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되면 한숨 돌리는 줄 알았다. 그렇게 돌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백일의 기적'이 우리 축복이에게 오지 않았듯, 돌이 되어도 기적 같은 건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변화는 있었다. 아니,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너무 커서 축복이가 돌 이후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돌이 지난 축복이가 달라진 점
돌이 지난 축복이는, 일단 소리가 커졌다. 그전에도 소리를 지르는 일이 꽤 있었지만 빈번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마음대로 안 되면 바로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그게 좀 작은 소리면 귀여워해줄 수 있겠는데 진짜 소리가 크다. 좁은 집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우리 딸의 고성을 듣고 있자니 귀도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귀가 예민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포인팅을 잘한다. 돌잔치 전만 해도 포인팅을 하루에 몇 번씩만, 특정 그림을 가리킬 때만 했다. 그래서 포인팅 할 때마다 기뻤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나 돌잔치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포인팅을 한다. 뭐 그것까지는 좋은데 포인팅을 하는 쪽으로 반드시 '즉시' 안고 데려가줘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바로 소리를 지른다. 밥을 먹다가도 자기가 관심이 가는 물건을 가리키는데 내가 엉뚱한 물건을 집어서 자기에게 주면 바로 소리를 지르는 거다.
안돼, 지금은 그거 줄 수 없어.
나 딴에는 단호하게 말해봐도 막무가내다.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줄 때까지 울고 불고 짜증을 내고 난리다.
또 달라진 점은 너무 안 먹게 되었다는 거다. 우리 축복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딱히 잘 먹은 적이 없다. 그러니 많은 엄마들이 아기가 갑자기 밥을 먹지 않게 되어 고민하는 '밥태기'도 온 적이 없다. 애초에 잘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축복이가 더욱 먹지 않게 되었다. 돌잔치 전날 장염에 걸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먹는양이 더 줄었다.
급기야 숫제 식음을 전폐했다. 하루에 이유식양이 50g이 안 된다. 속이 탄다. 그렇다고 분유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오직 모유만 찾는다. 그놈의 모유. 이젠 영양도 거의 없다는데, 많이 먹어서 뭐 하나. 모유수유 시작 자체를 정말 후회한다. 도대체 누가 모유수유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광고했단 말인가? 의사들이라고 절대 이런 애로사항을 알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모유수유를 안 해본 사람이나 권할 것이다.
요즘은 모유수유 때문인지 더욱 엄마만 찾는다. 엄마바라기가 되었다. 내가 양치질도 할 수 없게 내 바지춤을 붙잡고 늘어진다. 화장실까지 따라올 기세이다. 이제 유아식을 시작해서 즉석에서 만들어줘야 할 요리들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잠깐이라도 아빠에게 안겨 있으라고 하면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다시 첫 번째 문제점을 시전 한다. 바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결국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밖에 없다. 천사 같은 딸이 자꾸 자기를 모른 채 하니 아빠는 아빠대로 속상해 죽으려고 하고, 나는 나대로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하루 종일 축복이의 떼를 듣고 있자니 너무 피곤하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축복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천사 같은 아기를 망쳐놨나. 이대로 가다가 우리 축복이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나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어쨌거나 우리 축복이는 다른 애들보다 예민한 아기는 맞는 거 같다. 모자 쓰는 것도, 먹는 것도, 자기 신체를 만지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모든 걸 다 싫어하니 부모로서는 매 순간이 투쟁이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법이 없으니 진이 빠진다.
이대로 크다가는 떼쟁이 아기로 클 것만 같다. 우리 부부는 힘들더라도 우리 아기니 괜찮은데, 어린이집에서 이러기라도 하면 '밉상'으로 낙인찍힐까 두렵다. 돌 전까지는 한없이 어리기만 하던 우리 아기가 어찌 이리 되었나.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훈육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무조건 다 받아주고 오냐오냐 해줘서 이런가 싶어서 자책이 된다. 교사들은 다 이해할 텐데 '3월 초반 기강 잘못 잡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느낌이 틀리길 바라본다.