이켜보면 축복이는 눈을 참 빨리 떴다. 병원에서도 눈 한쪽은 뜨고 있었고 조리원에는 두 눈 다 뜨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기 눈이 몰려 보이는 것 같았다.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고. 그런데 괜히 이런 걸 입 밖으로 내게 되면 정말로 그렇게 될까 무서워 혼자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한 달 넘게 도와주시던 산후관리사님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걸 알게 되었다. 곧 안과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축복이 3개월 차 때와 4개월 차 때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안과에 두 차례나 갔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두 번 다 같은 말씀을 하셨다.
다음 달에 오세요,
사시 교정은 빠를수록 좋다는데 혹시나 문제가 있다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다른 안과에도 가보기로 했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카시트가 있는 '타다 택시'를 타고 안과에 도착했다. 축복이는 아직 여러 모로 연약한데 긴 대기 시간으로 악명 높은 안과에서 너무 기다릴까 싶어 점심시간 직후로 예약했다. 시간 맞춰 도착했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런데 축복이의 순서 3번째 전부터 축복이는 졸려했다. 어차피 평소에 깜짝깜짝 잘 깨는지라 잠깐 자면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축복이가 아주 곯아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일단 축복이를 안고 병원을 한 바퀴 돌았다. 축복이 이름도 크게 불러 보았다. 흔들기도 해보고 추운 곳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급기야 차가운 병원 의자에 눕히기도 해 봤지만 축복이는 눈 뜰 줄을 몰랐다.
이를 어째. 잠시 후 축복이의 이름이 불렸을 때 축복이는 한밤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환자에게 순서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환자 차례에도 축복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하필이면 왜 두꺼운 겉옷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일까. 차가운 병원 의자 위에 오랫동안 뉘어 재울 수도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축복이를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게 축복이를 깨우는 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축복이는 자기가 어느 정도 잤다 싶을 때 일어났다. 이미 30분 넘게 지난 상황이었다.
죄송하다 허리를 굽히며 진료실에 들어갔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런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 주셨다. 그리고 축복이의 눈에 불빛을 비춰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말씀하셨다.
사시는 절대 아닙니다.
굉장히 확신에 차서 말씀해 주시니 속이 시원했다. 나중에 없던 사시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새로 발현될지언정 지금은 사시가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눈을 자주 비비는 것과 너무 자주 눈부셔하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했는데 그것 또한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래그래, 이 말 들으러 온 거지!
4월 초의 햇살은 따뜻해도 바람은 아주 차가웠다. 그래도 그동안의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어 가치 있는 외출이었다.
굿모닝 축복!
병원에서 잘 자고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