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생기를 잃는 건 필연일까

362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너 아기 낳더니 확실히 아기티를 벗었구나!


3년 만에 결혼식에서 만난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원래 내 나이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나는 평소에 '동안'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그런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나이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도 아니었고, 그냥 옛날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이었지만 기분이 상했다. 7살 이상 차이나고 나를 평소 아껴줬던 언니라 악의는 없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속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반응했다.


하... 저도 이제 출산하고 나니 몸이 망가졌나 봐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고 생각하는데 표정에서 드러났을 수도 있다. 겉은 웃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하, 오늘 빡세게 꾸미고 온 건데^^;;;;






최근에 유튜브에서 출산한 여성은 말하지 않아도 출산한 사람인 걸 안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출산하고 나면 생기가 스르륵 빠져나가 어딘지 모르게 나이 들어 보이고 반짝반짝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이 단어에 꽂혔다.

반짝반짝함...

20대까지는 나를 꽤나 잘 설명하는 말이었던 거 같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자아도취인가. '반짝반짝하다는 것'은 나 스스로 알아차리는 게 아니라 남들이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이므로 나에게는 어차피 인지되지 못하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었으나, 그런 허상의 장점이라도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의 어떤 부분에서 나이 들어 보였을까? 피부일까? 표정일까? 머리스타일일까? 살이 너무 쪘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로 출산 때문일까? 뭐가 됐든 둘 다 서글프긴 마찬가지였다. 하긴 지난 일 년간 내 자기 관리를 거의 못하고 축복이에게만 온 신경과 정성을 쏟았으니 이런 평가를 듣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전까지 하던 자기 관리를 전면 중단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속상했지만 어쩌겠나. 나는 애써 출산 후 '관리 잘 된' 연예인을 떠올렸다.


그래, 연예인처럼은 못 되더라도 노력이라도 해보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영역에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리고 머릿속 다른 한 편으로는, 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 딸을 떠올렸다.


이렇게 예쁜 딸을 얻었는데...
그 대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얻으면 무언가는 잃게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예전 같은 앳된 외모는 사라졌지만 우리 딸이 그 젊음과 생기를 이어받은 게 아닐까.





요즘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떠오른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여행스케치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기엄마가 되었다면서

밤하늘의 별빛을 닮은 너의 눈빛

수줍던 소녀로 널 기억하는데


그럼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남편은 벌이가 괜찮니

자나 깨나 독신만 고집하던 니가

나보다 먼저 시집갔을 줄이야 어머나 세상에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지금도 떡볶이를 좋아하니

요즘도 가끔씩 생각하니

자율학습 시간에 둘이 몰래나와

사 먹다 선생님께 야단맞던 일


아직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겉모습이 많이 변했지

하지만 잃어버린 우리 옛 모습은

우리를 닮은 아이들의 몫인걸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이 노래가 이토록 공감이 가게 될 줄이야.(특히 파란색 글자 가사 부분...) 이것 또한 아줌마가 다 된 증거 아닐까. 다음 주가 축복이 돌이다. 이제 나도 때가 된 거 같다. 내가 아줌마가 되었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가...

하지만 예쁜 아줌마가 되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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