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유 하면 밥을 잘 먹을까

by P맘한입

모유수유 단유 2일 차


어딘가 개운한 아침

축복이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같은 방에서 자고 일어났다. 축복이는 새벽 5시에 깼다. 남편이 분유를 타오자 '히익' 소리를 내며 싱글벙글 웃었다. 분유 160mL를 원샷했다.

분유 160mL라니!

축복이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먹은 건 그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분유 40mL 먹이기도 어려우니까. 새벽수유를 안 하고 버티니 아침에 분유를 이렇게 많이 먹는구나 싶었다. 배불리 먹고 나니 내 얼굴을 봐도 젖을 달라고 울지 않았다. 그래서 숨어있던 침대에서 스르륵 나와 축복이 옆에서 같이 잤다.


오전 9시. 거실 가들 채운 환한 햇살이 축복이와 나를 반겨줬다. 이렇게 새벽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잔 게 언제던가? 아, 물론 '내가' 말이다. 축복이 태어나고는 없는 거 같으니 1년도 더 된 일이다. 젖물잠과 새벽수유를 끊으니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젖 안 먹으니 더 잘 먹으려나?

잠이 개운했던 터라 식사도 기대가 되었다. 과연 축복이가 잘 먹어줄까?


-아침메뉴: 바나나오트밀포리지, 바나나계란땅콩빵, 삶은 계란 반 개, 양상추 조금

코스식으로 이거 안 먹으면 저거, 저거 안 먹으면 다음 거, 이렇게 주는 건 아기 습관 형성에도 좋지 않을 거 같고, 나도 힘이 들어서 식판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 식판은 이유식 시작 전에 샀던 건데 이제야 꺼내서 쓴다.


새벽수유 중단으로 배고플 축복이. 많이 먹을까?

오트밀 포리지는 한 입 먹더니 뱉고 나선 먹지 않았다. 공들여 만든 영양 가득 땅콩빵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삶은 달걀이야 조금 깨작거리더니 음식을 주는 족족 다 던져버렸다. 그나마 먹는 시판 배고구마퓨레파우치나 쪽쪽 빨아 마셨다.


아침식사는 실망스러웠다.



-점심메뉴: 치즈계란말이, 삶은 고구마, 아까 먹다 남은 배고구마퓨레, 짜장밥

계란말이는 좋아했다. 치즈가 들어가서 그런지 더 달라며 잘 먹었다. 고구마도 꽤 먹었다. 그렇게 단 고구마가 아니었음에도 잘 먹어줘서 놀랐다. 짜장밥은 많은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도전해 봤는데 역시나 은채는 이 맛을 좋아하지 않았다. 짜장과 함께 고기를 먹일 수 있어서 기대했는데 거의 먹지 않아 남았다.


아침 낮잠을 잘 때 젖물잠을 하지 않았으니 확실히 먹은 양이 줄었을 것이고, 이때 느낀 허기가 식사로 이어졌을 텐데도 눈에 띄게 양이 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축복이가 계란말이와 찐 고구마를 좋아한다는 것, 짜장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저녁은 점심에 거의 먹지 않았으니 저녁은 거의 비슷한 메뉴를 줬는데 꽤나 먹었던 것 같다. 확실히 무지성 모유수유 때보다는 고형식 섭취량이 는 것 같다. 모유수유 1년이 지나면 영양이 많이 없어진다니, 모유보다는 축복이가 먹은 음식에 영양이 많았기를 기대한다.





단유 시도 두 번째날 밤, 아빠와 축복이를 방에 두고 나가려고 했다.

축복아, 잘 자! 사랑해!


축복이는 잘 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내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 손을 흔드는 채로 울기 시작했다. 으앙! 손은 가라고 하면서 절대 가지 말라는 얼굴이다.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축복이도 이제 내가 밤에 나가야 한다는 걸 아는 눈치다. 그러니 저리 슬픈 인사를 해주는 게 아닐까.



그래도 단유의 과정이 아직은 생각보다는 수월하다. 효과가 얼른 나타나면 좋겠다. 잘 먹고 잘 커야지, 우리 공주님! 단유 하느라 고생하는 우리 아기. 내일 일어나면 한 번 더 진하게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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