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아기 뷔페 차릴래?

by P맘한입

이틀 간의 축복이 메뉴를 나열해 보겠다.


11월 16일

-아침 식사: 땅콩버터에 식빵, 사과, 사과닭가슴살 쉐이크, 단호박죽, 우유

땅콩버터는 어른이 먹어도 맛있는데 영양도 좋다고 해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웬걸, 축복이는 땅콩버터도 식빵도 전혀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번 맛보고 바로 퉤. 축복이는 한번 아니라고 생각하면 좀처럼 다시 먹지 않는다.


이제 모유와 분유에서 우유로 갈아타야 하는데 우유도 싫어했다. 내가 직접 쑨 단호박죽도 한 입도 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사과닭가슴살셰이크나 몇 모금 마시고 아침 식사가 끝났다. 의외로 사과를 통째로 주니 차라리 앞니로 갉아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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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전혀 안 먹음


-저녁 식사: 당근 애호박 비빔국수, 찐빵, 바나나 단호박퓨레

아기들 밥태기 극복 치트키가 비빔국수라고 해서 해봤는데, 또 속았다, 또. 나란 여자는 이제 매일 속아도 혹시나 해서 해볼 수밖에 없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한 가닥 한 가닥씩 붙잡고 놀더니 이내 식탁 아래로 패대기쳐버렸다. 아까운 내 국수.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혹시나 해서 찐빵을 주었다. 달달한 팥이 맛있는지 더 달라고 입을 벌렸다. 축복이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그래 뭐라도 먹어라 하면서 주긴 줬지만 찜찜하다. 1살이 설탕 범벅인 찐빵을 먹어도 되는가? 어릴 때 당이 그렇게 몸이 안 좋다는데. 그런데 축복이 당 따지다가 영양실조 걸릴 지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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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아침 식사: 치즈 반 개, 치즈 계란찜 몇 입, 블루베리 닭가슴살셰이크 몇 모금

계란찜에 치즈를 넣어서 그런가 잘 먹었다. 어제 블루베리를 2만원 주고 샀는데 잘 먹지 않아서 가슴이 찢어졌다...흑...


-점심 식사: 단호박바나나 퓨레 조금, 바나나 땅콩버터빵, 고등어살

하나도 먹지 않았다. 바나나 땅콩버터빵은 비주얼은 보기 좀 그래도 맛있었는데. 축복이가 너무 안 먹으니 내 기분이 다운되었다.


-저녁 식사: 닭가슴살블루베리 셰이크 몇 모금, 삶은 계란 몇 입, BHC 치킨살, 찐 고구마, 바나나단호박 퓨레 반, 한우토마토셰이크

닭가슴살블루베리, 한우토마토셰이크 둘 다 얼마 먹지 않았다. 내가 축복이에게 단백질을 먹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이것을 안 먹다니 이제 어째야 하나 눈앞이 깜깜해진다.


오늘 저녁 우리 부부는 치킨을 먹었는데 축복이가 자기 의자에 앉아 우리를 애처로운 눈으로 보며 손을 뻗길래 튀김옷을 걷어내고 줘봤다. 너무 잘 먹는 축복. 1살에게 치킨을 주는 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뭐라도 먹으면 좋겠다. 어차피 입 짧은 축복이는 간간한 살코기 다섯 점 먹고는 바닥으로 던져버렸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찐 고구마는 맛있게 반이나 먹었다. 역시 우리 축복이는 단 맛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고구마 한 박스 있는데 넉넉히 쪄놓고 밥 안 먹을 때마다 간식으로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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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축복이가 좀 먹어줘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6개나 되는 메뉴를 대령했더니 지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른 애들처럼 '한 그릇 뚝딱' 느낌으로 배불리 먹은 것도 아니다.


고민이다. 입이 짧은 우리 축복이. 잘 먹는 것 같아서 다음 날 주면 질려서 그런지 바로 안 먹어버리니 뭘 잘 먹고 안 먹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여러 음식을 준비하게 된다. 아기 뷔페가 따로 없다. '일단 많이 준비할 테니 뭐라도 먹어라'라는 심정이다. 내가 살림꾼이 아니라 요리 초보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이렇게 여러 음식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 축복이의 식습관에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남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에게 여러 요리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도 방향이 맞게 열심히 해야 하니 고려해 볼 만한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한 입도 안 먹고 입을 꾹 닫아버리면 내 마음이 무너지는 걸 어떡하나.

이 난관을 어찌 타개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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