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 '한 입'도 안 먹네!
여기서 '한입'은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글자 그대로의 의미이다. 그래서 슬프다. 돌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돌 전날부터 장염으로 고생하더니 돌 지나고부터는 숫제 입을 꾹 닫았다. 밥을 너무 안 먹으니 할 수 있는 건 이제 단 하나.
벼르고 별렀던 모유 끊기.
사실 계획은 돌 다음 날부터 단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염으로 아픈데 무슨 단유냐며, 소아과에서는 말렸다. 그래서 설사가 가라앉고, 식음전폐가 겹쳐서 바로 단유를 결정하게 되었다.
장염 때문에 새벽수유와 젖물잠이 다시 시작된 터였다. 그래서 하루 한 번 수유하는 게, 젖을 물지 않고 잠이 드는 게 쉽지 않았다. 하, 이게 뭐 처음인가. 지난 1년간 내가 가장 많이 한 고민이 '어떻게 하면 젖물잠을 끊지'였던 것 같은데. 돌 지나서까지 이러고 있을 줄이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그냥 지금 당장부터 젖을 끊어버리고 싶지만 축복이도 준비가 안 됐을 거고, 내 가슴도 준비가 안 됐을 거다. 갑자기 끊으면 젖이 땡땡 불어서 젖몸살까지 오기도 하니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해보자는 마음으로 5일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2주 정도의 시간을 두라는 조언도 있었는데, 우리 축복이는 시간이 길수록 그게 고문이 될 것 같아 좀 타이트하게 진행해 보기로 했다.
아침 식사 후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모유수유를 했다. 그리고 그림책 <배고픈 곰돌이>를 읽어주고 앞으로 5일 후부터는 엄마 쭈쭈를 곰돌이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곰돌이가 엄마 쭈쭈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 곰돌이를 위해 젖이 아닌 다른 것을 먹어야 한다고 유도하는 스토리다.
글쎄, 의도는 알겠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 살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양보의 개념을 알까? 그래도 의외로 아기가 이해했고 수월하게 단유 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그러니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양보를 강조하기보다는 '쭈쭈 안녕', '쭈쭈 빠빠이'를 강조하리라 생각했다.
책을 읽어주니 축복이는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진짜 책 내용을 이해해서 단유가 싫어서 그런 건지 의아했다. 하필 낮잠시간이 겹쳐 너무 졸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 자러 가자. 이제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빠가 해줘야 한다.
사실 지난주에 내가 낮잠, 밤잠을 재우며 젖물잠을 끊어보려고 했지만 내가 재우면서 젖물잠 습관 고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생후 6개월쯤에 젖물잠 끊을 때랑은 다르긴 달랐다. 내가 '쭈쭈는 낮에만 먹는 거야, 자면서 먹으면 안 돼.' 얘기하면 뭔가 알아듣는 눈치로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젖물잠을 끊다가는 애기 성격만 버리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눈앞에 보이는데 안 주고 안 된다는 설명이나 해대니! 더더욱 아기는 포기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빠가 재우니 한 30분을 울다가 잠이 들었다. 처음인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울면서 잠들더니 2시간도 넘게 푹 잤다. 평소 축복이는 낮잠을 40분~1시간 정도밖에 안 자는 아기인데 좀 의아했다. 벌써 젖물잠 끊은 효과가 오는 것인가.
축복이는 하루 일과 중 젖을 찾지는 않는데, 문제는 밤이다. 일단 젖을 물고 자려고 하고 새벽에도 3번 정도는 깨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젖을 찾는다. 그래서 밤에도 아빠가 필요했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모유를 먹이느라 새벽에 깬 적이 거의 없는, 모유수유아 아빠이기에 솔직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축복이는 1시간 정도 울면서 자기 시작하여,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10번 이상 깼다. 자꾸 잠결에 젖을 찾는 것 같았다. 즉 나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축복이 눈에 띄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분리수면을 하지 않는데 어떡한단 말인가? 그래서 작전을 썼다. 작전명, '꼭꼭 숨어라'.
자는 축복이가 깨지 않게 조용히 들어와서 침대 구석에 이불을 쓰고 누워있는 것이다. 그러면 침대 아래에서 자는 축복이에게 나는 보이지 않고 이불 더미만 보이게 된다.
이게 뭐 하는 건지 하면서도 의아했는데, 이 방법이 먹혔다. 으레 자다 말고 일어서서 침대에 내가 있는지 확인하던 축복이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순순히 잠들었다.
축복이 젖물잠 끊기 하루 이틀 해본 거 아닌데, 솔직히 이 정도면 옛날보다 쉬웠다. 일어나서 안 자고 놀면 그때부터 어려워지는 건데, 이번에 축복이는 그렇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좀 커서 그런가 수월한 느낌이 드는데...라고 하면 너무 경솔한 거겠지.
제발 5일 후에는 잘 단유 해서 홍차버블티, 녹차라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
-생후 6개월 때 젖물잠 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러나 이때도 잠깐이었지, 결국 성공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